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제7회 성장기업포럼]"오아시스 밖 中企는 시드는 떡잎…잘못된 관행 뜯어고칠 것"

■홍종학 장관 "지속성장, 개방형 혁신이 답" 기조강연

납품가 후려치기·기술탈취 → 中企 R&D포기 악순환

정부 '룰 메이커' 돼 글로벌 벤처전쟁 승리 발판될 것

대기업 자발적 상생 중요…소통의 장 만들어 뒷받침

19일 서울경제신문 주최로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제7회 성장기업포럼’에 참석한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기조강연을 하고 있다./송은석기자



“세계는 지금 ‘혁신 생태계’를 선점하기 위해 뜨거운 경쟁에 돌입했습니다. 아마존과 구글·페이스북 등 지난 1990년대부터 2000년대에 만들어진 기업들은 시가총액이 수백조원에 달합니다. 그러나 국내 기업 중에서는 네이버가 유일하고 그마저도 시총이 10분의1 수준에 그칩니다. 지난 20년간 우리나라에는 새롭게 등장한 거대 기업이 없었고 심지어 (대기업이 신규 사업을 위해) 다른 기업을 사들일 때도 국내 기업이 아닌 해외 기업을 사들이고 있습니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당면한 문제입니다.”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19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 벨뷰스위트에서 서울경제신문 주최로 열린 제7회 성장기업포럼 기조강연에서 미래의 한국호(號)를 이끌 차세대 대표주자가 부족하다는 사실을 언급하며 지속 성장을 위해서는 ‘개방형 혁신(오픈 이노베이션)이 답’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 경제는 대기업 위주의 메마른 사막의 오아시스여서 그 체제에 편승한 기업은 번성하지만 오아시스 밖에 있는 (대기업 그늘 밖에 있는) 중소기업들은 피어보지도 못하고 시드는 떡잎이나 마찬가지”라고 규정하고 “납품단가 부당인하나 기술탈취와 같은 잘못된 관행에 대해서는 정부가 근절하기 위해 힘쓰고 있지만 여전히 기술탈취가 쉽게 이뤄질 수 있기에 중소벤처기업은 기술을 개발하려 하지 않고, 기술이나 아이디어가 좋은 기업에 대한 인수합병(M&A) 역시 일어나지 않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대·중소기업이 함께 경쟁력을 회복할 수 있도록 정부가 ‘룰 메이커’ 역할을 맡아 이러한 관행을 뜯어고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홍 장관은 “잘못된 관행을 바꾸는 것은 국가의 번영을 가져오는 충분조건이 아닌 필요조건”이라며 “외국처럼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함께 커가는 상생의 문화가 여전히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정부의 규제와 단속으로 이뤄지는 상생이 아니라 민간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상생의 문화가 정착될 수 있도록 기업인의 노력이 중요하다고 당부했다.

홍종학(왼쪽)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19일 오전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제7회 성장기업포럼’에서 ‘오픈 이노베이션을 통한 지속가능한 성장’을 주제로 기조강연을 하고 있다./송은석기자홍종학(왼쪽)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19일 오전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제7회 성장기업포럼’에서 ‘오픈 이노베이션을 통한 지속가능한 성장’을 주제로 기조강연을 하고 있다./송은석기자


“중기부가 전통시장을 많이 지원하지만 부끄럽게도 그 효과가 기대만큼 크지 않았다”고 솔직히 털어놓은 홍 장관은 “현대카드가 지원하고 새로운 마케팅 기법을 동원한 광주의 ‘1913 송정역시장’은 젊은이들이 몰리면서 화제가 됐으며 시장에 활력이 돌고 있다”며 대기업이 적극적으로 나서 상생의 물꼬를 튼 사례를 들었다.


