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조하고 추운 겨울 날씨는 피부의 적이다. 건조한 공기는 피부장벽 기능을 떨어뜨려 각질층의 수분을 빼앗고 낮은 기온은 지방샘과 땀샘을 위축시켜 피부를 건조하게 만든다. 추위를 피하려 틀어놓는 실내 난방기도 피부 수분을 앗아간다. 보일러·난방기구 사용이 늘어나면서 가뜩이나 가려운 피부는 더욱 건조하고 민감해져 손이 가게 마련이다.
겨울철 피부건조 증상이 심해지면 팔다리에 가려움증이 나타날 수 있는데 이를 건조 피부염이라 한다. 주로 허벅지·종아리 등 다리나 팔 부위에서 먼저 나타나고 심한 경우 전신으로 퍼진다. 증상이 심해지면 피부에 미세한 각질이 일어나다가 나중에는 표피에 균열이 생겨 가려움과 따가움을 느끼게 된다. 이때도 보습제를 충분히 발라 수분을 공급하는 것이 중요하다. 심하게 긁으면 세균 감염 등으로 2차 염증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가끔 전문의의 정확한 진단 없이 스테로이드 연고 등을 남발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이 경우 홍조, 혈관확장, 피부위축 등의 부작용을 유발할 수 있으므로 삼가는 게 좋다.
◇아토피피부염 진료인원 10명 중 6명이 19세 이하=매년 90만명이 넘는 사람들이 고통을 겪는 아토피피부염도 겨울 불청객 중 하나다. 진료인원 10명 중 9세 이하가 4명, 19세 이하가 6명꼴이다. 70~80%는 가족력이 있다.
아토피는 피부장벽 기능이나 면역체계 이상, 환경 요인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만성 알레르기성 피부질환이다. 심한 가려움증, 건조하고 윤기 없는 피부가 특징이다. 태아의 피부구조가 급속히 발달하는 임신 초기(12주 이하)에 임산부가 미세먼지와 자동차에서 배출되는 대표적 대기오염 물질인 이산화질소(NO2)에 많이 노출되면 아기가 아토피에 걸릴 위험이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아토피는 태열과 달리 생후 2개월 이후부터 나타난다. 얼굴·목·몸통과 팔다리 부위 등에 가려움을 동반한 좁쌀알 같은 홍반이 생기면 의심해봐야 한다. 2~10세 어린이는 팔꿈치 안쪽, 무릎 뒤쪽 등 굽힘 부위와 엉덩이·손목·발목 등에 잘 생긴다. 감기에 걸려도 증상이 악화할 수 있다.
영아기에 아토피를 앓은 경우 40~60%는 5~6세 이후에 증상이 완화되지만 완전히 호전되는 경우는 20% 미만이다. 유영 고려대안암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어려서 아토피를 앓으면 성장하면서 천식·알레르기비염·결막염으로 이어지며 ‘알레르기 행진’이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며 치료·관리에 각별한 신경을 쓸 것을 당부했다.
장광천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청소년기에 아토피 치료를 받은 환자의 절반 이상은 성인이 돼서도 재발한다”며 “아동기에 광범위한 부위의 증상이 있었거나 알레르기비염 또는 천식이 동반된 경우, 부모나 형제에게서 아토피의 가족력이 있는 경우, 아토피의 발병연령이 낮은 경우, 면역글로불린(IgE) 수치가 매우 높은 경우 꾸준히 관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증상이 악화하면 스테로이드연고·항히스타민제·면역조절제 등을 빨리 적절하게 사용해 염증·가려움증을 가라앉히는 게 좋다. 정확한 진단과 병의 중증도에 따라 적절한 치료를 꾸준히 받는 게 중요하다. 목욕은 매일 미지근한 물로 10~20분 하거나 샤워 위주로 한다. 절대 때를 밀지 말고 비누는 2~3일에 한 번 정도 사용하는 게 적당하다. 보습제는 목욕·샤워 후 3분 안에, 그리고 중간중간 최소 두 번 이상 발라주는 게 좋다. 면이 들어간 옷을 입고 손발톱은 짧게 관리해 긁는 행위로 피부가 손상을 받지 않도록 한다. 문혜림 고려대 안산병원 피부과 교수는 “실내습도를 적절하게 유지하고 집먼지진드기·애완동물 등 아토피를 악화시킬 수 있는 각종 유발인자를 멀리하는 게 좋다”며 “악화할 경우 적절한 치료로 증상을 관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건선, 20대 전후에 발생해 10~20년간 지속=건선은 피부에 울긋불긋한 피부 발진이 생기면서 그 위에 은백색 비늘 같은 각질이 겹겹이 쌓여 나타나는 만성 피부질환이다. 피부 면역세포(T세포)의 활동성이 증가해 각질 세포를 자극하고 과다증식시켜 염증을 일으키는 게 주된 원인으로 알려져 있다. 대개 유전적 요인을 갖고 있다가 환경이 악화되면 발생한다. 팔꿈치·무릎·정강이·엉덩이·머리 피부 등에 잘 생긴다. 방치하면 온몸으로 번져나가며 심한 가려움증과 피부 갈라짐으로 통증이 동반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관절염 등 전신에 걸친 합병증이 동반될 수 있으며 건조한 날씨와 스트레스·음주·흡연·비만·감염은 건선의 악화요인이다.
건선은 20대 전후에 처음 발생해 호전·악화를 반복하며 10~20년간 지속되는 경우가 많다. 지난해 건강보험 진료인원 약 16만8,700명 중 59%가 남성이고 남녀 모두 20~60대가 82%를 차지한다.
최유성 울산대병원 피부과 교수(대한건선학회 홍보이사)는 “각종 생물학제제에 대한 임상시험 결과 등에 따르면 제품에 따라 1~4주 간격으로 주사를 맞으며 5~6개월가량 치료하면 완치는 어렵지만 10명 중 7~9명은 병변의 대부분이 사라지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며 “다만 치료를 중단하면 악화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