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재정에 기대는 국민연금 개혁 안된다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을 50%로 올리면 기금고갈이 빨라진다는 분석이 나왔다. 석재은 한림대 교수와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보험료율은 그대로 둔 채 소득대체율을 50%로 올리면 국민연금 가입자의 보험료 대비 연금수령액은 현행 2.78배에서 3.47배로 치솟는다. 낸 것보다 훨씬 많이 타가니 기금이 온전할 리 없다. 2057년으로 예상됐던 고갈시기는 3년이나 앞당겨진다.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이나 김연명 신임 청와대 사회수석의 지론이 현실화되면 벌어질 시나리오다.


기금이 바닥나도 보험료를 낸 국민들이 있다면 연금은 꼬박꼬박 나가야 한다. 그 규모가 2054년부터 2068년까지 6,661조원이나 된다. 문 대통령이 보험료를 최대 3%포인트 올리는 방안을 퇴짜놓고 최소한의 인상만 강조했으니 이것만으로는 감당할 길이 없다. 국가가 지급을 보장하거나 김 신임 수석의 평소 주장대로 그해 걷어 그해 지급하는 ‘부과식’으로 바꾼 후 나머지는 기초연금 강화를 통해 해결하는 것뿐이다. 모두 재정을 쏟아부어야만 해결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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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 세대에게는 이 모든 것이 재앙이다. 현행 연금체제를 지속하려면 2054년 이후 매년 600조원 이상의 세금이 필요하고 부과식으로 바꿔도 소득의 최대 38%를 보험료로 내야 한다. 현재 30세 미만 또는 아직 태어나지 않은 미래 세대들이 짊어져야 할 짐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가혹하다. 연금의 지속 가능성은 사라지고 세대 간 연금 갈등이 그 자리를 차지할 게 뻔하다. 현재 2030세대 중 국민연금 폐지 주장에 동조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는 것을 정부가 아는지 모르겠다.

이 같은 갈등을 조금이라도 줄이는 길은 기금 수익률을 올리는 것이다. 그러고도 모자라는 것은 보험료율을 올리는 수밖에 없다. 국민연금을 더 내고 제대로 받는 방식으로 바꾸는 정공법만이 미래 세대를 재앙으로부터 구하고 연금의 지속 가능성을 보장하는 길이다. 문제를 솔직히 인정하고 국민들에게 진솔하게 다가가 설득해야 한다. 과거 20년간 정부가 그런 것처럼 여론의 반발이 무섭다고 마냥 피하기만 한다면 남는 것은 결국 파국뿐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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