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을 운영하는 비영리 의료법인인 제일의료재단은 현재 투자·인수 대상자 2곳과 접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개원 55년만에 폐원할지, 아니면 ‘새 주인’을 찾아 생존을 시도할지 갈림길에 선 셈이다.
21일 의료계에 따르면 제일병원은 지난달 25일 간호사와 일반 행정직원 급여를 지급하지 못한데 이어 이달 15일 의사들에게도 월급을 지급하지 못했다. 올해 5월부터 직군별로 급여의 60~80%가량만 지급해왔는데 이마저도 버거워진 것이다.
제일병원은 저출산과 인근지역 거주자 감소, 대형병원 쏠림 현상의 영향으로 분만건수가 2014년 5,490건에서 2016년 4,496건으로 줄어드는 등 경영환경이 악화돼 왔다. 병원 측의 임금 삭감으로 노조의 파업과 간호사들의 휴직·사직이 잇따랐고 병원장도 공석 상태다. 간호사의 절반 이상이 빠져나가 입원실·분만실을 폐쇄하고 외래진료만 하고 있다. 진료를 받던 임신부의 분만예정일이 얼마 남지 않은 경우 병원을 옮길 것을 권하는 처지다.
실제로 한 임신·출산·육아 관련 인터넷 카페에서는 출산이 얼마 안 남았는데 제일병원에 계속 다녀야 할지, 옮겨야 할지를 결심하려고 카페 회원들에게 정보와 의견을 구하는 글들이 올라와 있다. “10월에 의사가 전원 얘기를 해서 이미 옮겼다” “아직 분만까지 여유가 있어 계속 다닐 예정이다”는 등의 댓글이 달려 있다.
다만 의사들의 이탈률이 높지 않아 새 주인을 찾는 협상이 마무리되면 진료 정상화가 가능할 것이라는 기대도 나온다. 제일병원에 따르면 전문의는 올해 3월 83명에서 지난달 78명으로 줄었다.
병원 관계자는 “오랜 기간 급여가 삭감된데 이어 미지급이 발생했지만 반발하기보다는 협상을 조속히 마무리지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며 “협상이 막바지에 접어든 만큼 머지 않은 시기에 결론이 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