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대통령실

장하성 교체 앞두고도 "소득성장 성과 내년 체감" 강변

"경제 시장에만 맡기면 더 큰 모순에 빠질것"

교체설이 나도는 김동연(왼쪽)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장하성(오른쪽) 청와대 정책실장이 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고위당정청회의에 참석해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다.  /권욱기자교체설이 나도는 김동연(왼쪽)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장하성(오른쪽) 청와대 정책실장이 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고위당정청회의에 참석해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다. /권욱기자



교체 초읽기에 들어간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이 “경제를 시장에만 맡기라는 주장은 한국 경제를 더 큰 모순에 빠지게 할 것”이라며 떠나기 전 작심발언을 쏟아냈다.

장 실장은 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고위 당정청회의 모두발언에서 “경제가 성장하는데 양극화와 소득 불평등은 심해지는 모순이 누적돼왔다”며 “갑질이 난무하는 불공정한 시장으로는 지속 가능한 성장을 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는 “누적된 모순은 시장에서 만들어진 것이고 정부가 이를 바로잡기 위한 적극적인 노력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는 시장의 ‘심판’이 돼야 할 정부가 ‘선수’로 뛰며 과도하게 개입하고 있다는 경제계의 지적을 정면으로 반박한 것으로 풀이된다.

장 실장은 소득주도 성장의 성과를 내년에 체감할 수 있을 것으로 봤다. 그는 “국회에 제출된 예산안과 법률이 통과돼 집행되면 내년에는 소득주도 성장과 혁신성장·공정경제의 실질적 성과를 국민이 체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조장옥 서강대 명예교수가 “내년부터 8,000원대의 최저임금이 시행되고 근로시간 단축도 본격 시작된다”며 “경제상황이 더 어려워질 것”이라고 지적하는 등 학계와 경제계에서는 다른 예상이 대다수인 상황이다.


이날 장 실장은 경제계에서 지적하는 사안을 조목조목 반박하기도 했다. 그는 “일부에서는 최근의 경제상황을 위기로 규정하기도 한다”며 “올해와 내년 성장률이 당초 예상보다 다소 낮을 것이라는 전망이 있다. 그러나 2%대 후반 성장은 잠재성장률과 부합하고 우리와 경제 수준이 비슷하거나 앞선 나라에 비해 낮은 수준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한국은행은 지난달 올해 성장률을 2.9%에서 2.7%로, 내년을 2.8%에서 2.7%로 낮춰 잡았다. 한은이 보는 우리 경제의 잠재성장률이 2%대 후반이므로 이에 부합한다는 것이다. 장 실장은 “근거 없는 위기론은 국민 심리를 위축시켜 경제를 더 어렵게 할 것”이라며 경제위기론을 일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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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금주도 성장’ 등 정부가 재정에만 너무 의존한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경제의 어려움을 세금으로 메우려 한다는 비판이 있는 것도 잘 알고 있다”며 “그러나 경제가 어렵다면서 국민이 낸 세금을 국민에게 돌려주는 것을 비판하는 것은 모순”이라고 역설했다. 국민이 낸 세금을 어려움을 겪는 국민에게 돌려주는 것은 정부의 당연한 책무라는 것이다. 다만 김병준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이 최근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정부가 개인 주머니에 돈을 직접 넣어주기보다 실업 안전망, 평생교육체계 강화 등 돈을 쓰는 방법을 바꿔야 한다”고 강조하는 등 ‘정부가 물고기를 잡아줄 게 아니라 잡는 방법을 알려줘야 한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새 경제부총리가 이르면 이번주 중 지명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며 장 실장은 신임 부총리가 인사청문회를 통과하는 시점과 맞물려 연말께 교체될 것이라는 예상이 많은 상황이다. 장 실장은 6일 국회 운영위원회 청와대 국정감사에서도 마이크를 잡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장 실장은 이날도 서민의 삶이 어려운 점에 대해 사과했다. 그는 “영세자영업자와 서민의 삶이 힘겹고 일자리가 늘어나지 않아 고통받는 사람이 많다”며 “국민에게 송구스럽다”고 말했다. 또 “함께 잘사는 새 경제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며 “이 과정에서 고통받는 일부 자영업자·중소기업 등에 죄송하다는 말을 드린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장 실장은 회의가 끝난 후 기자들과 만나 사과한 이유에 대해 “당연하다. 어려운 상황인데”라고 설명했다. 장 실장은 8월 국내 방송사에 출연하고 이어진 당정청회의, 기자간담회 등에서 저소득층이 어려워지는 현상에 대해 “송구하다”며 연말까지 정부를 믿고 기다려달라는 말을 계속한 바 있다.

이태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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