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인, 매니저는 근로자? 사업자? 공인?
소속사가 있는 한국의 배우나 가수들은 근로자일까 사업자일까.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연예인의 신분은 과연 공인(public figure)일까 아니면 ‘셀럽’으로 불리는 ‘유명인’(celebrity)일까. 연예인과 동고동락하는 매니저의 신분은 무엇일까.
결론부터 말하면 한국의 연예인들은 대부분 근로자가 아닌 개인 사업자다. 때문에 계약의 형태도 ‘근로계약’이 아닌 ‘전속계약’으로 이뤄진다. 일본처럼 SM의 강타나 보아, YG의 지누, 션 등 일부 연예인들이 회사의 직원 또는 임원으로 근무하기도 하지만 대다수의 연예인들은 개인 사업자로 소속사와 전속계약을 맺을 뿐이다. 근로기준법 제2조에 따르면 근로자는 직업의 종류와 관계없이 임금을 목적으로 사업이나 사업장에 근로를 제공하는 자를 말한다. 사업장에 계속 근무하는 근로자 뿐 아니라 그때 그때 필요에 따라 일하는 일용근로자도 포함된다. 위 기준처럼 매일 소속사에 출근하면서 일하는 연예인도 있지만, 월급을 받는 고용관계가 아니라 수익을 나눠 갖는 계약관계이므로 근로자라고 할 수는 없다. 대신 연예인과 많은 시간을 함께 하는 매니저는 회사에 소속된 근로자인 경우가 많다. 매니저의 경우 소속사가 직원으로 직접 채용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일부 프리랜서나 파견근로 계약한 매니저도 있을 수 있지만 거의 드물다.
# 52시간 근로제, 연예인, 매니저는 해당될까
올해 7월부터 적용되는 52시간 근로제의 경우, 연예인은 아니어도 매니저는 해당될 가능성이 높다. 물론 그 소속사가 상시 근로자 5인 이상의 회사일 경우에만 해당되는 얘기다. 7월 1일 300인 이상 사업장을 시작으로 50~300인 사업장은 2020년 1월 1일, 5~50인 미만 사업장은 2021년 7월 1일부터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반드시 따라야 한다. 법을 어기게 되면 2년 이하 징역, 2,000만원 이하의 벌금이 적용된다.
연예인이 영화나 광고에 출연할 경우에도 근로자가 아닐 가능성이 높다. 일반적으로 연예인이 영화나 CF 촬영계약을 할 때 갑, 을, 병 삼자간에 계약이 이뤄진다. 영화(광고) 제작사와 연예인이 소속된 매니지먼트사, 그리고 연예인 간에 계약하는 방식인데, 일반적으로 고용주인 제작사가 갑이고, 매니지먼트사가 을, 연예인이 병의 형태로 계약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방식으로 출연 계약을 하면 ‘병’에 해당하는 배우는 상시 근로자가 아닌 것으로 분류된다고 한다. 소속사가 없는 단역이나 조연 배우들도 일반적으로 보조출연자 업체를 통해 파견되므로, 상시 근로자가 아니라 파견근로자에 해당된다.
하지만 소속사와 근로계약을 맺은 매니저는 근로자로 분류돼 배우와 일정이 엇갈릴 수 있다. 만약 배우가 영화 촬영 현장에 있을 경우 배우들은 오랜 시간 촬영을 하고 있지만, 매니저와 스태프는 퇴근해야 하는 일이 생길 수도 있다는 얘기다. 영화 현장에서는 벌써부터 배우는 한팀이지만 스태프는 두 팀으로 나눠 운용하는 형태가 공론화되고 있다고 한다. 근로기준법에서 규정한 탄력적 근로시간제가 있긴 하지만 회사 입장에서는 적용하기 까다로운 측면이 크다. 탄력시간 근로제는 하루 8시간 근로를 기본으로 하되 이를 2주 평균 또는 사용자와 근로자가 합의하면 3개월 평균으로 산정해주는 제도다. 하지만 사용자와 근로자 사이에 합의를 했다고 하더라도 3년 안에 근로자가 변심하면 처벌의 대상이 될 수 있다. 회사 입장에서는 이 같은 한계 때문에 매니저를 비정규직 계약이나 프리랜서로 전환할 가능성도 높아 보인다. 스타의 경우 매니저와의 복잡한 근로계약을 피하기 위해 5인 미만 사업자의 ‘1인 소속사’ 형태를 선호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 연예인은 공인인가 셀럽인가
그렇다면 개인 사업자인 연예인은 공인일까 아니면 셀럽, 즉 유명인일 뿐일까. 공인(公人)은 말 그대로 공적인 일에 종사하는, 정치인이나 공직자처럼 국가와 사회와 관계된 공적 일을 하는 사람이다. 국민의 세금을 받고 일하며, 국민의 삶에 영향을 미칠 책임과 의무를 갖고 있으므로 도덕성과 청렴성이 요구되며 개인적인 문제에 있어서의 법적 처벌도 강하다. 공인은 공직자와 공적 인물로 구분하는데, 이 공적 인물에 연예인, 스포츠 스타 등 유명인(celebrity)도 포함된다는 견해가 있다.
우리나라 법원에서도 도박, 마약, 명예훼손 등 일부 부정적 사건에 대한 판례에서 연예인을 공인으로 인정한 적이 있었다. 2001년 서울지방법원이 신해철 관련 사건에서 “일반인에게 널리 알려진 유명 연예인으로서 상당한 인기를 누리고 있는 스타라고 할 것이므로 이른바 공적 인물”이라고 판결한 게 대표적인 예다. 하지만 연예인을 정치인과 같은 공직자와는 다르며, 제한적인 공적 인물 정도로 볼 수 있을 것이다. 물론 판례의 경우처럼 부정적인 사건의 공적 영향력은 크겠지만, 연예인들이 법을 만들거나 집행하거나 세금을 주무르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는 공인이 아니라 광대’라 주장하는 한 유명가수의 말처럼, 연예인들은 공직자가 아니라 경제활동을 하는 사업자이다. 아무리 대중의 인기를 먹고 사는 연예인일지라도, 정치인 수준의 도덕성과 사회적 책임을 요구하는 일은 과도한 측면이 있다. <한성대 융복합과정 교수·성북창업센터 센트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