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후 설화(舌禍)가 끊이지 않는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또다시 실언으로 곤욕을 치르고 있다. 이번에는 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 독일에 부역했던 필리프 페탱을 ‘위대한 군인’으로 추켜세워 구설에 올랐다.
7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마크롱 대통령은 이날 오전 1차 세계대전 격전지였던 샤를빌메지에르를 방문해 “프랑스를 승리로 이끈 장군들을 추모하는 것은 옳다”면서 페탱에 대해 “그가 위대한 군인이었다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페탱이 1차 대전에서와 달리 2차 세계대전 때는 재앙 같은 선택을 했다”며 공과가 모두 있다고 강조했다.
페탱은 1차 세계대전이 한창이던 지난 1916년 베르됭에서 독일군을 저지하는 등 큰 공을 세웠으나 2차대전 당시인 1940년 5월 프랑스가 독일에 점령당하자 아돌프 히틀러와 화친을 주장하며 남부 비시에 나치에 협력하는 부역 정권을 세운 인물이다.
마크롱 대통령의 발언이 알려지자 유대계 인사들과 야권은 거세게 반발했다. 프랑시스 칼리파 프랑스유대인협회 대표는 성명을 내고 “2차 대전 당시 수천 명의 유대인을 추방해 나치 수용소에서 죽게 한 장본인을 대통령이 칭송한 것에 충격받았다”고 비난했다. 논란이 커지자 마크롱 대통령은 “페탱이 저지른 범죄를 변명하는 것이 아니라 프랑스 역사가 정확하게 기억되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며 수습에 나섰다.
마크롱 대통령은 지금까지 잦은 말실수로 점수를 깎아 먹어왔다. 5월 호주 방문 때는 말콤 턴불 호주 총리의 부인에 대한 부적절한 표현으로 논란을 일으켰으며 9월에는 취업난에 시달리는 프랑스 청년에게 “일이 없는 게 아니다. 업종을 바꾸면 된다”는 식의 현실과 동떨어진 발언을 해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