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으로 인한 소상공인과 영세중소기업의 경영 부담을 줄이기 위해 올해 새로 시작한 일자리안정자금 지원사업이 본궤도를 찾아가고 있습니다. 소기업과 저임금노동자에 대한 지원을 강화해 일자리를 유지하고 더 나아가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이달로 취임한 지 꼭 2년이 된 심경우(58) 근로복지공단 이사장은 요즘 ‘새로운 미션’을 수행하느라 그야말로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그동안 산업재해 근로자 보호와 직업 복귀 등과 관련된 업무를 주로 처리해왔지만 올해부터는 ‘일자리안정자금 지원’이라는 새 사업을 진행함으로써 기업과 근로자의 든든한 버팀목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자리안정자금 지원의 경우 신규 사업이다 보니 시행 초기 신청률이 다소 낮았지만 시간이 갈수록 사업에 탄력이 붙으면서 올해 예상목표치인 236만명을 넘어선 상황이다. 일자리안정자금은 이달 1일 기준으로 188만명에 대해 1조5,046억원이 집행돼 집행률이 51.4%에 달한다.
심 이사장은 “지난해부터 (일자리안정자금) 지침을 제정하고 전산 개발 및 인력 채용 등 준비에 나서 현재 안정적으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며 “올해는 다음달 14일까지 신청을 해야 지원을 받을 수 있는 만큼 대상 기업들은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 사업은 일단 올해 말까지 2조9,000억원의 예산이 투입되고 내년에도 2조8,000억원(예상)가량이 집행될 예정이다.
지난 9월부터는 300인 미만 사업장의 60세 이상 고령자, 고용위기지역 근로자, 30인 이상 장애인 직업재활시설 근로자 등에 지원을 확대해 시행하고 있다. 특히 다음달부터 5인 미만 영세사업장의 경우 1인당 월 13만원에서 15만원으로 늘려 지급한다. 근로자가 적은 영세사업장일수록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타격이 클 수밖에 없어 이를 상쇄하기 위한 조치다. 그는 “일자리안정자금 지원의 경우 사업주의 경영안정과 고용 유지는 물론이고 사회보험 가입의 확대로 이어져 영세근로자의 장기적인 소득안정 효과도 있다”며 “고용보험 피보험 자격 취득자 수가 지난해보다 늘어나는 긍정적인 측면도 나타나고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공단에 따르면 30인 미만 사업체의 고용보험 가입 노동자는 올해 3·4분기까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2만9,000명 늘었다. 일자리안정자금을 받기 위해서는 사업주가 각종 사회보험에 가입해야 하는 것이 결국 보험 가입자 증가로 이어지는 것이다.
심 이사장이 일자리안정자금과 함께 강조하고 있는 것이 바로 출퇴근 재해 보상 시스템의 확대다. 출퇴근 산재는 올해부터 보상 범위가 기존의 사업주가 제공한 교통수단 외에도 통상적인 경로와 방법을 사용하다 발생한 사고도 업무상 재해로 인정하도록 크게 넓어졌다. 그는 “규모가 작은 영세사업장에서 일하는 취약노동자 약 19만명이 새롭게 산재보험의 혜택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제는 사업 규모와 업종에 상관없이 어디서든 일하다 다쳐도 산재 보상이 가능한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게 됐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아쉬움도 있다. 영세근로사업장의 경우 이 같은 산재 보상 시스템을 잘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실제로 올 들어 울산 시내버스 전복사고(4월), 전남 영암의 버스 추락사고(8명)의 경우도 공단에서 산재 보상 시스템을 해당 업체에 직접 공지함으로써 보상을 받기도 했다. 심 이사장은 “출퇴근 재해 보상 시스템 확대에도 불구하고 아직 시행 초기이다 보니 지난달 말까지 출퇴근 재해 접수 건수는 5,411건으로 적은 편”이라며 “더구나 교통사고의 경우 자동차보험으로 먼저 처리하는 경우가 많은데 산재보험도 함께 알아본다면 근로자들이 더 적합한 보상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자동차보험의 경우 입원기간만 휴업보상이 되지만 산재보험은 입원·통원에 관계없이 휴업급여가 지급되고 중증장해에 따른 연금 지급, 재요양 등의 혜택이 있다. 