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로소프트(MS)가 자사의 클라우드(가상 저장 공간) 서비스인 ‘애저’ 사업의 한국 시장 내 경쟁력 강화를 위해 부산 지역에 추가로 데이터센터를 구축한다. 한국에서만 3개의 데이터센터를 운영하게 되는 것으로 기존 사업자인 아마존(아마존웹서비스·AWS)과 오라클(오라클 클라우드)은 물론이고 새로 뛰어드는 구글(구글 클라우드)을 견제하기 위한 선제 조처로 보인다.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 글로벌 최고경영자(CEO)는 7일 서울 서대문구 그랜드힐튼호텔에서 열린 ‘퓨처 나우 인공지능(AI) 컨퍼런스’ 기조연설을 통해 “이미 한국에 데이터센터를 구축했지만 또 다른 새로운 시설을 부산에 짓고 있다”면서 “인프라 확충은 한 번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고 앞으로도 계속 확장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지난해 2월 수도권과 부산 지역에서 데이터센터 가동을 시작했다. 이에 따라 한국은 데이터센터가 2곳이 연결돼 대규모 트래픽(접속량)을 처리할 수 있는 ‘리전’으로 등록됐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전 세계 54개 지역에 리전을 두고 있다.
한국마이크로소프트 관계자는 “기존 시설 외 새로운 데이터센터를 부산 지역에 구축하는 단계”라면서 “완공 시점은 아직 확정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국내 클라우드 시장에 진출한 글로벌 사업자 중 한국에 데이터센터를 3개 이상 두는 것은 마이크로소프트가 유일하다.
마이크로소프트뿐만 아니라 오라클과 구글도 각각 내년에 한국에 데이터센터를 열 예정이다. 아마존은 이미 2016년 한국에 리전을 설치했다. 다수 글로벌 기업의 광범위한 한국 클라우드 시장 공략이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셈이다.
다만 국내 클라우드 업계에서는 글로벌 기업의 적극적인 행보를 반기지 않는 분위기다. 이미 아마존과 마이크로소프트 등 글로벌 기업이 한국 클라우드 시장을 주도하는 상황에서 데이터센터 확충 등을 통해 ‘미개척지’인 공공·금융 서비스 영역으로도 진입을 시도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클라우드 사업자가 공공 분야에 진출하려면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보안인증’이 필요한데 까다로운 조건이 붙어 글로벌 기업 중에는 받은 곳이 없다. 또한 금융위원회도 내년 1월 ‘금융권 클라우드 가이드라인’을 마련할 예정이어서 글로벌 클라우드 사업자의 금융 클라우드 시장 진출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에 미국 상공회의소는 지난달 한국 정부 쪽에 “클라우드 보안인증 기준을 완화해야 한다”고 요구하기도 했다.
국내 클라우드 기업의 한 관계자는 “공공 분야나 금융권에 쌓이는 데이터는 가장 민감하고 중요한 내용”이라면서 “한국 정부의 행정력이 사실상 닿지 않는 해외 사업자에 문을 열어주면 보안 사고가 발생할 때 실태조사나 구제 조처 등을 실질적으로 취하기 어려울 것으로 우려된다”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