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토요워치] 사립유치원 70% "처음학교로 반대"

사립 참여율 2 → 30%까지 늘었지만

"국공립 쏠림현상 더 심해질 것" 반발

입학설명회 취소·연기 등 공동 대응

학부모도 지원횟수 부족해 눈치싸움

"일일이 전화해 물어봐…혼란만 커져"

0315A02 참여율



“우선선발 대상인 재학생 동생의 기준은 뭔가요? 내년에 입학하는 원아를 뽑는데 3월에 졸업하는 아이의 동생을 재학생의 동생으로 봐야 하나요?” (사립유치원 원장) “이사를 준비하고 있는데 현재 유치원에 재원 중인 아이는 추가로 두 곳밖에 지원이 안 되는 건가요?” (학부모)

지난달 30일 서울 신문로 서울시교육청에서 진행된 온라인 입학관리 시스템인 ‘처음학교로’ 설명회. 마지막 질의응답 시간이 되자 학부모와 유치원 관계자들의 질문이 쏟아졌다. 정부가 사립유치원의 공공성을 강화하기 위해 처음학교로 도입 의무화를 카드로 꺼내 들었지만 사립유치원과 학부모들 사이에서도 입장이 엇갈리고 있다.


처음학교로는 원아모집부터 추첨·등록까지 모두 온라인에서 이뤄지는 원스톱 입학관리 시스템이다. 지난해부터 전국으로 확대 도입돼 국공립유치원 대부분이 처음학교로를 이용하고 있는 데 반해 사립유치원은 2.7%(115곳)만이 참여해 실효성 논란이 일기도 했다. 올해는 특별교부금 차등지원 조치 등 정부의 압박으로 사립유치원의 참여율이 30%를 넘겼지만 입학설명회 취소·연기 등 사립유치원들의 반발이 여전히 계속되는 상황이어서 학부모들의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사립유치원, 일단 가입은 했지만…“경쟁력 저하될 것” 볼멘소리=사립유치원들이 처음학교로 참여를 꺼리는 이유로는 획일화된 선발방식이 꼽힌다. 온라인을 통한 획일화된 선발방식으로는 전체 사립유치원 4,087곳의 개별 특성을 제대로 알리기 힘들고 비용부담 등 단편적인 부분만 부각될 수 있다는 것이다. 자칫 전체 사립유치원이 국공립에 비해 비싸기만 한 ‘상업시설’로 비쳐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일부 지역의 고교선발에서 비평준화가 유지되듯 유치원 모집과정에서도 국공립과 사립의 차이를 인정하고 선택권을 부여해야 한다는 게 사립유치원들의 주장이다.

사립유치원들의 이런 주장은 현재 정부와 사립유치원 간의 갈등요소인 사유권 인정 여부와도 맞물려 있다. 국공립과 마찬가지로 통합된 방식으로 원아를 선발할 경우 원장의 권한이 그만큼 줄어들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원아모집의 선발권은 사립유치원장의 가장 큰 권한이기도 하다.


특히 한국유치원총연합회가 정부와 유치원 부지·건물 등 사적 소유권을 놓고 다투는 상황에서 처음학교로를 전면 도입할 경우 정부의 감시와 통제가 더 강화될 수 있다는 점도 사립유치원들이 우려하는 부분이다. 서울 성동구의 한 사립유치원 원장은 “사립유치원은 알아서 찾아오는 국공립과 달리 여러 곳을 중복 지원한 학부모들로부터 선택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어서 개별적인 설명회를 통해 학부모에게 충분한 설명과 이해를 구하는 과정은 필수요소”라며 “처음학교로를 통한 원아선발 방식에서는 국공립 쏠림현상이 더 심화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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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샘 줄서기 폐단 줄어들 것” 기대…통합 선발방식이 학부모 선택권 제한 주장도=반면 학부모들은 사립유치원들의 처음학교로 참여에 대해 대체로 반기는 분위기다. 유치원 입학 시즌마다 추첨을 위해 온 가족이 밤새 동원되는 병폐를 해소하기 위해 도입된 만큼 학부모들의 불편이 크게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동시에 특혜 논란을 불러왔던 원아선발에 대한 공정성 시비도 해소될 수 있다는 기대가 크다.

실제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지난해 처음학교로를 이용한 학부모 750명의 95.9%가 ‘만족한다’고 답했다. 또 ‘유치원에 직접 방문해 원서를 내는 방식보다 편리하다’고 답한 비율도 99.2%에 달했다. 특히 맞벌이 가정의 경우 처음학교로 전면 도입을 원하는 분위기다. 경기도 동탄에 거주하는 한 학부모는 “맞벌이 가정이 많은 신도시에서는 사립유치원에 몰리는 가정이 많고 중복 지원으로 인한 허수가 많았는데 이런 부분이 조금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하지만 인터넷을 통한 통합 선발방식이 오히려 학부모의 선택권을 제한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처음학교로는 국공립과 사립유치원을 포함해 최대 3곳까지만 지원이 가능하기 때문에 일단 모든 학부모들이 국공립을 우선순위로 두고 후순위로 사립을 선택해 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것이다. 한유총의 한 관계자는 “학부모들은 유치원을 모두 국공립으로 택할 가능성이 크다”며 “사립이 국공립의 ‘들러리’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학부모들 사이에서도 같은 불만이 나오고 있다. 경기도 일산에 거주하는 한 학부모는 “국공립·사립·영어유치원, 어린이집 등 선택의 폭이 넓은 상황에서 3곳으로 지원을 제한할 경우 자리가 남는 곳을 찾아 연초까지 헤매는 학부모가 적지 않을 것 같다”며 “지역에 따라 처음학교로 도입이 학부모에게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 곳도 있다”고 말했다. 인천 청라지구에 거주하는 또 다른 학부모는 “사립유치원 중 입학설명회를 취소한 곳들이 많아 궁금증을 전화로 해결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처음학교로를 통한 정보로는 아이를 보내야 할지, 말아야 할지 확신이 서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부산의 한 사립유치원 원장은 이와 관련해 “처음학교로는 국공립유치원만을 위한 시스템에다 사립유치원을 가둬두려는 행정편의주의식 발상”이라며 “당장 참여율만 보지 말고 장기적으로 사립유치원의 의견을 반영해 실정에 맞는 시스템으로 개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성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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