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의 제2 본사(HQ2)가 단일 도시가 아닌 2개 도시 공동 선정 쪽으로 방향이 잡혔다는 보도가 나온 직후인 6일 뉴욕타임스(NYT)는 “아마존이 미끼 상술(Bait-and-Switch)을 썼다는 표현을 써가며 신랄하게 비판했다. 제품 가격을 크게 내려 광고한 뒤 소비자가 막상 사려고 하면 해당 물건이 없다면서 비슷한 상품을 높은 가격에 사도록 만드는 전형적인 소비자 기만 상술과 같은 결정이라고 비꼬은 것이다.
소셜네트워상에서는 ‘웃음거리’, ‘사기극’, ‘이목 끌기 곡예’라는 등의 비판이 줄을 이었다. 시민단체들도 “충격적이다. 그들은 신청도시만 속인 것이 아니라 우리 모두를 속였다”고 비난했다.
왜 이런 비난이 쏟아지는 걸까.
아마존은 1년 여전 시애틀 본사와 비슷한 규모의 제2 본사를 다른 북미 도시에 설립할 계획이라면서 “해당 도시는 연 50억 달러(5조6,000억원)의 직접투자와 5만 개의 고급 일자리를 받게 될 것”이라고 발표했다. 아마존 사옥 유치에 따른 지역 경제 발전이라는 과실을 기대할 수 있어 북미 지역의 238개 도시가 앞다퉈 유치 신청서를 냈다. 심지어 미국은 물론 캐나다 멕시코 도시들까지 유치 경쟁에 뛰어들었다.
아마존은 이 가운데 뉴욕과 애틀랜타, 덴버, 시카고, 보스턴, 워싱턴 등 20개 도시를 최종 후보지로 압축한 뒤 임원들이 직접 도시를 방문해 시 관계자들을 심층 면접하고, 각종 도시 인프라 관련 정보를 제출받았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아마존이 제 2 본사를 2개 지역으로 분산해 짓겠다는 놀라운 소식을 전하면서 유치에 경쟁에 나섰던 도시들은 제 2본사 유치 효과가 상쇄될 것이라며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NYT는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CEO가 5년 전 한 방송에 출연해 “4∼5년 이내에 드론이 물건을 배달할 것”이라고 말한 뒤 많은 언론에서는 이미 그렇게 하는 것처럼 수많은 기사를 쏟아냈지만, 드론은 아직 날고 있지 않다면서 이번 제2 본사 건도 이와 유사한 케이스라고 꼬집었다. 시애틀대학 법학과의 찰스 오켈리 교수는“아마존 제2 본사는 가상일 뿐이며 언론과 정치인, 지방정부를 속이기 위한 것이었다”고 꼬집었다. 공동 선정 보도가 나오기 전부터 한 군데가 아니라 복수가 될 것으로 전망했던 오리건주 포틀랜드의 싱크탱크 ‘시티 옵서버토리’는 “만일 단일 도시를 선정할 경우 경쟁자들은 실망하게 되고, 아마존의 협상력은 훨씬 약화할 것”이라면서 애초부터 아마존은 2개 이상의 도시를 염두에 뒀을 것으로 비판했다.
WSJ은 아마존 내부 소식통을 인용해 ”제2 본사가 특정 도시에 들어서면 교통과 주거, 인력확보 등 여러 측면에서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2곳으로 분산하려는 것“이라며 ”특히 충분한 IT 인재를 확보하기 위한 것“이라고 전했다. 당초 5만 명 채용 약속과 관련해서는, “두 곳으로 분산하면 각각 2만5,000명씩 고용하면 된다”고 보도했다.
그렇다면 아마존이 2개 도시에 분산하기로 가닥을 잡은 배경은 무엇일까.
외신들은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최고경영자(CEO)가 정치 입문을 고려해 워싱턴DC를 유력 후보군으로 꼽았지만 워싱턴을 포함한 2개 지역으로 나눠 들어가기로 결정함에 따라 아마존 입장에서는 우수 정보기술(IT) 인력 확보를, 베이조스 CEO는 정계 진출을 위한 베이스캠프 마련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게 된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우선 WSJ가 지목한 것처럼 아마존이 2개 지역으로 분산하는 가장 큰 이유인 우수 인재 확보는 제2 사옥을 분산해 짓게 될 경우 분명 효과적일 것이다. 특히 50년래 최저 실업률을 기록하고 있는 미국의 IT 업계에서 벌어지는 구인난 상황이 반영된 결과라는 담겨 있다. 실제 아마존은 최근 클라우드 컴퓨팅 부서와 인공지능 부문에서의 채용에 박차를 가하고 있지만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시애틀의 부동산 스타트업 시티빌더의 브라이언 코플리 공동창업자는 지난달 22일 WSJ에서 “제2본사로 선정되는 지역은 세 가지를 보장해야 한다”며 “첫째도 IT 인재, 둘째도 IT 인재, 셋째도 IT 인재”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또한 아마존에 들어가고 싶은 인재들도 자신의 형편에 맞춰 지역을 선택해 근무할 수 있어 회사와 직원들이 상부상조할 수 있는 셈이다.
동시에 베이조스 CEO는 정계 진출을 위한 포석도 담겼다는 분석도 나온다. 외신들은 워싱턴DC 인근의 버지니아주 크리스털시티가 유력 후보로 포함돼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베이조스 CEO의 집이 워싱턴DC에 있고 그가 워싱턴포스트(WP)지를 소유하고 있다는 점에서 크리스털시티는 당초에도 유력 후보로 꼽혔는데 2개로 분산되는 후보지에 또다시 포함됐기 때문이다. 미국 재계는 아마존이 워싱턴DC에 입성하면 베이조스 CEO가 정치 영역에 한발 더 다가가는 것 아니냐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아마존의 회사 입장과 베이조스 CEO의 정치적 입장을 둘 다 고려한 최적의 선택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베이조스 CEO는 최근 인터뷰에서 “많은 데이터를 검토하겠지만 궁극적으로는 직관(마음)으로 유치 도시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