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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그널] 공정위, 미래에셋펀드서비스 일감 몰아주기 의혹 조사

미래자산운용, 계열 펀드사무수탁사와 거래

경쟁사보다 2배 이상 높은 수수료 지급해

미래에셋 "이중계리, 보수 높지 않다" 해명

미래에셋그룹이 계열사인 펀드 사무수탁회사 ‘미래에셋펀드서비스’에 일감 몰아주기를 하고 있다는 의혹에 대해 공정거래위원회가 조사를 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펀드 사무수탁회사는 자산운용사 등이 펀드상품을 운용하는데 필요한 전산 정보를 제공한다. 공정위는 미래에셋그룹이 소유한 골프장인 블루마운틴CC에 대한 일감 몰아주기 의혹도 조사하고 있다.

1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미래에셋그룹의 일감 몰아주기 의혹에 대해 전방위로 조사를 하고 있다. 특히 펀드 사무수탁회사인 미래에셋펀드서비스를 집중적으로 들여다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공정위의 한 관계자는 “계열사와 거래하는 자체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며 “사무수탁 보수가 업계 수준보다 과도하게 높은지, 그 결과가 오너 일가에 돌아가는지를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1998년 설립된 미래에셋펀드서비스는 미래에셋그룹에서 증권·보험·자산운용사 등 핵심계열사를 지배하는 미래에셋컨설팅이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미래에셋 컨설팅은 박현주 회장 일가가 지분 91% 이상을 보유한 사실상 가족회사다. 미래에셋컨설팅은 미래에셋펀드서비스 지분을 100% 보유하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공시(14일 기준)된 주식형 펀드 사무수탁보수율을 보면 미래에셋펀드서비스는 853개의 펀드를 관리하고 있는데 이 중 57% 펀드의 사무수탁 보수로 3bp(1bp=0.01%포인트)를 받는다. 반면 나머지 경쟁 펀드수탁사는 5,378개의 펀드 중 5%만 3bp의 보수를 받는다. 보수율 2bp 이상인 펀드 비중은 미래에셋펀드서비스가 99%고 나머지 펀드수탁사는 36%에 그친다.




미래에셋펀드서비스의 영업이익률은 경쟁사보다 높다. 업계 1위인 신한아이타스가 2017년 말 기준으로 19%, 2위인 하나펀드서비스가 12%인데 비해 미래펀드서비스는 44%다. 미래에셋펀드서비스는 2010년 이후 수년째 타사보다 2배 높은 영업이익률을 기록해왔다. 미래에셋펀드서비스는 2008년 이후 매년 수십억원 씩 총 327억원을 100% 모회사이자 오너 일가가 지배하는 미래에셋컨설팅에 배당해왔다. 배당금을 제외하고도 쌓은 이익잉여금만 2017년 기준 732억원이다. 오너 일가가 약 36억원을 출자해 만든 회사에서 10배가량 수익을 올리고 있는 셈이다.


미래에셋펀드서비스를 포함한 모든 펀드 사무수탁의 내부거래가 법의 허점으로 제대로 공시되지 않는 점도 문제다. 자산운용사는 고객으로부터 받은 펀드자산을 은행 등 신탁사에 맡기고 은행은 운용사의 지시에 따라 특정 자산에 투자하거나 펀드 사무수탁사와 계약을 맺어 보수를 지급한다. 그러나 현행법은 자본시장법이 제정되기 전인 2009년 이전 설정한 펀드만 사무수탁거래를 공시하고 이후 설정한 펀드는 운용사가 아닌 은행과 사무수탁사 간 거래로 보고 공시에서 제외했다. 일반적인 펀드사무수탁 계약서나 미래에셋자산운용 보수규정을 보면 표면적으로 사무수탁 보수는 은행이 지급하지만 실질적으로 운용사가 사무수탁사를 선정해 보수를 결정하게 되어 있다.



실제 계약의 주요 내용은 운용사와 사무수탁사에 적용되는 것이다. 이처럼 허술한 법 때문에 공정위가 공개한 내부거래 비중을 보면 미래에셋펀드서비스가 미래에셋자산운용 등 계열사와 한 내부거래 비중은 23% 수준이지만 실제 2009년 이후를 포함하면 60%가 넘는다.

복수의 업계 관계자는 “2009년 이전에는 자산운용사의 자체 자금으로 사무수탁 보수를 지급했고 2009년 이후부터는 고객의 펀드 자산에서 보수를 지급한다”면서 “2009년 이후부터는 오히려 고객 자산에서 빠져나가는 데도 감시망이 약해졌고 계열사에 높은 보수를 지급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공정위 내부거래 공시 담당자는 “펀드 등 자산 거래는 내부거래에서 제외될 수 있다”고 답변했으나 금융회사의 주요 상품인 펀드를 내부거래에서 뺀다면 비금융회사와 역차별이 될 수 있다는 반론이 나온다.

이에 대해 업계관계자는 “박현주회장은 220억원에 달하는 배당금 전액을 기부하고 연봉도 업계 최고경영자의 절반 수준인 8억원을 받고 있다”며 “사익을 위해 일감 몰아주기를 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미래에셋 측은 “주식형 펀드 보수율이 미래에셋만 높다는 것은 사실과 다르다”며 “경쟁사도 3bp 수준으로 알고 있다”고 해명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이 운용하는 펀드를 모두 미래에셋펀드서비스에 몰아줬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현행 규정상 대형 기관투자자는 펀드 사무 수탁사를 두 곳 쓰는 ‘이중 계리’를 요구하므로 이를 위해 미래펀드서비스를 활용했을 뿐 타사와도 계약을 맺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이중 계리의 보수율은 0.5bp에 불과해 미래에셋펀드서비스의 높은 영업이익률이 설명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임세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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