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여러 나라 셰프들과의 요리 경연으로 제 자신의 강점을 알고 성장할 수 있었습니다. 애피타이저는 순수하게 양식으로 하되 본 요리는 서양식에 한국적 요소를 접목한 요리를 보여주려고 했는데 한국적 특성을 담은 요리가 심사위원들에게도 통했습니다. 내년 경연 최종 결승에서도 저만의 색과 창의성이 잘 드러나는 음식을 선보이고 싶습니다.”
그랜드하얏트서울호텔의 오세봉(39·사진) 셰프는 12일 홍콩에서 열린 글로벌 요리 경연 ‘더 굿 테이스트 시리즈’의 아시아태평양 지역 본선에서 우승한 후 수상소감을 이같이 밝혔다. 하얏트호텔그룹의 글로벌 본사가 주최하는 더 굿 테이스트 시리즈는 매년 젊고 유능한 셰프를 발굴하는 요리 경연이다. 그랜드하얏트서울의 ‘스테이크하우스’ 레스토랑에서 근무하는 오 셰프는 지난 9월 국내 하얏트 계열의 5개 호텔이 참여한 예선에서 한국 대표로 선발됐다.
그는 앞서 경연 참가차 출국하기 전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경쟁 셰프들은 대부분 서양 출신이라 양식에 매우 강한데 그들과 똑같은 양식을 만들 생각은 없다”며 “강점이 있는 한국적 문화가 드러나는 음식을 선보이겠다”고 포부를 밝힌 바 있다. 경연에 참가한 셰프들은 3시간 동안 애피타이저와 본 요리를 각각 35인분씩 만든다. 재료 준비 시간까지 합하면 빠듯했다. 이를 위해 오 셰프는 휴가 중에도 레스토랑을 찾아 연습할 정도로 열의를 쏟았다.
오 셰프는 애피타이저로 유자 소스, 과일 젤리, 비트 튀일(타일 모양의 프랑스 디저트) 등을 준비했다. 본 요리는 불고기 양념으로 재운 사슴고기와 고추장 감자 크로켓, 당근과 생강이 들어간 퓌레, 한국식 삶은 콜라비 등을 선보였다. 그는 심사위원들이 거부감을 느끼지 않을 범위에서 간장·고추장을 썼다. 맛이 너무 진하지만 않으면 외국인들도 고추장을 좋아했던 경험을 따랐다. 소스를 버무릴 때 참기름도 사용했다.
요리를 플레이팅할 때도 허브·레몬 등 장식물(가니시)을 전혀 쓰지 않고 ‘모던 한식’ 트렌드를 따라 여백의 미를 강조했다. 앞서 예선에서 보여준 요리도 그랬다. 크로켓을 만들 때 치즈감자에 김치를 같이 넣어 한국적인 맛을 가미했고 ‘가을무는 보약보다 좋다’는 말에 무조림도 만들었다. 그는 “어릴 때 낚시를 하던 추억을 살려 전복으로 애피타이저를 만들 때 뜰채와 비슷한 모양도 냈다”고 말했다.
처음 일식 요리사로 출발한 그는 그랜드하얏트서울에 입사하면서 양식으로 방향을 틀었다. 오 셰프는 “사회 초년생 시절 출퇴근길에 한남대교를 지날 때마다 그랜드하얏트서울 건물을 보면서 입사하겠다고 다짐했다”고 회고했다.
젊은 셰프로 최근 선정 기준을 두고 논란이 일었던 ‘미쉐린가이드 서울’을 어떻게 바라봤는지 궁금했다. 오 셰프가 일하는 스테이크하우스는 ‘더 플레이트’로 등재됐다. 그는 “유럽에서도 등급을 반납한 사례가 있다고 들었다. 우리나라에서도 맞지 않는 부분이 있어 보인다”며 “심사단의 주관적 맛에만 초점을 맞춘 것 같다”고 쓴소리를 했다. 미쉐린가이드는 식재료 본연의 맛을 중시하는 편인데 양식당은 조리 방법상 그 부분이 쉽지 않다는 것. 오 셰프는 “해외의 몇몇 한식당이 좋은 점수를 받은 것은 미쉐린가이드 측이 한식을 잘 몰라 가능했던 점도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오 셰프는 “레스토랑이 손님에게 힐링이 되는 공간이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경연의 우승자 자격으로 내년에 열리는 전 세계 최종 결승에 참가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