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책꽂이 - 포스트 프라이버시 경제] 빅데이터 시대, 프라이버시 과감하게 내주되 권리 제대로 찾자

■안드레아스 와이겐드 지음, 사계절 펴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는 처음 등장했을 때만 해도 1인 미디어로서 언론의 기능을 확장한다는 긍정적인 측면이 강했다. 2010~2011년 튀니지의 ‘재스민 혁명’만 봐도 그렇다. 독재정권에 저항한 튀니지의 반정부 시위는 트위터, 페이스북 등 SNS가 혁명발발의 큰 역할을 했다. 하지만 요즘의 SNS는 가짜 뉴스를 확대 재생산하는 창구로 악용되고 있다는 비난과 더불어 사생활 침해의 폐해가 크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그뿐 아니라 SNS는 표현의 자유가 아닌 오히려 표현을 하는 데 있어서 자발적으로 스스로를 검열하고 감시하는 것을 유도하기 때문에 ‘디지털 파놉티콘(영국의 철학자 제러미 벤덤이 죄수들을 효과적으로 감시할 목적으로 고안한 원형 감옥)’으로까지 지목받고 있다. 하지만 어쩌나, 이제 우리는 싫든좋든 SNS를 떼 놓고 생활하기는 어렵게 됐으니 말이다.

세계적인 빅데이터 전문가로 꼽히는 안드레아스 와이겐드는 ‘포스트 프라이버시 경제’를 통해 이러한 현상에 대해 비관하기보다는 소셜 데이터 혁명시대에 프라이버시는 더 이상 우리를 지켜주는 보호막이 아니라 데이터를 이용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과정에서 소비되는 하나의 자원으로 재정의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저자는 “100년 전 소규모 지역 공동체를 지켜주던 프라이버시라는 개념은 이제 낡고 순진한 이야기가 됐다”며 “소셜 데이터 혁명의 시대를 직시하고 그에 어울리는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설득력 있는 주장이다. 실제로 우리는 생각보다 개인적인 정보를 SNS를 비롯해 인터넷에 기꺼이 노출했고, 우리의 정보들은 이미 소셜 데이터화하지 않았나. 이 같은 불가피성은 페이스북의 최고경영자(CEO) 마크 저커버그 또한 일갈한 바 있다. 그는 지난 2010년 한 인터뷰에서 “페이스북 창업 초기만 해도 개인 정보를 인터넷에 올리는 것을 꺼려 했지만 불과 5년 만에 사람들은 자신의 나이, 직업, 거주지는 물론 취향이나 정체성 같은 지극히 사적인 정보까지 기꺼이 공개하게 됐다”면서 “ ‘프라이버시의 시대’는 끝이 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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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책으로 돌아가 보면, 이렇게 축적된 데이터들은 마케팅 수단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정책을 만드는 데 활용되는 등 새로운 경제 가치를 만들어낸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우선 여러분은 이미 자신이 누른 ‘좋아요’ 혹은 포털 사이트에서 검색한 이후 내가 관심을 가질만한 상품을 추천받는 경험을 하고 있을 것이다. 이미 우리의 검색은 마케팅 정보가 돼버린 셈이다. 소셜 데이터는 이처럼 단순 마케팅에 뿐만 아니라 정책에 활용되기도 하며 축적된 정보가 더 정교하고 더 커다란 정보가 되기도 한다. 이를테면 휴대폰의 위치 정보 데이터는 사람과 제품의 이동 추세를 드러내 정부의 교통이나 건설 정책에 활용하고, 시선 추적 데이터는 코딩 학습이나 엑스레이 판독 때 초보자가 상급자의 응시 패턴을 따라 해 더 나은 성과를 내도록 훈련하도록 만든다거나, 페이스북이 보유한 개인정보는 에어비앤비 등 다른 서비스를 이용할 때 신원 보증의 역할을 하기도 한다.

그러나 저자는 소셜 데이터 혁명이 장밋빛 미래만을 보여주지는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밝히면서 데이터를 생산하는 개인과 데이터를 이용하는 기업이 ‘공동 생산자’로서의 새로운 관계를 설정해야 함을 강조한다. “수동적인 소비자가 아니라, 소셜 데이터라는 ‘모두가 함께 만든’ 자원을 가지고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내는 파트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기업과 개인은 어떻게 발전적이고 생산적인 관계를 정립할 수 있을까. 저자는 투명성과 주체성이라는 두 가지 원칙을 강조한다. 우선 “기업이 우리를 ‘투명하게’ 들여다보듯, 우리도 기업을 ‘투명하게’ 들여다볼 수 있는 방법을 비롯해 기업들이 우리의 데이터를 가지고 하는 일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수단을 확보해야 한다”고 말하는 저자는 투명성을 높이는 장치로 데이터에 접근할 권리와 데이터 기업을 점검할 권리를 제안했다. 주체성 측면에서는 자신의 데이터를 자신이 원하는 방식으로 이용할 수 있는 권리가 확대돼야 한다고 말한다. 당연한 얘기지만 “이 권리에는 데이터를 수정할 권리, 데이터를 보호할 권리, 데이터를 이전할 권리들이 포함된다.” 2만2,000원


연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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