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론] 2기 경제팀, 위기 막을 수 있을까

오정근 한국금융ICT융합학회장

정책실패 빚은 1기 경질당했는데

후임 투톱도 '소득주도성장' 고집

기업투자 활성화 이끌 복안 절실

리스크 대비 재정여력도 비축을

오정근 한국금융ICT융합학회장



문재인 대통령이 최근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청와대 정책실장 인사를 단행했다. 지난 7월 홍장표 경제수석에 이은 경제팀 경질이다. 홍 전 경제수석은 소득주도 성장 정책을 입안·추진해왔으나 과도한 최저임금 인상으로 자영업자들이 하루에만도 3,500여곳씩 문을 닫고 일용·임시직 등 취약계층의 실업이 증가하면서 전년동기 대비 3만~40만명이었던 취업자 증가 수가 5,000~3,000명 수준으로 하락하고 민간 부문에서는 마이너스까지 추락하는 고용 대참사가 이어졌다. 그 결과 취업자와 실업자 간 소득격차가 벌어지면서 소득분배도 위기수준까지 악화되자 경제수석을 바꾸기까지 했다. 이어서 이번에는 경제 투톱을 경질했다.

그러나 신임 경제 투톱은 임명되자마자 하나같이 실패한 정책을 지속할 것임을 천명했다. 김수현 정책실장은 “소득주도 성장의 방향에 대해서는 수정계획이 전혀 없다”고 주장하고 홍남기 경제부총리 후보는 “소득주도 성장을 하다 문제가 생기면 보완하면 된다”고 해 소득주도 성장 실패에 따른 정책 기조 전환을 기대했던 많은 국민을 놀라게 했다. 전 경제 투톱이 하던 정책을 이어가겠다는 것이다. 언론은 ‘경제부총리와 정책실장은 뭐하러 바꿨나’라는 사설을 게재하기까지 했다.

경기인식에 대해서도 안이하다는 평가들이 나온다. 설비투자는 2분기 연속 마이너스 증가율을 지속해 성장률도 2분기 연속 전기 대비 0.6%에 머물고 경기수준을 나타내는 경기동행지수 순환변동치가 지난해 5월을 정점으로 지속적으로 하락하면서 하강국면을 지나 이미 침체국면에 들어섰다. 제조업 가동률도 72%까지 추락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도 경기가 하강국면에 진입했다고 평가하고 있다. 정부도 위기 때나 도입했던 유류세 인하조치까지 시행하고 있다.


무디스는 한국 경제가 올해 2.5%, 내년 2.3%까지 추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 정도도 내년에 위기가 오지 않는다는 전제에서 나온 전망치다. 현 정부의 김광두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마저 “경기논쟁도 한가하며 지금 한국 경제는 뿌리째 흔들리고 있다”는 진단을 내놓았다. 그런데도 거시경제 정책을 총괄해야 할 경제부총리 후보는 “경기침체 위기라는 말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평가해 또 한번 놀라게 했다. 올바른 정책은 정확한 경기진단에서 나온다는 것을 생각해볼 때 여간 우려되는 부분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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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경제부총리 후보는 “재정이 마중물 역할을 아낌없이 해야 한다”고 주장해 재정 퍼주기 포용정책의 기조를 이어갈 것임을 시사했다. 재정도 여유가 많지 않고 경기침체기임에도 법인세·소득세·종부세 등을 인상해 전방위적으로 거둬들인 세금으로 각종 복지지출을 확대해 재정승수 효과가 낮은 소비성·이전성 재정지출이 급증하고 있는데 이런 정책을 ‘아낌없이’ 확대할 것임을 시사해 우려가 크다.

최근 발간된 국제통화기금(IMF) 세계경제 전망 보고서는 내년에 신흥국 위기가 발생할 우려가 크므로 재정 여력을 비축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1997년 위기 때도 168조원의 공적자금을 지원해 그나마 충격을 줄였다. 그런데 점증하는 신흥시장국 위기를 앞두고 재정을 ‘아낌없이’ 쓰고 나면 정작 위기가 왔을 때 무엇으로 기업 부도를 최소화해 일자리 충격을 줄일 것인가.

새 경제팀이 이러한 국민들의 우려를 불식시키고 추락하는 경제를 살리기 위해 반드시 해야 할 일은, 첫째 기업 투자를 활성화하는 것이다. 기업 투자가 활성화되지 않고는 일자리 참사를 막을 수 없다. 기업 투자를 통한 양질의 일자리야말로 최선의 복지다. 둘째, 다가오는 신흥시장국 위기에 철저히 대비해 다시는 위기를 겪지 않도록 해야 한다. 최근 소원해진 한미·한일관계를 개선해 달러 기준 통화스와프인 한미·한일 통화스와프를 복원해야 한다. 아울러 위기 시 충격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재정 여력을 비축하는 일도 중요하다. 체력이 허약해진 한국 경제가 다시 위기를 맞으면 완전히 무너지는 대참사가 발생할 수도 있다. 부디 정책전환으로 한국 경제를 위기에서 구해내는 경제팀이 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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