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IT

콘텐츠 경쟁 뜨거운데...또 '합산규제' 카드

국회 과방위서 재도입 법안 심의

넷플릭스·유튜브 글로벌 공세 속

유료방송 덩치키우기 차단으로

국내 업체들은 경쟁력 약화 우려




넷플릭스와 유튜브 등 글로벌 콘텐츠 기업들과의 경쟁이 달아오르고 있는 시점에 정치권에서 오히려 지난 6월 이미 일몰된 ‘유료방송 합산규제’ 카드를 다시 꺼내들어 논란이 일고 있다. 사업자들간의 공정 경쟁을 위해 재도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있는 반면 반대로 글로벌 기업들 사이에서 국내 유료방송의 경쟁력이 줄어들게 된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는 27일 법안심사소위원회를 열고 유료방송 합산규제 재도입을 골자로 한 방송법 개정안과 인터넷 멀티미디어 방송사업법 개정안 등을 심의했다.


유료방송 합산규제는 케이블TV와 IPTV(인터넷TV), 위성방송을 합해 특정 회사의 전체 점유율이 3분의 1을 넘지 못하도록 제한한 규제다. 올해 상반기 기준 30.38%를 차지한 KT(030200) 계열(KT·KT스카이라이프)을 겨냥한 규제지만 지난 6월 27일을 끝으로 일몰됐다.

국회는 합산 규제 일몰이 예정된 올해 상반기 사회적 논의 요구가 일어났음에도 불구하고 한 번도 심의를 하지 않다가 일몰이 된 직후 재도입하는 법안을 다시 발의했다. 하지만 재도입 개정안도 발의 이후 제대로 논의된 적은 없다.


법안소위를 시작으로 유료방송 합산규제 논의 물꼬가 트였지만 막상 재도입이 되긴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날 논의에서도 찬반이 팽팽하게 맞서다 일단 다음에 다시 논의하기로 법안을 보류시켰다.



당장 정부부터 재도입에는 부정적인 입장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합산규제가 사업자의 영업활동 및 경쟁을 제한하기 때문에 폐지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국회에 제출한 바 있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에서도 합산규제에 대해 “일몰 된다고 하더라도 사후규제 등 다른 법제도를 통해 대형 사업자를 통제할 수 있다”며 일몰 의견이 다수라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미국과 유럽연합(EU) 등 해외에서도 유료방송 시장점유율 사전 규제를 폐지하는 추세다.

업계에선 특히 국내 콘텐츠 시장을 두고 넷플릭스와 유튜브 등 글로벌 온라인 동영상서비스(OTT)와의 싸움이 본격화되는 시점에 규제가 재점화되면 해외 사업자의 경쟁력만 높아지는 결과가 초래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업계 관계자는 “넷플릭스는 1년에 80억 달러(약 8조 9,800억원)를 콘텐츠에 투자하는데 이런 글로벌 기업과 경쟁하려면 국내 업체들도 규모를 키워 투자할 수 있는 여력을 높여야 한다”라며 “시장에서 자연스럽게 일어나고 있는 유료방송 시장의 지각변동을 정치권이 인위적으로 막아선 안 된다”고 밝혔다.

실제로 KT의 경우 KT스카이라이프를 통해 딜라이브 인수를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LG유플러스도 CJ헬로와의 M&A(인수합병)를 통해 덩치를 키우려고 준비 중이다.

유료방송 합산규제가 다시 생겨날 경우 위성방송 산업이 고사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유일한 위성방송 사업자인 KT스카이라이프가 3분의 1 규제에 묶여 현재 10.19% 점유율에만 머물러 있어야 하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지역매체로서의 케이블TV와 남북 교류를 활성화시킬 위성방송간 보완 관계를 발전시킬 수 있는 법제 정비가 더 우선돼야 한다”고 밝혔다.


권경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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