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서울시에 따르면 결핵 전문 공공병원인 서울서북병원은 결핵 환자 폐쇄병동 건립을 위한 국비를 내년도 예산안에 추가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서울시는 국비 20억원을 받으면 나머지 20억원은 시에서 기꺼이 부담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서북병원은 최근 잇따르는 결핵 환자의 ‘탈출’로 몸살을 앓고 있다. 지난 19일 서북병원에서 진료를 받던 40대 환자가 새벽 시간을 틈타 사복을 입고 병원을 빠져나갔다. 올해 10월4일에는 50대 환자가 환자복을 입은 채 지하철 3호선을 타고 돌아다녀 승객 수백 명이 하차하고 열차를 소독하는 소동까지 벌어졌다. 이 두 환자는 똑같이 알코올 중독 증세를 앓고 있었으며 병원의 치료 권유와 지시에 비협조적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서해숙 서북병원 진료부장은 “환자가 병원을 탈출하는 사건이 분기마다 한 번꼴로 발생한다”며 “치료가 다 안 됐는데 나간다고 고집을 부리는 환자도 많다”고 토로했다.
서울시는 2016년부터 매년 국비 지원을 요구해왔다. 특히 지난해에는 관련 상임위인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의 의원들이 필요성에 공감해 예산이 통과될 수 있다는 기대가 돌았지만 막판에 의원들의 지역구 민원과 쪽지예산이 몰리면서 관련 예산이 빠진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도 서울시와 서북병원은 관련 예산을 편성하기 위해 국회의원들에게 사정을 설명하고 있다.
결핵 환자의 탈출이 있을 때마다 병원의 관리 부실을 질책하는 여론이 들끓지만 서북병원 측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서 부장은 “탈원이 이어지고 있는데 관련 예산은 편성되지 않은 상황에서 서북병원의 책임만 물어서 되겠느냐”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