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착을 희망하는 중미 출신 이민자 행렬(캐러밴·Caravan) 선발대가 13일(현지시간) 미국 남부 국경에 도착했다.
캐러밴 350여 명이 이날 버스를 타고 미국 캘리포니아 주 샌디에이고와 맞닿은 티후아나에 도착했다고 밀레니오 TV 등 현지 언론과 외신이 보도했다.
멕시코나 미국에서 난민 지위를 인정받는 것을 목표로 하는 캐러밴이 지난달 12일 160명 규모로 온두라스 북부 산 페드로 술라를 출발한 지 한 달여 만에 3,600㎞를 이동한 것이다.
온두라스 출신인 호세 메히아는 “행복하고 기쁘다”면서 “조금만 더 나아가면 미국에 진입할 수 있게 된 것을 신께 감사드린다”고 dpa통신에 밝혔다.
한 법률 구호 단체는 샌디에이고에 있는 KFMB-TV와 인터뷰에서 현재 2,500명이 망명 신청을 하려고 대기 중이라며 대기 시간이 60일까지 길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캐러밴 본진도 트럭 등을 타고 수일 내로 티후아나에 도착할 것으로 예상된다. 5,000 명 안팎의 캐러밴 본진은 이날 오전 티후아나에서 2,200㎞ 떨어진 멕시코 중부 과달라하라 시를 출발했다.
과달라하라 시 당국은 다른 지방정부와 달리 캐러밴이 시 외곽으로 이동할 수 있는 교통수단을 제공하지 않아 캐러밴의 원성을 들어야 했다.
현재로선 캐러밴 본진의 최종 도착 목표지는 티후아나지만 여러 소규모 무리가 본진에서 이탈해 다른 경로로 미국 남부 국경을 향하고 있다.
캐러밴은 세계에서 가장 살인율이 높은 온두라스를 비롯해 엘살바도르, 과테말라, 니카라과 등 중미 국가에서 폭력과 마약범죄, 가난을 피해 고국을 떠나 도보나 차량으로 미국을 향해 이동하는 이민자 행렬을 가리킨다. 현재 멕시코에서 이동 중인 캐러밴 중 85%는 온두라스 출신이다.
이들은 미국으로 망명해 일자리를 얻고 자녀들이 더 나은 교육 등 밝은 미래를 꿈꾸며 살 수 있도록 하는 게 목표다. 캐러밴에는 미국서 살다가 추방돼 가족과의 재결합을 바라는 이들도 포함돼 있다.
캐러밴은 최근 수년 사이 반정기적으로 결성돼 세간의 주목을 끌지 않으면서 미국 국경으로 향했다. 그러나 올해는 중간선거를 앞두고 정치 쟁점화하려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심 탓에 큰 관심을 받았다.
이 때문에 초기에 온두라스인 중심이었던 캐러밴 이동 소식을 접한 과테말라인, 엘살바도르인 등이 속속 합류하면서 규모가 한때 7,200여 명으로 불어나기도 했다. 현재 다른 2개의 후발 캐러밴도 멕시코에서 미국 국경을 향하고 있다.
미국도 캐러밴의 국경 도착에 앞서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트럼프 미 대통령은 지난 9일 프랑스로 출국하기 전에 불법 입국한 캐러밴의 망명 신청을 막기 위한 포고문에 서명했다.
미국은 또 멕시코와 국경을 접한 남부 국경에 현역 군인을 대거 배치하고 샌디에이고 국경 검문소 2곳에서 북쪽으로 향하는 도로차선을 막기로 했다.
/이서영인턴기자 shyung@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