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방의 원조가 일본의 ‘가라오케’라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많지 않다. ‘비었다(空)’는 일본어 ‘가라’와 오케스트라의 ‘오케’를 결합해 가수 없는 반주라는 의미다. 1970년대 일본에서 개발된 가라오케가 1980년대 부산에 상륙한 뒤 삽시간에 전국으로 퍼졌다. 노래방의 법정용어는 노래연습장. 음악산업진흥에 관한 법률 제2조에 규정된 정의는 ‘연주자 없이 반주에 맞추어 노래를 부르도록 반주장치를 갖추고 공중의 이용에 제공하는 영업’으로 돼 있다.
노래방에서 흔히들 캔맥주를 들이키지만 이는 엄연한 불법이다. 술이나 음식을 제공하면 식품위생업법상 식품접객업 인가를 받아야 한다. 이런 업태가 단란주점이다. 도우미까지 있다면 유흥주점이다. 각각 다른 허가를 받아야 하고 과세체계도 다르다. 하지만 가무와 음주를 곁들이기 좋아하는 국민성 덕분인지 늦은 밤 노래방에서 음주의 유혹은 참기 어렵다. 슈퍼에서나 판매해야 할 캔맥주가 노래방과 결합한 것은 그래서다. 단란주점은 노래방의 불법을 양성화한 업태다. 술 파는 노래방의 주택가 침투로 골머리를 앓던 정부가 아이디어를 냈다. 룸살롱을 대신해 건전한 음주문화를 만들자는 취지에서 1992년 단란주점을 식품접객업종에 추가했다. ‘가족끼리 단란하게 즐긴다’는 황당한 논리로 붙인 명칭을 두고 여론이 한동안 시끄러웠다.
노래방 업주들이 거리로 뛰쳐나왔다. 밤10시 이후 맥주 같은 저도주 판매를 허용해달라는 이유에서다. 지방 단위로 집회를 하다 23일 서울에서 궐기대회를 연다고 한다. 업주들은 술을 팔지 않으면 손님들이 나가버리고 심지어 주류 판매를 빌미로 협박까지 한다고 하소연한다. 술 팔다 적발된 업주가 부지기수다. 야구장에서도 비어맨들이 돌아다니며 맥주를 파는데 왜 안 되느냐는 논리에 고개가 끄덕여지기도 한다.
하지만 이렇게 되면 단란주점과 다를 바 없다. 허용하면 사교춤 교실도 야간에 와인을 팔게 해달라고 요구할지 모른다. 국회에는 노래방의 맥주 판매를 허용하는 법률 개정안이 의원입법 형태로 제출돼 있다. 이용자의 요구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채 범법자만 양산한다는 게 제안 배경이다. 국회 상임위 차원에서 얼렁뚱땅 심의할 것이 아니다. 여러 부처가 얽혀 있고 직간접 이해 관계자도 많다. 국무조정실이 생활규제 차원에서 신중히 검토하기 바란다. 이러라고 국무조정실이 있는 것 아닌가. /권구찬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