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화제의 책] 철학과 교수가 말하는 기술과 인간

인공지능시대 '인간'에 대한 철학적 물음과 해법 제시

■ 로봇 시대에 불시착한 문과형 인간

■ 다카하시 도루 지음, 한빛비즈 펴냄




‘자율주행자동차가 고양이를 발견했을 때 멈춰야 할까?’

‘인공지능 법률 프로그램이 판결선고를 한다면 법적 효력이 있는 것일까?’

‘사이보그를 입양하고 전 재산을 물려줄 수 있을까?


인공지능을 탑재한 상품과 서비스가 속속 등장하는 하이테크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이라면 한번쯤 떠올릴 법한 궁금증이다. 첨단기술의 발전으로 자동화가 가속화하면서 인간이 설 자리가 좁아질 것이라는 막연한 불안감이 엄습하면서 융복합적 사고와 교육이 강조되고 있지만 그 실체를 찾기는 쉽지 않다. 게다가 수학, 과학과는 거리가 멀어 문과를 선택한 학생들과 졸업생들의 위기의식은 끝없이 깊어만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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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기술에 대한 개념조차 이해가 쉽지 않아 ‘딴 세상’ 이야기처럼 느껴지는 문과형 인간에게 4차 산업혁명시대의 돌파구를 제시하는 책이 나왔다. 일본 와세다대 문화구상학부 교수인 저자가 학생들에게 나름 인기를 끌며 10년째 강의하고 있다고 서문에 밝힌 ‘기술 철학’ 과목을 바탕으로 집필한 ‘로봇 시대에 불시착한 문과형 인간(한빛 비즈)’이 그것. 저자는 자동화로 인한 일자리의 상실 등 인공지능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 대신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질문을 제시한다. 특히 <공각기동대> <채피> <허(HER)> <아바타> 등 영화와 애니메이션을 동원해 인간과 기계의 존재를 철학적으로 풀어나가며 이과적인 개념이 부족한 문과형 독자를 설득해 나간다.

결론은 다시 인간을 생각해야 한다는 것이다. 저자는 “철학이란 인간이란 무엇인가를 생각하는 학문으로 과학을 포함한 학문을 엮어 종합적으로 판단하는 학문”이라면서 “인공지능과 메카트로닉스 등의 결합해 사이보그가 등장할 정도의 기술진화가 급격해지고 있는 만큼 이 시점에 철학은 우리에게 다시 한번 인간이란 무엇인가라는 물음을 던진다”고 설명한다.

책은 기술발전에 대한 두려움 대신 그 실체를 이해하고 인간의 가치관을 재정립하는 데 철학의 역할과 실천방안을 소개한다. 아울러 복잡한 인공지능의 기술적 개념설명 대신 인공지능이 지금 우리 삶에 어디까지 도달해 있는지, 그 기술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협력할 수 있을지에 대해 논의한다. 고양이를 식별할 것인가에 대한 질문은 생명체에 대한 인식을 불러올 것이며, 인공지능 법률 프로그램은 기계가 인간들이 벌이는 소송에 판결을 선고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뚜렷한 결론이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아울러 사이보그의 입양과 상속에 앞서 그 실체를 어디까지 인정해야 할 것인가에 대한 논의부터 시작한다.다. 이 모든 것이 철학에서 비롯된다는 주장이 바로 책의 핵심 메시지다. 다가올 미래가 막연히 두렵기만 한 문과형이라면 일독을 권한다. 인간중심의 기술개발의 당위성을 찾고 미래가 좀 더 구체적으로 보일 것이다. /장선화 백상경제연구원 연구위원

장선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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