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방송 출연 취소 등 ‘혐한 기류’도 방탄소년단의 뜨거운 인기를 막지 못했다. 일본 오리콘 주간 싱글차트 1위, 일본 돔투어 전석 매진 등 방탄소년단의 거침 없는 하이킥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13일 발표된 일본 오리콘 주간 싱글차트(5일~11일)에 따르면 지난 7일 발매한 방탄소년단의 아홉 번째 싱글 ‘페이크 러브/에어플레인 파트2(FAKE LOVE/Airplane pt.2)’는 45만 4,829 오리콘 포인트(오리콘이 음반 판매량을 바탕으로 매기는 점수)를 기록해 주간 싱글 차트 1위를 차지했다. 방탄소년단은 해외 아티스트로서는 처음으로 오리콘 차트에서 발매 첫 주 40만 포인트를 돌파했다. 또 데일리 싱글 차트에서도 발매 첫날 1위에 등극, 6일 연속 1위를 이어가고 있다. 이번 싱글에는 한국 가수 최초로 미국 ‘빌보드 200’에서 1위를 한 ‘러브 유어셀프 전 티어’(LOVE YOURSELF 轉 Tear)의 ‘페이크 러브’와 ‘에어플레인 파트.2’의 일본어 버전 등 4곡이 수록됐다.
일본 전역을 순회하는 방탄소년단의 돔투어도 일본 팬들의 높은 관심으로 순식간에 표가 동이 날 지경이다. 13~14일 도쿄돔을 시작으로 진행되는 방탄소년단의 ‘러브 유어셀프’ 일본 돔투어는 열도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도쿄돔 콘서트는 물론, 21일·23∼24일 오사카 교세라돔, 내년 1월 12∼13일 나고야돔, 2월 16∼17일 후쿠오카 야후오쿠돔에서 콘서트를 이어가는 가운데 공연 티켓은 일찌감치 모두 매진됐다.
방탄소년단의 이 같은 인기 자체는 전혀 새로운 것이 아니지만 일본의 ‘흠집내기’에도 인기가 큰 영향을 받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지난 8일 일본 TV아사히 ‘뮤직 스테이션’은 멤버 지민이 입은 이른바 ‘광복’ 티셔츠를 핑계로 방송출연을 전날 취소했다. 지난해 촬영된 유튜브 다큐멘터리 ‘번 더 스테이지’에서 지민이 입고 나온 티셔츠에는 광복을 맞아 만세를 부르는 사람들의 모습, 원자폭탄이 터지는 장면이 담긴 사진과 애국심(PATRIOTISM), 우리 역사(OURHISTORY), 해방(LIBERATION), 코리아(KOREA) 등의 영문이 프린팅 돼 있었다. 영상이 공개됐을 당시 우익 성향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서 논란이 됐다가 지난달 26일 일본 우익 매체인 일본 도쿄스포츠의 보도가 반일 논란을 대대적으로 확산시켰다. 지민의 티셔츠 사진과 함께 “방탄소년단의 ‘반일 활동’이 한국에서 칭찬받고 있다. 이는 자국 역사에 대한 뿌리 깊은 콤플렉스가 나타나는 것”이라고 소개한 것이다.
이에 일본 TV아사히 ‘뮤직 스테이션’을 시작으로 NHK ‘홍백가합전’, 후지TV ‘FNS가요제’ 등 방탄소년단의 일본 프로그램 출연이 줄줄이 취소됐다. 여기에 강제징용 피해자에 대한 한국 대법원의 일본 기업 배상책임 판결도 나오면서 빌보드 1위의 위업을 달성한 방탄소년단이 일본 극우 매체와 혐한 세력의 표적이 됐다는 분석이다. 미국 대중음악 매체 빌보드는 지난 9일(현지시간) 기사에서 일본이 이 티셔츠를 뒤늦게 문제 삼은 것을 짚고는 “국가 간의 오랜 정치적, 문화적 문제에 뿌리를 두고 있다”며 티셔츠가 방송 취소의 유일한 이유가 아니라고 봤다.
한국홍보전문가인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는 지난 10일 SNS를 통해 “일본이 방탄소년단의 방송 출연을 막고, 극우 매체에서 이런 상황을 보도하는 것은 그야말로 ‘최악의 자충수’를 두고 있다고 본다”고 비판했다. 서 교수는 “CNN, BBC 등 세계적인 언론에 이번 상황이 다 보도되면서 오히려 전 세계의 젊은 팬들에게 ‘일본은 전범국’이라는 사실을 확실히 각인시키는 계기가 됐다”며 “특히 방탄소년단의 글로벌한 영향력에 큰 두려움을 느꼈기에 이런 어처구니없는 일들을 벌이고 있는 것”이라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