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생활

[시그널] 일본진출 9년 만에 철수한 CJ푸드빌…해외 자회사 실적 악화에 커지는 고민

비비고 현지화 실패, 결국 CJ푸드빌재팬 청산

정성필 대표 취임 이후 "선택과 집중"으로 전환




CJ푸드빌이 9년 만에 일본시장에서 완전 철수한 것으로 확인됐다. 한식 전문 매장 ‘비비고’를 비롯해 한식 패스트푸드 ‘한채’ 등을 운영하며 시장 공략에 나섰지만 누적 적자가 커지자 내린 결정이다. 업계에서는 지난 7월 부임한 정성필 대표가 수익성 개선을 천명한 만큼 적자가 지속되는 해외 사업장을 정리하는 신호탄을 쏜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19일 투자은행(IB) 및 식품업계에 따르면 CJ푸드빌은 최근 일본 법인인 ‘CJ푸드빌재팬’을 청산했다. CJ푸드빌은 2007년 일본 현지 업체 푸드페스타(FOOD FESTA)를 인수하고 2012년 CJ푸드빌재팬으로 이름을 바꿔 운영해왔다. 2012년부터는 한식 전문 브랜드 ‘비비고’ 매장 2곳을 운영했고 한식 패스트푸드 브랜드 한채를 통해 비빔밥과 순두부를 전문으로 하는 캐주얼 다이닝을 선보였다.

하지만 결과는 성공적이지 못했다. 일본 현지 시장에 대한 낮은 이해도와 전략 부재로 매년 적자가 이어졌고 2016년 비비고 매장을 모두 철수시켰다. CJ푸드빌은 일본 시장에서 추가 사업 가능성을 검토했지만 결국 이번에 사업을 접게 됐다. CJ푸드빌 재팬은 일본 진출 첫해 7억원의 손실을 냈고 지난해까지 한해도 빠짐없이 적자 행진을 기록했다. 청산 직전인 2016년과 2017년까지도 각각 24억원과 10억원의 손해를 봤다. 누적 손실은 118억원이다.


CJ푸드빌은 작년 싱가포르에서도 비비고 매장을 철수한 바 있다. 싱가포르에 이어 올해 일본까지 매년 부실 해외 사업을 정리하고 있는 셈이다. 업계에서는 CJ푸드빌이 일본 시장 철수를 결정한 것은 선택과 집중을 위한 변화가 본격화된 것이라고 보고 있다. CJ푸드빌은 미국과 중국, 베트남, 캄보디아 등 10여개 국가에 진출해 적극적으로 사업을 확장해왔다. 중국과 동남아시아에만 400여개의 매장을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해외 자회사 대부분이 수년째 적자 상태다. 해외 법인 가운데 이익을 내고 있는 곳은 전무하다. 공격적으로 진출한 중국 법인이 대표적이다. CJ베이징베이커리(CJ Beijing Bakery)는 지난해 100억원의 손실을 기록했다. CJ푸드빌충징(CJ Foodville Chongqing)도 16억원의 손실을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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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자회사의 적자 규모도 커지고 있다. 2016년 말 기준 CJ푸드빌의 해외 자회사 순손실 규모는 150억원대였는데 지난해 말엔 270억원을 기록했다. 해외 사업 적자가 커지다 보니 전체 실적도 악화하고 있다. 2015년 이후 3년 연속 영업손실을 보고 있다. 지난해 당기순손실은 325억원을 기록했다. CJ푸드빌은 이재현 CJ 회장도 지분 2.56%를 보유하고 있다.

외식시장 불황으로 국내 영업환경이 녹록지 않은데 해외 사업에서도 줄줄이 적자를 기록하자 부담이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만성 적자에 시달리던 CJ푸드빌은 올해 초 카페 브랜드 ‘투썸플레이스’를 분리해 재무적 투자자(FI)로부터 1,800억원을 유치하기도 했다.

CJ푸드빌은 지난 7월 CJ CGV 국내사업 본부장을 맡고 있던 정성필 대표가 부임한 이후 반전을 모색하고 있다. 정 대표가 국내외 현장을 직접 살피면서 경영 개선 작업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CJ푸드빌재팬을 청산한 이번 조치 역시 연장선 상에서 보는 시각이 많다. CJ푸드빌 관계자는 “일본보다는 동남아시아에 집중하기로 해 일본 법인을 청산하게 됐다”며 “일본 이후로 다른 국가에서의 철수는 아직까지 결정된 바 없다”고 말했다.

/조윤희·강도원 기자 choyh@sedaily.com

조윤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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