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대구 영진전문대학교가 교내에서 개최한 해외취업박람회에 일본에서 특별한 손님이 찾아왔다.
도쿄에 본사를 둔 리크루트R&D스테핑의 사장과 인사부장 등 9명이 직접 학교를 방문해 입사를 앞둔 이 학교 학생들을 위해 채용내정식을 개최한 것이다. 이 기업이 속한 일본 리크루트 그룹은 지난해 매출 18조원을 기록한 대기업이다.
채용내정서를 전달받은 학생은 일본기계자동차반(컴퓨터응용기계계열) 2학년 17명과 일본전자반도체반(전자정보통신계열) 2학년 14명 등 모두 31명이다.
정영철 교수(컴퓨터정보계열)는 “일본 기업은 채용내정식이라는 독특한 기업 문화가 있는데 기업이 외국 채용 대상자를 찾아가 내정식을 개최해 주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고 말했다.
박람회에는 또 후쿠오카현 키타큐슈시의 공무원이 현지 5개 기업 관계자를 이끌고 학교를 찾아와 기업설명회를 열고 인재 영입에 나서기도 했다. 대학 자체 취업박람회가 우수 인재를 선점하려는 일본 기업의 열기로 후끈 달아오른 것이다.
6일 영진전문대에 따르면 이 대학은 이번에 내정서를 받은 학생을 포함해 2019년 졸업 예정 재학생 중 120여명이 이미 해외 취업을 확정했다. 취업 기업 중에는 소프트뱅크(6명), 라쿠텐(3명) 등 일본 우수 학생들도 입사하기가 어려운 대기업도 다수 포함돼 있다.
영진전문대는 수년 전부터 해외 취업에서 두각을 나타내며 주위 대학의 부러움을 사고 있다. 교육부 대학알리미 공시를 보면 영진전문대의 해외취업자 수는 97명(2016년 졸업자 기준)으로 국내 전문대학을 통틀어 가장 많다. 2015년 72명에 이어 2년 연속 전국 1위를 차지했다.
해외 중에서도 특히 일본에 대한 선택과 집중이 적중했다. 일본 취업자는 2014년 52명, 2015년 64명, 2016년 78명, 2017년 86명, 2018년 145명 등으로 해외 전체 취업자 중 80% 이상을 차지한다.
특히 일본IT기업주문반(3년제)의 경우 2013년부터 2018년까지 6년 연속 졸업자 전원이 일본 기업에 입사하는 기쁨을 누렸다. 저출산·고령화로 인력난에 처한 일본 기업이 이 학교 우수 졸업생을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되고 있는 셈이다.
영진전문대가 해외 취업에서 독보적인 성과를 내는 비결은 10여년 전부터 ‘해외취업 특화반’을 가동하며 해외 취업에 집중했기 때문이다.
최재영 총장은 “기업 눈높이에 맞춘 주문식 교육 기반의 해외취업반을 가동하며 해외현지학기제, 글로벌 현장학습 등의 프로그램을 운영한 결과 글로벌 기업에서 인재를 선점하려는 분위기가 형성됐다”고 전했다.
실제로 이 학교는 2007년 일본기계자동차반과 일본IT기업주문반을 각각 신설하며 해외 취업문을 두드리기 시작했고 현재 8개 해외취업반을 운영하고 있다.
해외취업반은 30명 내외의 소수로 편성해 현지 기업의 요구를 철저히 반영한 교육과정으로 운영된다. 방학에는 해외 현지연수 프로그램에 참여해 기업문화와 실생활 언어를 습득하고 해외 취업에 대한 강한 동기를 불어넣는다.
지난해 소프트뱅크에 입사한 송한얼(25)씨는 “학교에서 배운 실무 프로젝트와 일본어 실력이면 취업 준비는 충분하다”며 “입사하려는 회사의 가치와 사업 분야, 최신 성과 등을 꼼꼼히 파악해 면접에 임하면 합격할 수 있다”고 말했다./대구=손성락기자 ssr@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