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법무부·대검찰청을 거친 평검사들은 수도권에서 세 번 연속 근무할 수 없게 된다. 법무부·대검·외부 기관 등에 대한 파견 근무도 1회로 제한해 ‘귀족검사’나 ‘정치검사’를 막는 인사원칙이 처음으로 법제화된다. 하지만 고위급 검사에 대한 인사원칙은 이번에 빠져 있어 실제로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이 얼마나 지켜질지는 의문이다.
법무부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검사인사규정(대통령령)’과 ‘검사 전보 및 보직관리 등에 관한 규칙’ 제정안, ‘검사복무평정규칙’ 개정안을 마련해 내년 검사 정기 인사부터 적용할 예정이라고 5일 밝혔다. 이들 규정의 핵심은 가운데 하나는 수도권 검찰청·법무부·대검 등에서 두 번 연속 근무한 검사의 경우 앞으로는 반드시 지방에서 근무해야 한다. 아울러 법무부·대검·외부 기관 파견(비공식 파견도 포함) 도 원칙적으로 1회만 허용한다. 이는 요직만 거치는 귀족검사가 생기는 현상을 차단함으로써 모든 검사에게 기회를 균등하게 제공한다는 것이다. 지금까지는 능력을 인정받는 일부 검사들이 법무부·대검·서울중앙지검 등을 거치면서 서울권에서 장기간 근무하는 경우가 많았다.
특수부 ‘쏠림’ 현상을 막는 방안도 추진된다. 부장검사 승진의 경우 근무기간의 40% 이상을 형사·공판·조사부(여성아동범죄조사부·서울중앙지검 조사 제1·2부)에서 보내야 한다. 서울중앙지검 부장검사로 보직을 맡는 데도 지방청에서 부장검사로 근무한 경력이 있어야 한다는 단서 조항을 내걸었다. 이외에도 육아·질병 휴직 중인 검사들을 앞으로는 복무평정 대상에서 제외하고 남자 검사도 출산·육아 편의를 위해 인사이동을 2년 미룰 수 있도록 했다. 다만 오랜 근무에 따른 유착·부패를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엄격한 심사를 거쳐 복무평정이 양호한 검사에게만 장기 근무를 허용하도록 했다. 또 평검사들이 전보 인사를 미리 대비할 수 있도록 매년 2월 첫째 주 월요일로 부임 시기를 못 박았다. 자녀 학교 문제 등에 대비할 수 있도록 최소 10일 전 인사안을 발표하도록 법제화한다는 방침이다. 이와 함께 수원고등검찰청이 생기는 등 인원 배치에도 변화를 줘야 하는 만큼 각 지방검찰청에 대한 인력 배치 조정 방안도 내부 준비를 하고 있다.
법무부는 “경향 교류 원칙을 강화해 인사 기회를 균등화하면 검찰의 중립·공정성도 개선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인사 불확실성 제고·기회균등 제공 등이 이뤄질 경우 말 그대로 ‘인사에 목숨을 거는’ 검사가 사라지고 자연히 검찰의 정치 중립성과 공정성이 지켜질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법조계에서는 실효성에 대해서는 고개를 갸우뚱하는 눈치다. 이번 검사인사규정 등 개정 적용 대상에서 고등검찰청 부장검사 이상은 제외됐다는 이유에서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인사 방향성에 대해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은 지휘 라인인 고검 부장검사급 이상”이라며 “인사 때마다 ‘하명 승진’ 등 비판이 나오는 자리도 주로 고위급인 터라 이들에 대한 인사 규정 확립 없이는 검찰의 정치 중립성 등이 지켜지기는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통상 정치적 편향성에 대한 지적을 받고 있는 자리가 윗선인지라 평검사 인사 규정 개정만으로는 검찰의 정치 중립성·공정성을 이뤄내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이날 법무부가 “현재 부장검사(29~30기) 인력 구조상 불가능해 앞으로 개선안을 만든다”고 밝힌 점도 이를 의식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현 규정을 적용하기에는 부장검사 수가 충분하지 않아 다른 방안을 강구하겠다는 것이다.
/안현덕·조권형기자 always@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