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종목·투자전략

[시그널] "모멘티브 딜, 아폴로가 KCC에 먼저 구애했다"… 글로벌시장에서 위상 커지는 韓 제조기업




이달 초 아시아 벤처 캐피탈 저널(AVCJ·Asia Venture Capital Journal)이 홍콩에서 주최한 포럼에 참석한 국내 사모펀드(PEF)의 K 대표는 뜻밖의 이야기를 들었다. 말을 건넨 쪽은 글로벌 사모펀드인 아폴로 글로벌 매니지먼트 관계자였다. 아폴로는 최근 KCC와 원익, SJL파트너스로 꾸려진 국내 컨소시엄에 실리콘 시장 세계 2위, 석영·세라믹 1위 기업인 모멘티브를 30억 달러(한화 3조4,000억원)에 팔면서 국내에 이름을 알린 사모펀드다. 요점은 모멘티브에서 KCC를 직접 찾아가 매각 의사를 타진했다는 내용이었다.

모멘티브 인수 계약은 국내 기업 해외 인수·합병(M&A) 거래 중 역대 세 번째 규모다. 삼성전자의 하만 인수(80억달러), 두산인프라코어의 밥캣 인수(49억달러)의 바로 뒤다. 국내 기업과 PEF가 합작한 최초의 해외 인수합병(M&A) 이기도 하다. 실리콘 시장 점유율 세계 7위인 KCC는 이번 계약을 통해 단숨에 미국 다우코닝에 이은 세계 2위, 원익은 석영·세라믹 시장에서 1위로 올라섰다.


이번 계약의 의미는 또 있다. 일반 기업군뿐만 아니라 글로벌 PEF가 주도하는 세컨더리 마켓에서 국내 제조기업의 위상이 높아졌다는 점이다. 해외 기업의 M&A를 통해 새 먹거리를 발굴해 가는 이른바 ‘크로스보더 딜(cross-border deal)’이 확산하는 추세와 맞물리면서 글로벌 시장에서도 국내 대기업을 주목하고 있다는 게 확인됐다. 특히 금융당국의 외화 반출 제동의 여파로 중국 기업이 글로벌 M&A 시장레서 자취를 감춘 만큼 우리 대기업들에게는 새로운 ‘성장판’을 확보할 호기가 될 수 있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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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 대표는 “사모펀드가 지분을 보유한 기업을 사고파는 세컨더리 마켓이 아시아에서도 점점 늘고 있는 추세”라며 “아폴로가 실리콘 시장의 주요 기업군에 매각의사를 직접 타진했고 그중에서 KCC가 가장 적극적으로 나섰던 게 이번 M&A의 성공 요인이었을 것”이라고 해석했다.

국내 기업에 ‘러브콜’을 보내는 곳은 PEF뿐만이 아니다. 글로벌 제조기업도 마찬가지다. 국내 M&A 업계의 한 관계자는 “최근에 유럽으로 출장을 갔다가 뱅앤드올룹슨의 한 관계자가 삼성과 LG에 인수 의사를 타진해줄 수 있느냐는 말을 들었다”며 “글로벌 M&A 시장에서 한국 기업의 위상이 높아졌다는 것을 최근 들어 부쩍 많이 느낀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김상훈·박시진기자 ksh25th@sedaily.com

김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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