이뿐이 아니다. 홍 장관은 현대·기아차 사내벤처이자 카시트 전문생산업체 ‘폴레드’를 비롯해 삼성전자의 지원을 바탕으로 성공적으로 스마트공장 체계를 구축한 ‘화진산업’, 르노삼성과 정부의 연구개발(R&D) 합동지원을 통해 국내 최초로 룸미러형 택시미터기를 선보인 ‘제일전자공업’ 등의 사례를 들며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손을 맞잡고 국가 경쟁력을 높이는 방안이 우리가 나아갈 길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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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 장관은 중기부의 역할은 상생의 길을 걷는 동반자로서 한 발짝 뒤로 물러나되, 구조적으로 약자에 해당하는 중소기업을 적극적으로 돕는 ‘서비스 기관’이 되겠다는 의지도 드러냈다. 특히 다소 폐쇄적인 우리나라 문화 속에서 ‘소통’과 ‘네트워킹’을 자극할 수 있는 생태계를 만들어 궁극적으로 혁신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는 “(이전에는) 정부가 돈을 지원하면 그만이라는 식으로 생각했지만 성장을 위해 훨씬 더 중요한 것은 네트워킹이며 여전히 대학과 연구기관, 대기업과 중소기업, 정부 관계자들이 한데 모여 기술을 교류하는 장(場)이 부족하다”며 “(정부는) 대한민국의 세계 경영을 위해 개방적으로 소통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지속 가능한 성장을 뒷받침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전 세계를 무대로 스타트업들이 활동할 수 있는 종합지원기관인 ‘코리아스타트업센터’를 비롯해 열린 공간에서 많은 스타트업들이 성장의 기회를 찾는 ‘스타트업 파크(가칭)’, 장인들이 기술의 힘을 빌려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도록 돕는 ‘소공인복합지원센터’ 등을 통해 혁신 성장을 위한 최적의 인프라를 제공할 방침이다.

최근 이슈로 떠오른 협력이익공유제 역시 대·중소기업의 상생을 위한 제도라는 점을 강조했다. 현재 중소기업과의 상생을 위해 노력하는 대기업을 실질적으로 도우려면 세제 혜택이 가장 강력한 유인책이며 이를 법제화하는 길만이 답이라는 지적도 덧붙였다.

무엇보다 이 같은 노력을 발판으로 싹을 틔운 생태계가 크게 커 나가기 위해 우리 기업들이 ‘너는 너, 나는 나’가 아닌 ‘하나의 팀’으로 뭉쳐야 한다는 점을 홍 장관은 강조했다. 그는 “1970년대 당시 세계 최고 혁신기업이었던 1세대 대기업들은 거대 기업과 새롭게 등장하는 벤처기업의 상생 생태계를 기반으로 다시 한 번 세계 최대 혁신기업으로 도약할 수 있을 것”이라며 “상생은 일방적으로 대기업이 중소기업을 돕는 것이 아닌 개방형 혁신을 최우선 기반으로 삼아 만든 ‘원 팀 코리아’가 세계 경쟁력을 회복하는 중요한 단초가 될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한편 질의응답 시간에는 이종구 웰텍 대표와 권대욱 휴넷 회장 등이 정부에 바라는 점과 경영 애로사항 등을 전했다. 이 대표는 “제일전자공업 등의 사례를 보면 기존의 시장 리딩 기업과 이해관계가 얽혀 시장 진입에 어려움을 겪는다”며 “정부가 대기업과의 연결고리를 찾는 것도 중요하지만 (신기술 개발 업체와 기존 업체의) 이해관계로 발생하는 문제를 해결하는 데 힘써주기 바란다”고 지적했다. 권 회장은 “협력이익공유제가 사회주의식으로 기업의 이익을 수탈하는 제도라는 걱정이 많은데 대·중소기업이 호혜 원칙에 따라 발전되기를 원한다”며 “정부가 기업인의 활동을 제약하지 않으면서도 상생과 국가 경쟁력 향상이라는 공동의 목표를 이끌어내기를 원한다”고 제언했다.


이수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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