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복수의 자산운용사가 경협 ETF 출시를 추진했지만 포기했다. ETF 상장을 위한 심사·승인을 맡는 한국거래소에서 “남북, 경협이란 단어가 들어간 ETF는 출시가 어려울 것”이라고 못박았기 때문이다. 거래소 측은 남북 경협주의 높은 변동성과 투기 자금 유입 등을 우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올 들어 가장 주가가 많이 오른 남북 경협주인 부산산업 연중 최저점과 최고점의 주가 차이가 무려 691%에 달한다. 그럼에도 아직 연초 대비 435% 상승률을 기록 중이지만 최고가와 비교하면 33% 하락한 것이다. 이는 그나마 양호한 사례다. 경협 수혜주로 꼽혀 올 들어 지난 5월까지 50% 가량 올랐던 두산건설은 이후 하락세가 계속되면서 올해 누적 하락률이 48%에 달한다. 경협 수혜가 기대되는 시멘트 업종의 성신양회도 연중 최고점 대비 43%나 빠진 상태다. 경협 관련 호재가 발생할 때마다 초단기 투자자금이 움직이면서 가격제한선까지 주가가 출렁인 사례도 많다.
하지만 거래소의 경직된 입장이 금융투자업계의 자율성을 과도하게 제지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일반 펀드의 경우 지난 2014년부터 신영마라톤통일펀드 등 사실상 경협 테마 펀드가 이미 안정적으로 운용되고 있다. 물론 주식처럼 실시간 거래가 가능한 ETF와 그렇지 않은 일반 펀드의 차이를 고려해 경협 ETF 출시에 조심스러울 수는 있지만, 완전히 출시를 가로막는 것은 운용사의 운용 능력과 시장 수요를 감안하지 않은 처사라는 지적이다. 한 자산운용사 펀드매니저는 “투기가 우려된다면 우량하지 않은 종목, 변동성이 심한 종목을 제외할 수 있도록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면 되는 것 아니냐”며 “지나치게 투자자 보호에만 치중해 장기적으로 경협 테마에 투자하려는 수요를 무시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한편 거래소와 금융투자업계는 지난해에도 합성 ETF를 두고도 진통을 겪은 바 있다. 당초 합성 ETF 출시를 독려했던 거래소가 갑자기 수수료를 문제 삼으며 합성 ETF에 대해 보수적인 태도를 취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