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공무원도 근로장려금 혜택' 누가 납득하겠나

내년부터 공무원도 근로장려세제(EITC) 수혜 대상에 포함된 사실이 확인됐다. 서울경제신문 보도에 따르면 EITC 제도가 내년부터 대폭 확대되면서 8급 공무원 중간호봉까지 근로장려금을 받을 수 있다고 한다. 가족 구성원과 맞벌이 여부, 자산 규모 등에 따라 개인적 편차가 있지만 공무원까지 보조금을 받는다니 황당하기 그지없다.


EITC가 어떤 제도인가. 정부가 보조금을 줘가면서 빈곤층의 근로의욕을 북돋우기 위한 사회안전망의 하나다. 근로를 통한 빈곤 탈출과 경제적 자립이 주된 목적이다. 하지만 공무원은 국가가 보조금까지 줘가며 공직에 나서라고 권유할 대상이 못 된다. 무엇보다 공무원이 빈곤층 내지 돌봄이 필요한 취약층이라는 전제는 사회적 통념과 너무나 거리가 멀다. 그렇다면 지나가던 소도 웃을 일이다. 민간 일자리와 달리 정년이 보장된 안정적 직업이기도 하다. 그래서 지금도 공무원 하겠다고 최대 50만명의 ‘공시족’이 대기하고 있다. 연봉이 민간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박하다고 하지만 정년 이후 높은 연금수령액을 고려하면 딱히 보수가 낮다고 볼 수도 없다. 공직의 여러 특수성을 감안하지 않은 채 소득과 자산 같은 기계적인 잣대만 들이댄 것부터 잘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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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에 대한 근로장려금 지급은 복지 확충의 과속이 부른 역설이 아닐 수 없다. 정부는 소득주도 성장의 일환으로 내년부터 EITC 지급 기준을 대폭 확대했다. 부양가족이 있는 홑벌이 소득 기준은 종전 2,100만원에서 3,000만원으로 상향 조정된다. 공무원 8급 1호봉의 연간 총소득이 2,455만원쯤 되니 적지 않은 공직자가 근로장려금을 받게 되는 황당한 일이 벌어지는 것이다.

현행 제도는 지금도 몇몇 허점이 있다. 1년 미만 초단기로 일하면서도 월 소득이 높은 근로자까지 수혜 대상이 된다. 국회에는 이런 맹점을 보완하는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이 계류돼 있다. EITC는 반드시 지원이 필요한 계층에 실질적 혜택이 가도록 설계해야 한다. 불필요한 지급 대상자를 걸러내고 본연의 취지대로 제도를 고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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