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행장 후보 요건을 두고 대립각을 세웠던 DGB금융지주와 대구은행이 전격 합의했다. 김태오(사진) DGB금융그룹 회장은 선임 요건으로 최소 5년 이상 임원 경력을 갖춰야 한다고 밀어붙였지만 은행 이사회의 반발로 8개월째 공석 상태인 대구은행장 자리가 장기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거세지자 한발 물러선 것이다. ★본지 11월14일자 10면 참조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대구은행 이사회는 이날 회의를 통해 DGB금융지주에서 개정한 ‘지배구조 선진화방안’에 따른 ‘경영 관련 중요규정 개정안’을 의결하고, 이달 중 자회사최고경영자후보추천위원회를 열어 DGB금융지주 이사회와 차기 행장 요건을 재검토하기로 했다.
지난달 DGB금융지주 이사회는 지배구조 관련 규정을 개정하면서 은행장 등 자회사 최고경영자(CEO)의 선임 요건으로 최소 5년 이상의 등기임원 경험과 마케팅·경영관리 등 다양한 분야를 거쳐야 한다고 구체화했다. 하지만 대구은행 이사회는 박명흠 대구은행장 직무대행을 비롯해 은행 현직 임원 중 이 같은 요건을 충족하는 인물이 없다며 반발했다. 이에 따라 DGB금융지주는 막판까지 은행 측과 대립각을 세웠지만, 결국 은행 이사회의 요구를 받아들여 추후 열릴 자추위에서 차기 행장 요건을 재검토하는 등 행장 선임 작업에 착수하기로 했다. DGB금융지주 이사회 관계자는 “자추위에서 은행장 자격기준을 논의할 때 은행 사외이사들과 조율할 것”이라며 “기존에 나왔던 5년 이상의 임원 경험 요건은 다소 완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김 회장이 한발 물러난 모양새가 된 것은 대구은행장 자리가 8개월째 공석 상태에 놓이며 경영 불안을 가중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박 직무대행은 다음달 임기가 끝나는 만큼 차기 행장이 정해지지 않을 경우 김 회장이 행장을 겸직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일 수 있다. 이 때문에 일부에서는 김 회장이 조직 장악력을 높이기 위해 의도적으로 행장 선임 작업을 지연시키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나왔다. 금융권 관계자는 “이번 합의로 급한 불은 우선 끄게 됐지만 갈등의 불씨는 여전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