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기업족쇄부터 풀어라] ⑥ 커지는 정책리스크..공정법 독소조항에 지배구조 졸속개편 우려

<1>발목 잡는 10대 붉은 깃발

⑦ 끝나지 않는 적폐청산-'대기업=적폐' 인식에 눈치보기만

⑧ 사라지지 않는 규제-말뿐인 규제개혁에 4차혁명 먼길

⑨ 여전한 부처 이기주의-이견 조율 멈춰 신산업 지지부진

⑩ 조사공화국-툭하면 사정기관 동원해 업무 마비

문재인 대통령이 9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공정경제전략회의에 참석해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과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문재인 대통령이 9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공정경제전략회의에 참석해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과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⑥정책 리스크=최저임금 인상,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등 친노조 고비용 정책들이 기업 발목을 단단히 잡고 있다. 특히 올해 16.4% 올라 시간당 7,530원인 최저임금은 내년에 두 자릿수인 10.9% 인상돼 8,350원이 적용된다. 한계기업에 직격탄이 될 수밖에 없다.

여기에 11월 국회에서 논의 예정인 상법 개정안, 공정거래법 전부 개정안 등은 대기업 경영권을 흔들 수 있는 독소조항을 품고 있다. 상법 개정안만 해도 이사 선임 시 의결권 집중이 가능한 집중투표제, 모회사 지분을 0.01%만 보유하면 자회사 임원에게 소송 권리를 부여하는 다중대표소송, 대주주 의결권을 3%로 제한하는 감사위원 분리선임제도 등이 담겼다.


전속고발제 폐지 및 사익 편취 적용(일감 몰아주기) 대상 확대 등을 골자로 한 공정거래법 전부 개정안도 문제다. 전속고발제 폐지의 경우 허위 고발이나 허위 자진신고가 늘어날 수 있고 공정거래위원회와 검찰이 기업을 이중 조사하는 부작용이 급증할 것이라는 우려가 높다. 일감 몰아주기의 규제 대상도 대거 확대돼 기업의 졸속 지배구조 개편이 염려될 정도다. 재계의 한 임원은 “법안들이 기업의 경영 자율성을 침해하는 등 글로벌 스탠더드에 역행한다는 게 큰 문제”라고 꼬집었다.

⑦끝나지 않는 적폐청산=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9일 ‘공정경제전략회의’에서 “우리는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이 됐지만 성장과정에서 공정을 잃었다”며 “함께 이룬 결과물이 대기업집단에 집중됐고 중소기업은 함께 성장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날 발언을 들은 재계는 불안감을 감추지 못했다. ‘홍남기-김수현’이라는 2기 경제팀의 출범에도 불구하고 ‘대기업=적폐’라는 이념 지향적 인식이 여전하다는 것이다. 최근 논란인 협력이익공유제의 연내 법제화 추진, 사업장 안전 등을 명분으로 한 과도한 영업기밀정보 요구 등도 같은 맥락이라는 게 기업들의 판단이다. 투자와 고용의 주체인 기업들이 정권 눈치 보기에 급급할 수밖에 없다. 경제단체의 한 임원은 “정권이 원체 기업과 각을 세우다 보니 경제부총리와 대기업 총수 간 만남을 두고서는 본질과 무관하게 투자 구걸 논란이 일지 않았느냐”며 “기업들이 정책 건의조차 하기 힘든 환경”이라고 토로했다. 당장 삼성전자의 경우 내년 초 이재용 부회장의 최종심을 앞두고 있다. 만약 이 부회장의 활동에 제약이 생긴다면 올 초 재개된 글로벌 네트워크 복원과 조 단위 투자 결정에 차질이 불가피하다. 기업들이 마음껏 뛸 수 있는 환경과 여건을 조성해줘야 한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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⑧사라지지 않는 규제=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5일 ‘상공회의소 회장단회의’에서 “지난 4년간 40번 가까이 규제개혁 과제를 건의했지만 성과가 부진하다”며 “이제는 규제가 국민 기본권을 침해할 수준”이라고 울분을 터트렸다. 그는 “4차 산업혁명 등 급속한 트렌드 변화를 담을 그릇에 대한 준비가 전혀 안 돼 있다”고도 했다. 특히 개인정보·원격의료·게임산업·공유숙박·헬스케어 등의 분야는 규제 덫에 걸려 옴짝달싹 못하는 대표적인 분야로 꼽힌다. 조선·철강·자동차 등 주력산업이 줄줄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신산업마저 규제로 활로를 열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개인정보를 활용한 빅데이터만 해도 금융·의료·유통·공공 등에서 활용방안이 무궁무진해 21세기의 원유로 통한다. 그런데 국내는 개인정보보호법·정보통신망법·신용정보법 등 3개 법이 정보활용을 제약하고 있는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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⑨부처 이기주의=원격의료를 두고 기획재정부와 보건복지부는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기재부는 일자리 창출 효과가 큰 원격의료 규제를 완화하기 원하지만 복지부는 원격의료 시스템 구축 과정에서 의료비용이 더 높아 진다며 반대하고 있다. 투자개방형 의료법인, 영리목적 자회사 설립 등을 두고도 기재부와 복지부의 입장이 다르다. 우버 같은 차량공유 서비스를 두고는 기재부와 국토교통부 의견이 갈린다. 기재부는 차량공유 서비스의 전국 확산이 어렵다면 지방자치단체별 맞춤 서비스를 추진할 계획이다. 국토부는 승객 안전 우려, 택시 업계 반발 등을 이유로 들며 신중한 자세를 보이고 있다. 신재생에너지를 놓고서는 산업통상자원부와 환경부가 부딪히고 있다. 산업부는 2030년까지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20%까지 끌어올리며 관련 일자리를 만들 계획이다. 환경부는 환경파괴를 이유로 풍력과 태양광 발전 확대에 소극적이다. 게임산업에서는 문화체육관광부와 여성가족부가 대치하고 있다. 문체부는 게임산업을 건전한 여가 문화로 정착시키며 활성화하려 하고 있다. 반면 여가부는 청소년의 게임시간을 제한하는 ‘게임셧다운제’에서 물러설 생각이 없다. 부처 간 이견 조율능력이 멈춰 섰다는 볼멘소리가 터져 나올 만한 상황이다.

⑩조사공화국=사정기관을 동원한 유무형의 압박도 기업을 옥죈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경우 검찰에 불려 나가 포토라인에 선 횟수만 올 들어 네 번에 달한다. 유무죄가 결론 나지도 않은 상태에서 검찰이 조 회장을 비공개 수사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철저히 외면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잘못된 점이 있으면 철저히 따져야겠지만 이쯤 되면 재벌 망신주기라는 비판이 나와도 이상하지 않다”고 말했다.

삼성을 향한 압박은 유별나다. 올 9월 이재용 부회장의 방북 전날에는 노조 와해 관련으로 여덟 번째 압수수색이 이뤄졌다. 검찰이 수사 중인 사건만 해도 노조활동 방해, 삼성바이오로직스 공시 위반 의혹, 에버랜드 공시지가 급등락 의혹 등 부지기수다. 현 정부 들어 기업별 사정기관에 의한 조사 건수는 삼성 10건(추경호 자유한국당 의원실), 현대차 5건, 롯데 11건, SK 8건 등에 달한다. 재계 관계자는 “한 번 압수수색이 있으면 업무가 마비된다”며 “무역분쟁 등의 여파로 경영 불확실성이 커진 환경에서 본연의 업무에 집중하기 더 어렵다”고 말했다.
/이상훈·신희철기자 shlee@sedaily.com

이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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