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기업족쇄부터 풀어라]업계 눈치보느라 부처 엇박자...원격의료·승차공유도 제자리

일자리창출 효과 큰 원격의료

기재부·복지부 이견 조율 안돼

승차공유는 택시업계 반발 의식

국토부, 기재부와 달리 소극적

e스포츠 등 게임산업 활성화엔

문체부·여가부 서로 딴 목소리




정부는 지난달 주력 산업 침체와 고용부진을 돌파한다며 ‘혁신성장과 일자리 창출 지원 방안’을 내놓았지만 시장의 평가는 ‘속 빈 강정’으로 요약된다. 민간 일자리 창출을 유도할 핵심으로 꼽히는 원격의료나 승차공유(카풀) 규제 개혁은 단 한 발짝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했기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을 포함해 당정청 주요 인사들이 속도감 있는 규제개혁과 피부에 와 닿는 혁신성장 성과를 수차례 강조했지만 여전히 ‘구호’에만 멈추는 현실의 배경에는 부처 간 엇박자와 이에 따른 조정기능 실종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000년대 전후부터 인재들이 몰려온 의료·바이오 부문은 앞으로 한국을 먹여 살릴 주력 산업 0순위로 꼽힌다. 원격의료는 이런 토대에 한국이 글로벌 경쟁력을 지닌 정보통신기술(ICT)을 결합해 높은 부가가치를 만들어낼 잠재력이 풍부하지만 의료계와 시민단체의 반발에 부딪혀 좀처럼 논의가 진행되지 않고 있다. 부처 내에서도 기획재정부가 일자리 창출 효과가 큰 분야로 판단해 규제개혁 1순위로 꼽고 있는 반면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는 도서벽지 등 의료 취약지역에만 의료인 간 협진을 허용하는 등 소극적인 입장이다. 투자개방형 의료법인이나 영리 목적 자회사 설립 등을 두고도 기재부와 복지부의 입장은 다르다.


공유경제에서 가장 ‘뜨거운 감자’로 꼽히는 승차공유도 마찬가지다. 김동연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이 지난달 업계와 만난 자리에서 “어차피 가야 하고 피할 수 없다면 정면돌파해야 한다”며 개혁 의지를 드러냈지만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는 택시 업계의 반발을 의식한 듯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를 반영하듯 지난달 정부 발표에 담긴 승차공유 부문에도 택시 업계를 ‘기존 운수 업계’, 승차공유를 ‘신(新) 교통 서비스’라고 우회적으로 표현하는 등 업계를 자극하지 않으려는 모양새가 연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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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산업에서는 문화체육관광부와 여성가족부가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다. 문체부는 게임 산업을 건전한 여가문화로 정착시키며 활성화하려는 반면 여가부는 청소년의 게임 시간을 제한하는 ‘게임셧다운제’에서 한 발짝도 물러설 생각이 없다. 특히 여가부는 인터넷 게임물을 대상으로 셧다운제 적용 대상 범위와 적절성 평가를 통해 내년 3월 결과를 발표할 예정인데 모바일게임이 새롭게 대상으로 포함될 가능성이 열려 있다. 정부 한쪽에서는 게임 산업 활성화를, 반대쪽에서는 규제를 외치는 등 엇박자가 나고 있는 것이다.

신재생에너지 부문에서는 산업통상자원부와 환경부가 부딪치고 있다. 산업부는 오는 2030년까지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20%까지 끌어올리며 관련 일자리를 만들 계획인 반면 환경부는 환경 파괴를 이유로 풍력과 태양광발전 확대에 소극적이다.

이를 두고 부처들이 지나치게 업계 목소리를 대변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의 한 고위관계자는 “민감한 문제들을 두고 관계부처들은 하나같이 업계나 이익집단 편을 든다”고 하소연했다. 관료들의 몸사리기가 이런 풍토를 조장했다는 시각도 있다. 부처 실무자들이 보통 1~2년가량만 해당 업무를 맡은 뒤 보직을 바꾸는 인사 특성과 특별한 보상이 없는 인센티브 체계가 담당 공무원으로 하여금 재임 기간 중 무리하게 결정을 내리기보다는 최대한 보류하며 버티다 후임자에게 과제를 넘기게 한다는 것이다.


임진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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