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내년도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을 2.6%로 전망했다. 앞선 지난 5월 내놨던 2.7% 전망보다 0.1%포인트 낮췄다. 올해 성장률 전망치도 2.9%에서 2.7%로 0.2%포인트 내려 잡았다. 급격히 위축된 설비·건설투자가 성장세를 크게 깎아 먹을 것으로 예상했다. 올해 4·4분기 취업자 수 증가 폭은 월 평균 ‘0명’에 그칠 것이라는 참담한 전망도 내놨다.
KDI는 6일 발표한 ‘2018년 하반기 경제전망’에서 내년 경제성장률을 2.6%로 예상했다. 당초 전망보다 0.1%포인트 낮췄다. 투자 위축으로 내수 경기가 둔화하는 가운데 우리 경제의 버팀목 역할을 해 온 수출 증가세도 완만해질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특히 심각한 부분은 급격한 투자 위축이다. KDI는 올해 설비투자 증가율이 지난 5월 때 전망했던 3.5%보다 크게 악화한 -1.8%에 그칠 것으로 봤다. 건설투자 역시 -1.5%에서 -3.6%로 예상했다. KDI 측은 “설비와 건설투자가 각각 0.5%포인트씩 성장률을 낮춰 전반적인 투자 위축세가 성장률을 1%포인트 낮추는 효과를 낼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설비투자가 지속적으로 저조한 모습을 보이는 것은 올해와 내년 경기 뿐 아니라 앞으로 우리나라 산업경쟁력에 대한 상당히 큰 우려를 하게 한다”고 지적했다.
내년 민간소비 역시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성장 정책에도 불구하고 부동산·주식 등 자산가격 하락과 가계부채 상환 부담 영향으로 증가율이 올해보다 둔화할 것으로 내다봤다. 내수를 지탱하는 투자와 소비 모두 부진할 것으로 판단한 것이다.
‘단기 일자리’ 등을 쏟아내는 정부 일자리 정책에도 올해 월 평균 취업자 수 증가 폭은 7만~7만5,000명에 그칠 것으로 예상했다. 지난 5월 전망 때 20만명대를 예상했던 것의 3분의1 토막 수준이다. 통계청이 발표한 9월까지의 누적 취업자 수 누적 증가가 90만4,000명이고, 월 평균으로 10만명 수준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10~12월(4분기) 취업자 수가 사실상 ‘0명’이거나 마이너스(-)라는 의미다.
KDI는 정부의 소득주도성장 정책에도 강력한 경고 메시지를 보냈다. KDI는 “소득주도성장의 근본 취지는 공감하지만 단기적 측면에서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는 점은 부인하기 어렵다”면서 “장기적 효과가 나타나길 손 놓고 기다릴 수만은 없는 상황”이라고 강력 경고했다. 한국 경제 상황이 그만큼 심각하다는 의미다. 그러면서 “혁신성장 측면에서 다양한 정책패키지가 제시돼야 할 국면”이라고 진단했다.
통화정책에 대해서는 “내수 경기 둔화와 고용 부진으로 물가가 빠르게 상승하기 어려운 상황임을 고려해 현재 수준의 완화적 기조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면서 “통화 기조를 긴축적으로 전환할 필요성은 높지 않은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미국과의 금리 차 확대 등으로 인한 자본유출을 막기 위해 한국은행의 금리 인상 필요성이 제기되는 상황에서, 국내 경기 상황을 놓고 봤을 때는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을 피력한 것이다.
/세종=한재영기자 jyha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