그는 “아직도 산재 신청 절차가 복잡하다고 인식하는 경우가 있어 앞으로 이를 대폭 간소화하고 경찰청·보험개발원과의 협업을 통해 사고자료를 입수하는 등의 방법으로 처리기간도 단축해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출퇴근 산재 보상 범위 확대에도 불구하고 당분간 산재보험률(현재 1.8%)은 변동이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그는 “내년부터 대기업에 대한 보험료 할인율이 기존 50%에서 20%로 축소돼 재정에 여유가 생길 것”이라며 “이를 바탕으로 앞으로 2~3년간 보험료율 조정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과거 50년 이상 유지돼온 산재 신청 시 사업주 확인 제도를 올해 폐지하고 산재보험 신청과 관련한 일체의 서식 176종과 관련 제출서류도 간소화를 추진하고 있다. 아울러 그동안 사고와 달리 업무상 질병은 산재 인정이 쉽지 않고 심의기간도 길어 근로자들이 부담을 느껴왔던 것이 우리 산업현장의 현실이다. 심 이사장은 “최근 들어서는 이 같은 업무상 질병에 대해서도 노동자의 입증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작업시간과 노출량에 대한 반증이 없는 한 의학적 인과관계가 있으면 인정해주는 ‘추정의 원칙’ 적용을 강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결과 업무상 질병 승인율이 올해 3·4분기 기준으로 63%에 달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1.8%포인트 올랐다. 과거 주로 신체적 사고에 대한 외형적 산재가 중심을 이뤘다면 앞으로는 지속된 업무에 따른 질병이나 정신적인 질환 등으로 산재의 범위가 확대되고 있다는 점을 방증하고 있는 셈이다.
최근 국내 제조업 경기 침체 등으로 기업의 도산이나 구조조정 등이 진행되면서 공단으로서는 복지사업에 대한 지원도 빼놓을 수 없는 사업 가운데 하나가 됐다. 공단은 이를 위해 고용위기지역과 조선업종 근로자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고 있다. 심 이사장은 “고용위기지역 등의 근로자는 일반 노동자에 비해 융자를 신청할 수 있는 소득 기준을 완화한 것은 물론 융자 한도액을 높이고 상환기간도 연장했다”며 “해당 지역 실직 노동자 등에 대해서는 대부금을 기존 한도액보다 2배까지 상향해 1,000만원까지 지원할 수 있도록 개선했다”고 강조했다.
요즘 경기불황 등으로 임금이 체불된 노동자들이 26만여명에 달하고 체불임금만 1조2,000억원에 이른 상황이다. 도산 사업장에서 임금을 받지 못하고 퇴직한 노동자에게는 공단이 사업주를 대신해 우선적으로 최대 1,800만원까지 체당금을 지급한다. 정상 가동 중인 사업장에서도 임금을 받지 못하면 최대 400만원까지 지급하고 향후 사업장 등에서 돌려받는 제도도 운영하고 있다. 그는 “지난 20년간 체당금 제도를 통해 모두 96만명의 체불 노동자에게 4조원이 넘는 체당금을 지급했다”며 “하지만 임금 체불의 근본적인 책임은 결국 사업주에게 있는 만큼 정부가 직접적으로 개입하는 것보다는 자체적으로 해결하는 것이 가장 올바른 방법”이라고 지적했다.
심 이사장은 노동과 고용 분야에서만 30여년간 잔뼈가 굵은 정통 고용노동 행정 전문가다. 현장과 고객 최우선주의의 경영 방침을 바탕으로 공공기관 고객만족도조사 4년 연속 A등급 달성, 부패방지시책평가 최초 5년 연속 최우수기관 선정 등의 성과를 일궈냈다. 공단은 현재 전국 곳곳에서 9,000여명의 직원들이 10조원에 가까운 재원을 운용하고 있다. 그는 “올해는 고용보험 피보험자 수가 지난해보다 40만명 증가하면서 처음으로 1,300만명을 넘어섰다”며 “산재 환자의 재활과 직업 복귀를 위해 한층 체계적인 서비스를 제공해나가겠다”고 다짐했다. /대담=한영일 사회부장 hanul@sedaily.com 정리=이종혁기자 2juzso@sedaily.com 사진=권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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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0년 경기 △연세대 사회학과 △오하이오주립대 노동인적자원관리학 석사 △행정고시 29회 △고용노동부 근로복지과장·보험정책과장·국제협력관·기획조정실장 △중앙노동위원회 상임위원 겸 사무처장 △한국폴리텍대학 서울정수캠퍼스 학장 △근로복지공단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