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주의 시대에서 현대인은 주변을 돌아볼 기회도 없이 삭막한 일상을 살아간다. 이런 일상 속에서 아이러니하게도 개인의 소비지출은 답답한 삶 속에서 숨 쉴 틈이 되어준다. 최근 일부 상업공간들은 단순한 자본논리에 점철되지 않고 사람의 감정을 교류하는 곳이자 다양한 생활을 담는 ‘문화 생산의 공간’, ‘공유경제’ 개념으로 발전하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충청북도 청주의 성안길 상가는 그렇지 못했다. 일상이 담겨야 할 공간들이 소비만을 양산하는 상업블록으로 인해 파편화됐고 서로 간의 갈등 문제는 블록 전체로 번졌다.
청주에 사는 박지영(청주대학교 5학년 건축학과)씨는 각각의 상가가 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공존을 도모할 수 있도록 공간을 만드는 게 필요하다고 봤다. ‘다시 열린 상가, 일상을 스치다’가 나오게 된 배경이다.
파편화돼 쪼개진 블록을 어떻게 통일할 것인지가 주안점이었다. 서로 협정을 맺어 집합된 공간을 ‘콜렉티브 스페이스(Collective Space)’ 개념으로 명명하고, 블록 내 폐건물과 공실로 비워진 임대 공간들을 연결하는 것을 주된 방식으로 삼았다. 문제점으로 보았던 ‘획일된 동선’, ‘벽과 벽의 단절’ 속에 공공의 영역을 삽입해 내부 흐름의 핵심지가 될 수 있도록 했다. 보행자들의 접근성을 높여 더 일상적인 공간의 느낌을 내는 데도 주력했다. 박지영 씨는 “각각의 문제점들을 해결하고 하나 하나가 소외됨 없이 동시 다발적으로 모여 새로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도록 방안을 모색했다”며 “파편화된 조각들이 통일을 이뤄 사람들에게 더 나은 일상적인 공간을 제공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