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 참석차 아르헨티나를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29일(현지시간)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동포 230여명을 초청해 만찬 간담회를 열었다. 이날 간담회에서 문 대통령은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직접 소개해 눈길을 끌었다. 퇴임이 임박한 각료가 다자 정상회의에서 대통령을 수행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로 문 대통령이 김 부총리에게 마지막 예우를 한 것으로 풀이된다.
간담회에는 ‘우수아이아’ 지역에서 화훼농장 ‘비베로 코레아노’를 통해 성공 신화를 이룩한 조옥심씨, 아르헨티나에서 외국인 최초로 사제 서품을 받은 문한림 주교, 아르헨티나 정부에서 근무 중인 차세대 동포 변얼씨 등 각계각층의 동포들이 참석했다. 또한 프랑코 연방경찰청 차장, 오라시오 호세 가르시아 이민청장 등 아르헨티나 측 친한 인사들도 얼굴을 보였다.
문 대통령은 올해 세계한인의 날 정부포상 유공자인 아델라 마리아 비고티 데 김씨에게 훈장을 수여하면서 현지 동포사회를 위해 애써준 데 대해 감사 인사를 전했다. 김씨는 아르헨티나 한인 이민 초기 한인들의 이민서류 작성 등 행정절차 지원, 부동산 거래 시 사기 피해 및 부당거래 예방을 위한 무료 법률 자문 등을 해 한인사회 안정화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재외동포 유공 훈장 목련장 수훈 대상이 됐다. 문 대통령은 격려사에서 김씨를 따로 언급하며 각별한 감사 인사를 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훈장은 원래 대통령이 수여하는 것이지만 해외에 계신 분들에게는 관할 공관에서 대신해서 전수식을 해왔다”며 “정부가 규정을 추가해 대통령이나 총리 등이 이른 시일 내 해당 국가를 방문하면 그 훈장을 달아드리기로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씨는 국민 훈장을 받으셨을 뿐만 아니라, 제가 해외에서 처음으로 훈장을 수여한 분”이라며 청중들의 박수를 이끌었다.
문 대통령은 이어진 격려사에서 “한국인의 정체성을 지키면서도 아르헨티나 사회에서 인정받고 우리의 차세대를 잘 키워주신 동포 사회에 마음 깊이 감사드린다”며 사의를 표했다. 그러면서 문 대통령은 한국과 아르헨티나가 지구 반대편이라는 물리적 거리에도 우호 관계로 발전한 데에는 동포들의 역할이 컸다고 평가하고, 여러 방면에서 양국 간 우호 관계가 더욱 증진될 수 있도록 동포들의 적극적인 관심과 성원을 당부했다. 문 대통령은 양국이 워킹홀리데이 협정과 사회 보장협정 등을 체결해 경제·문화·사회 등 다양한 분야에서 우호적이고 돈독한 관계를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영농이민으로 시작된 아르헨티나 동포사회가 지금은 의류산업을 이끌어 나가는 등 많은 성장을 이룬 것을 높이 평가하고, 동포들이 현지에서 최대한의 역량을 발휘하며 당당하게 살아가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역설했다. 그러면서 양국 치안 당국 간 교류·협력 강화, 한인 동포사회와 아르헨티나가 함께 성장할 수 있는 다양한 협력 사업 발굴·지원, 차세대 동포의 한민족 정체성 유지를 위한 우리말·역사·문화 교육 등에 역점을 둔 지원 사업을 추진하겠다고 덧붙였다. 문 대통령은 “더욱 자랑스러운 조국, 평화와 번영의 한반도를 반드시 이뤄내겠다”며 “동포 여러분도 더욱 성원해 달라”고 말했다.
이어 건배사를 한 이학락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남미서부협의회장은 “제가 ‘평화’ 하면 여러분은 ‘통일’이라고 하시면 된다”고 말하며 간담회 분위기를 더욱 북돋웠다. 문 대통령은 마무리 발언에서 “1965년 부산항에서 아르헨티나와 브라질로 떠나는 농업이민 1세대의 모습을 기억한다”며 “떠나가는 배 위의 사람들과 환송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선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서로 다른 환경에서 시작한 이민생활이 무척 고달팠을 텐데 높은 평가를 받는 동포들을 보면 자랑스럽다”며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평화프로세스도 잘 해결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의 이런 격려에 동포 조옥심씨는 감정이 북받친 듯 눈물을 흘렸다. 문 대통령은 연설을 마치고 자리로 돌아와 같은 테이블에 앉은 조씨의 어깨를 감싸면서 위로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간담회에서는 아르헨티나 현지인들로 구성된 ’더블케이‘팀의 케이팝 공연과 한인 동포들로 구성된 ’한울림 합창단‘의 공연이 이어졌다.
이날 간담회에는 이임을 앞둔 김동연 부총리도 참석했다. 문 대통령은 격려사를 마치면서 “G20 재무장관 회의가 곧 열리기 때문에 이 자리를 떠나실 것 같아 한 분만 더 소개해드리겠다”며 “김동연 부총리가 함께 해주셨다”고 말했다. 퇴임이 임박한 경제부총리가 다자 정상회의에서 대통령을 수행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사례이다. 이는 문 대통령이 김 부총리에게 마지막까지 예우를 다한 것으로 해석된다.
/노진표 인턴기자 jproh93@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