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한경연 "韓 8대 주력산업, 3년뒤 조선 빼고 中에 추격 허용"




반도체·자동차·철강 등 우리의 8대 주력업종 가운데 3년 뒤에도 다른 나라의 추월을 허용하지 않는 업종은 선박(조선)이 유일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1위인 디스플레이·무선통신기기는 중국에 1위를 내주는 등 주력업종이 뿌리째 흔들려 산업발(發) 경제위기 가능성마저 나온다. 한국경제연구원은 지난 7∼13일 반도체·석유화학·조선·자동차·석유제품(정유)·철강·디스플레이·무선통신기기 등 8대 주력업종 기업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실시해 이런 결과를 얻었다고 25일 밝혔다. 조사 결과 2018년 현재 한국이 글로벌 경쟁력 우위를 가진 업종은 무선통신기기·디스플레이·정유·조선 등 총 4개였다.

하지만 3년 후에는 조선만 확고한 1위를 유지하게 된다. 정유와 철강도 1위에 올랐지만 중국과 공동 1위에 만족해야 했다. 현재 업황이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여전히 수주 부진, 구조조정에 신음하는 조선 업종만 체면치레를 한 셈이다. 반도체에서는 비메모리 강국인 미국, 자동차는 자율주행 등에 앞선 일본이 확고한 1위를 기록했다. 특히 2025년 제조업 굴기를 천명한 중국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중국과 최대 경합을 보이는 업종은 현재 4개에서 3년 뒤에는 조선·정유·철강·디스플레이·무선통신기기 등 5개로 늘어났다. 심지어 반도체 분야에서도 우리가 강점인 메모리에서 중국의 추격이 거세다.


유환익 한경연 상무는 “중국의 급부상 등으로 그간 우리 경제를 지탱했던 주력산업의 토대가 급격히 무너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부도 위기감을 갖고 정책수단을 강구해야 한다”며 “규제 완화는 물론 노동정책 등에서도 기업의 부담을 덜어주는 쪽으로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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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특히 이번 조사 결과가 현 경제위기의 심각성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실물이 먼저 흔들리면 위기의 해법을 찾기 어려워 경제 침체가 올 경우 심각한 지경으로 내몰릴 수 있다는 것이다. 유 상무는 “금융위기의 경우 실물이 견뎌주면 극복하기 수월하지만, 이번은 기업발 위기라는 점에서 다를 수 있다”며 “사정이 이런대도 4차 산업혁명을 가로막는 규제, 최저임금 인상 등 고비용 정책, 공정거래법·상법 개정 및 협력이익 공유제 추진 등 기업을 옭아매는 족쇄는 점점 많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재계의 한 임원도 “그간 우리 경제의 성장 동인이었던 중국의 부상이 이제는 ‘중국의 저주’로 바뀌고 있다”며 “특히 중국이 국가 주도의 산업 성장 로드맵을 구체화하고 있는 반면 우리는 별다른 대책이 없어 안타깝다”고 꼬집었다.

기업들도 중국 부상을 우려의 시선으로 보고 있다. 이는 가장 큰 애로점을 묻는 설문에 신흥경쟁국의 추격(응답자의 10%), 보호무역주의 확산(5%) 등을 답한 비율이 높았다는 데서도 잘 드러난다. 국내 기업으로서는 지배구조 개선 압박, 주당 52시간 근로 시간 실시 등 고비용 정책 등으로 고전하는 사이 중국이 추격의 고삐를 바짝 당기고 있다는 불안감이 크다. 경제단체의 한 임원은 “삼성바이오로직스 사태만 해도 정권이 바뀌었다고 분식회계의 판단이 달라지지 않았느냐”며 “이런 점들이 비즈니스에 가장 필수적인 예측 가능성을 떨어뜨려 기업의 경영난을 가중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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