경제·금융 은행

[S머니] 갈 곳 잃은 돈, 은행 정기예금으로…"3개월씩 짧게 굴려요"

5대銀 정기예금 잔액 600조 돌파

주식시장 불안하자 안전자산 몰려

금리인상 앞두고 이동 계속될 듯

목돈만드는 적금은 9,000억 감소

5대 은행 정기예금, 적금 추이5대 은행 정기예금, 적금 추이



자산시장의 불확실성 증대로 투자처를 잃은 자금이 은행의 정기예금으로 몰리면서 5대 은행의 정기예금 잔액이 600조원을 돌파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금리 인상기를 맞아 1년 아래로 예금도 짧게 짧게 굴리는 경향이 강해졌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우리·KEB하나·NH농협 등 5개 은행의 지난 10월 말 기준 정기예금 잔액은 607조9,842억원으로 지난해 12월 527조4,954억원에서 10개월 만에 80조원이 증가했다.

은행의 정기예금 금리가 최고 2% 초반에 불과한데도 정기예금으로 자금이 몰리는 것은 주식 시장 불안 등 자산시장의 변동성이 커 투자심리가 위축된데다 금리 인상기를 앞두고 단기간 안전자산을 택하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조현수 우리은행 양재남금융센터 PB팀장은 “10월 한 달간 주가연계증권(ELS)이 10%나 빠질 정도로 시장이 불안하니 자금이 갈 곳이 없다”며 “지금은 금리를 보는 게 아니라 위험회피 차원에서 보수적으로 운용하는 방향이 강하다”고 설명했다.


특히 정기예금의 경우 과거처럼 만기까지 기다리기보다 1개월, 3개월 단위의 회전식 예금을 택해 금리 인상에 즉각 대응하는 모습도 나타나고 있다. 회전식 예금은 시장금리에 연동해 주기적으로 금리를 바꿔주는 상품을 말한다. 예를 들어 연 금리 1.25%, 회전 주기 3개월인 예금에 가입한 경우 3개월 후에 시장금리가 0.25%포인트 오르면 이를 반영해 예금 금리가 1.5%로 올라가는 식이다. 우리은행의 ‘iTouch우리예금’은 가입기간을 3개월, 6개월, 12개월 중 선택하면 된다. NH농협은행의 ‘NH왈츠회전예금II’는 1개월, 2개월 등 고객이 12개월까지 자유롭게 주기를 정할 수 있다. KB국민은행의 비대면 전용 ‘KB STAR 정기예금’은 가입기간을 1~36개월 사이에서 선택이 가능하고 급한 자금을 인출할 때 중도해지를 하지 않고도 필요한 만큼 분할인출을 할 수 있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주기가 되면 재예치되므로 은행에 가는 번거로움을 없애주고 자금을 쓸 기간이 애매할 때는 월 단위로 돌리면 중도해지 이율이 낮아지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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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예금의 강세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달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인상하게 되면 예금금리가 추가로 상승할 수 있어 은행 예금으로의 자금이동은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 아울러 시중은행들이 이달부터 ‘예·적금 상품설명서’를 개정하면서 중도에 해지하더라도 가입기간이 길수록 당초 약정한 금리에 근접한 고금리를 적용받을 수 있게 됐다. 약정 기간의 절반만 채우고 해지하면 약정금리의 절반을 적용하는 식으로 가입기간에 비례하게 이자를 받게 되면서 갈 곳 없는 돈이 더 몰릴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외에도 짧은 시간 돈을 맡겨도 높은 금리를 주는 수시입출금 통장도 관심을 끌고 있다. SC제일은행의 마이줌통장은 최소 100만원부터 최대 10억원까지 예치금액을 고객이 직접 설정하고 그 금액만 유지하면 최고 연 1.5% 금리를 받는다. 아울러 저축은행들도 중금리 대출상품 ‘실탄’ 확보를 위해 연 2% 후반에서 3% 초반대의 상대적으로 금리가 높은 정기예금과 1년이 안 돼도 높은 금리를 제공하는 상품을 쏟아내며 고객 유치에 나서고 있다.

반면 정기적금 잔액은 지난해 12월 38조7,030억원에서 올 10월 37조7,976억원으로 9,000억원이나 감소했다. 연 4%대의 고금리 상품이 나왔어도 금리 인상기에 접어들면서 한푼 두푼 쌓아 목돈을 만드는 정기적금의 인기는 시들해진 것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최근 금리상승에 따라 요구불예금의 성장세는 둔화됐고 상대적으로 개인과 법인 모두 정기예금에 쏠리고 있다”며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시장금리 상승 기대감으로 예금 만기를 단기로 잡거나 연동주기에 맞춰 만기지정이 가능한 금리연동형 정기예금 상품에 대한 수요가 크다”고 말했다.


황정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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