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이 제2본사(HQ2) 후보지를 예상과 달리 2개 도시에 분산하기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져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언론들은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최고경영자(CEO)가 정치 입문을 고려해 워싱턴DC를 유력 후보군으로 꼽았지만 워싱턴을 포함한 2개 지역으로 나눠 들어가기로 결정함에 따라 아마존 입장에서는 우수 정보기술(IT) 인력 확보를, 베이조스 CEO는 정계 진출을 위한 베이스캠프 마련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게 된다는 평가가 나온다.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인 아마존이 약 5만명의 인력을 배치할 제2본사를 2개 도시에 분산할 계획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국 북서부 시애틀에 본사를 둔 아마존은 그동안 제2본사 입지를 물색해왔고 워싱턴DC 인근의 버지니아주 크리스털시티가 가장 유력한 후보지로 거론됐다. 하지만 아마존 제2본사가 특정 도시에 들어서면 교통과 주거, 인력 확보 등 여러 측면에서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2곳으로 분산하려는 것이라고 WSJ는 전했다.
WSJ는 2개 지역으로 분산하는 가장 큰 이유로 우수 인재 확보를 꼽았다. 그러면서 이 같은 아마존의 제2본사 분할 결정은 50년래 최저 실업률을 기록하고 있는 미국의 IT 업계에서 벌어지는 구인난 상황이 반영된 결과라며 아마존도 최근 클라우드 컴퓨팅 부서와 인공지능 부문에서의 채용에 박차를 가하고 있지만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설명했다. 시애틀의 부동산 스타트업 시티빌더의 브라이언 코플리 공동창업자는 지난달 22일 WSJ에서 “제2본사로 선정되는 지역은 세 가지를 보장해야 한다”며 “첫째도 IT 인재, 둘째도 IT 인재, 셋째도 IT 인재”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유력한 후보군으로는 크리스털시티를 비롯해 댈러스·뉴욕 등이 꼽힌다. 텍사스주의 댈러스는 개인소득세와 법인세가 없어 미국 내에서 ‘가장 기업 하기 좋은 주’로 주거비용이 낮고 조세감면·보조금 등의 인센티브가 제공된다는 강점이 있다. 뉴욕주는 주지사가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앤드루 쿠오모 뉴욕주지사는 “매우 강력한 인센티브를 제공할 것”이라며 “아마존 유치를 위해서라면 내 이름을 아마존 쿠오모로 바꿀 수 있다”고까지 말했다.
주목할 점은 워싱턴DC 인근의 버지니아주 크리스털시티가 유력 후보로 포함돼 있다는 점이다. 베이조스 CEO의 집이 워싱턴DC에 있고 그가 워싱턴포스트(WP)지를 소유하고 있다는 점에서 크리스털시티는 당초에도 유력 후보로 꼽혔는데 2개로 분산되는 후보지에 또다시 포함된 것이다. 아마존이 인센티브나 부지 확보에 대해 버지니아주와 논의 중이라는 소식이 전해지자 크리스털시티가 속한 알링턴카운티의 집값이 지난해 대비 2% 상승한 것도 이 같은 분위기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이런 배경 때문에 외신들은 아마존이 워싱턴DC에 입성하면 베이조스 CEO가 정치 영역에 한발 더 다가가는 것 아니냐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아마존의 회사 입장과 베이조스 CEO의 정치적 입장을 둘 다 고려한 최적의 선택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아마존 제2본사 유치전에는 미국과 캐나다 238개 도시가 제안서를 내면서 경쟁률이 119대1를 기록하고 있다. 최종 후보지는 워싱턴DC와 뉴욕(뉴욕주), 오스틴·댈러스(텍사스주) 등 20개 도시로 압축된 것으로 전해졌다. 아마존은 이르면 이번주 내로 최종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베이조스 CEO는 최근 인터뷰에서 “많은 데이터를 검토하겠지만 궁극적으로는 직관(마음)으로 유치 도시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