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벡스코(BEXCO)에서 지난 15일 개막해 오는 18일까지 열리는 국내 최대 게임 축제 ‘지스타 2018’에는 총싸움게임(FPS) ‘배틀그라운드’와 ‘포트나이트’의 정면 대결이 주목을 받았다.
한국 블루홀의 자회사 펍지(PUB)에서 개발한 배틀그라운드와 미국 에픽게임즈의 포트나이트 모두 제한된 공간에서 전투를 통해 살아남아야 하는 형태의 ‘배틀로얄’ 게임으로 전 세계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펍지와 에픽게임즈는 이번 지스타에서 각각 100개 규모의 전시관(부스)을 차렸다. 배틀그라운드를 유통(퍼블리싱)하는 카카오(035720)게임즈도 배틀그라운드를 전면에 내세워 전시관을 마련했다. 이들 게임사의 전시관에는 초대형 화면과 해설진이 배치돼 e스포츠를 실시간으로 중계했다. 전시관 앞에서 e스포츠를 구경하려고 모인 사용자가 구름처럼 몰려들었다. 뿐만 아니라 한국 아프리카TV와 미국 트위치 등 e스포츠 중계 플랫폼 기업도 경기를 열었다.
한국 시장에서는 여전히 배틀그라운드의 인기가 높다. 전투 현장과 캐릭터의 움직임을 현실처럼 구현한 점이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다만 게임 속에서 불법 프로그램(핵)을 사용하는 일종의 ‘반칙 행위’가 늘어나면서 외면하는 사용자가 늘어나는 점이 고민거리다. 펍지는 앞으로 감시 체계를 강화하고 플레이스테이션4 등 비디오 게임기(콘솔) 영역으로 시장을 넓히면서 위기를 돌파한다는 전략이다.
문제는 북미·유럽 지역에서 상당한 인기를 얻으면서 글로벌 가입자가 2억명을 넘어선 최정상급 게임 포트나이트가 국내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는 점이다. 에픽게임즈는 이번 지스타의 주요 후원사를 맡으면서 지난 일 국내 PC방 서비스를 시작했다. 방송·모바일은 물론이고 부산 전역을 포트나이트 광고판으로 뒤덮는 등 적극적으로 한국 시장에서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국내 게임사의 한 대표는 “에픽게임즈가 무서울 정도로 준비를 잘한 것 같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다만 아직 현실감을 게임의 중요한 잣대로 평가하는 한국 사용자의 성향을 고려하면 배틀그라운드와의 정면 대결에서 좋은 성과를 거두기 어려울 것이라는 예측도 나온다. 포트나이트는 애니메이션 형태의 친근한 그래픽으로 구성돼 현실감은 비교적 떨어지는 편이다. 지스타를 10년 넘게 방문했다는 게임업계 관계자는 “몇 년 동안 지스타를 달군 가상현실(VR)·증강현실(AR) 게임은 자취를 감추고 e스포츠 등 ‘보는 게임’이 대세로 자리 잡은 것 같다”고 말했다.
/부산=지민구기자mingu@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