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경제성장이 주춤하고 미국과의 무역전쟁 충격이 번지면서 중국이 중국 내 매체들의 경제 관련 보도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고 있다.
14일 파이낸셜타임스(FT)는 영향력 있는 중국 매체들의 기자 10여 명의 말을 인용해 중국 선전 담당 관리들이 최근 몇 달간 경제를 혹평하지 말라는 지침을 내렸다고 보도했다. 지난 수십년간 집권 정당성을 강력한 경제에서 찾아온 중국 공산당이 어려운 경제 상황과 마주하자 경제뉴스까지도 검열하고 있는 것이다. 20년 경력의 한 경제 담당 기자는 “검열이 이렇게 심했던 적이 없다”며 “올해 하반기 큰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고 밝혔다. 중국 소비자들이 지출을 줄이고 있다거나 지방 정부가 부채 상환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보도, 파산한 기업들의 정리해고나 국영 기업들의 비효율성을 다루는 기사 등이 갈수록 제한되고 있다는 것이다.
또 기자들에 따르면 중국 당국은 ‘무역 전쟁’이라는 표현을 금지하고 무역갈등을 중국 경제의 약화 요인으로 꼽는 것도 지양하도록 주문했다. 최근 2,000억달러에 달하는 중국 수출품에 대해 미국이 관세를 부과했다는 뉴스가 전 세계 매체를 통해 보도되는 동안 중국 주요 뉴스 사이트는 공산당과 시진핑 국가주석의 닝샤 지역 개발 계획을 전했다. 한 대형 잡지사에서 일하는 편집자는 “경제가 이제는 정치적”이라면서 경제 보도가 이전에는 정치 뉴스에 가해지는 수준의 제한을 받고 있다고 평가했다.
당국으로부터의 미디어 규제는 주로 전화로 이뤄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복사나 인터넷을 통한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한 편집자는 “올해 통화가 훨씬 더 늘었다”면서 하루에도 몇 번씩 전화를 받는다고 토로했다. 진리터우탸오(오늘의 헤드라인)와 같은 인기 있는 뉴스 앱들은 지난해 시 주석에 관한 기사를 다른 기사들보다 먼저 내보내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2명의 소식통이 전하기도 했다.
온라인에서 기사를 삭제하고 왜 그런 보도를 했는지 ‘반성문’을 쓰라는 당국자들의 지시도 빈번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응하지 않는 매체는 온라인 발행이 금지되고 기자는 해고될 수도 있다. 뉴스 사이트 하오치신리바오(Q데일리)는 ‘불법적 보도’를 했다는 이유로 지난 8월 한 달간 폐쇄됐다. 이때 회사를 떠난 한 기자는 당국이 7개월간 이주 노동자에 관한 기사, 소규모 서점 폐업에 관한 기사 등 40건을 삭제할 것을 지시했다고 밝혔다.
경제에 관한 사회 토론을 제한하는 분위기는 경제학자나 싱크탱크로까지 번지고 있다. 독립 경제 싱크탱크 유니룰은 올해 베이징 본부를 철수했다. 또 선훙 소장은 하버드대 포럼 참석을 위해 출국하려다가 ‘국가안보’를 이유로 저지당했다. 상하이의 한 싱크탱크 소장은 관영기업 개혁이 점점 ‘민감한’ 주제가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다원인턴기자 dwlee618@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