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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람]알리자 올메르트 "메마른 대지 위 사이프러스, 전쟁 끝난지 모르고 서 있는 군인 같아"

"사막위에 녹색의 땅 일구려던

아버지의 꿈 생각나 마음 아파"

2004년부터 유화 연작 그려와

알리자 올메르트 ‘사이프러스’알리자 올메르트 ‘사이프러스’



알리자 올메르트는 지난 2004년부터 유화 연작 ‘사이프러스(Cypresses)’를 그려왔다. 남유럽이 원산지이며 건조한 환경에서도 잘 자라는 사이프러스 나무는 묘지목으로 이용돼 죽음과 애도를 뜻한다고 여겨졌으나 빈센트 반 고흐가 즐겨 그린 것을 계기로 새로운 희망과 부활·재생까지 상징하게 됐다. 하지만 알리자에게는 각별한 의미를 갖는 사이프러스 나무다.


“거의 사막인 이스라엘 땅을 개척하던 사람들에게는 초록색 정원에 대한 환상, 비옥한 땅에 대한 꿈이 있었어요. 시트러스(감귤의 일종) 경작지를 조성하면서 밭 주변을 에워싼 바람막이 겸 농장 지킴이로 사이프러스가 처음 심어졌지만 이스라엘에서 사막과 싸워가며 농사짓는 것보다 스페인·이탈리아 등지에서 시트러스를 수입하는 게 훨씬 효율적이었죠. 농업국가로의 성장을 포기한 1970~1980년대에는 전국 각지에서 시트러스가 뽑혀나갔고 경작지 주변을 둘러싼 사이프러스만 덩그러니 남았어요. 그 모습이 제 눈에는 마치 ‘전쟁이 끝난 줄도 모르고 여전히 그 자리에 서 있는 군인들’처럼 보였어요. 게다가 사막에 녹색을 일구는 것은 농업학자였던 내 아버지의 꿈이었기에 더욱 마음이 아파 나무를 그리기 시작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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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설명을 듣고 다시 본 그림은 전쟁 후의 풍경처럼 처연하다. 작가는 “사이프러스의 또 다른 용도는 가로수로, 내가 향하는 길을 분명히 보게 만든다”며 “언젠가 독일에서 본 오래된 교회 벽에 수년간 떨어진 물이 검은 자국을 남긴 모양이 꼭 ‘바람막이 사이프러스’ 같아 그림에 접목했고 사진과 결합한 콜라주 작업으로도 확장시켰다”고 덧붙였다. 하늘과 땅을 가로지르는 그림 속 묵직한 검은 ‘사이프러스’에 개인과 사회의 역사가 혼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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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상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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