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이 주축이 된 진보 성향 시민단체들의 모임인 민중공동행동이 1일 국회 앞에서 약 2만명 규모의 문재인 정부 규탄 시위를 벌였다. 경찰은 국회 앞 행진을 예고한 시위대와의 충돌을 우려했지만 대체로 평화롭게 끝났다. 다만 시위대가 도로를 점령하면서 불편을 겪은 시민들은 항의를 표시했다. 내란음모 사건으로 복역 중인 이석기 전 의원의 석방을 요구하는 구호도 등장했다.
민중공동행동은 이날 ‘2018 전국민중대회’를 열고 “문재인 정부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공약을 지키지 않고 개혁역주행을 하고 있다”며 “문재인 정부의 개혁 역주행을 멈춰 세우고 민중의 요구가 제대로 반영된 사회 대개혁을 이뤄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은 “탄핵 망치를 두드렸던 국회가 촛불항쟁 이전으로 세상을 되돌리려 하고 있다”며 “재벌들에게는 장시간 노동과 싼 임금을, 노동자에게는 과로사를 주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2년 전 노동자와 영세상인, 청년 등이 박근혜를 끌어내렸듯이 다시 한번 힘을 모아 촛불의 염원을 실현하자”고 강조했다.
민중공동행동은 민주노총과 민주노점상전국연합·전국철거민연합 등 50여개 시민단체가 지난 5월 결성한 단체다. 3년 전 당시 박근혜 정부를 비판했던 민중총궐기투쟁본부의 후신이기도 하다.
이날 시위에는 주최측 추산 2만명, 경찰 추산 1만명이 참가했다. 민중공동행동은 “국회를 포위해 그들이 위임받은 권력의 진짜 주인이 누군지 알려주자”며 집회 후 국회 담장을 에워싸는 행진을 계획했으나 경찰의 불허 통보를 받았다. 경찰은 국회 앞 대로, 더불어민주당사, 은행로 등 국회 정문 앞쪽 행진 신고는 받아들였다. 하지만 국회를 에워싸는 행진(의원회관 교차로∼국회5문, 국회5문∼서강대교 남단)은 제한했다. 행진으로 국회 업무 수행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주최측이 서울행정법원에 경찰의 불허 통보에 대한 집행정지 가처분을 신청했지만 법원도 신청을 기각했다.
경찰은 이날 시위대의 돌발 행동을 우려해 130개 중대 병력 1만여명과 대화 경찰관 등 총 2만명을 국회 앞과 더불어민주당사, 자유한국당사에 배치했지만 충돌은 일어나지 않았다. 오후 4시께 국회 정문으로 향한 시위대는 민주당사와 한국당사 앞에서 구호를 외친 뒤 5시쯤 해산했다. 다만 국회 앞 여의2교와 국회대로 등 인근 도로가 통제돼 운전자들이 경적을 울리며 항의했다. 일부는 시위대와 다투기도 했다.
민중공동행동은 “밥한공기 300원, 농정대개혁 쟁취”“노점관리 대책 멈춰. 폭력강제철거 안돼” 등 농민과 노점상 등을 위한 구호도 연발했지만 탄력근로시간제 확대 반대, 비정규직 정규직화, 국제노동기구(ILO) 핵심 협약 비준 등 민주노총이 끌어간 의제가 구호의 대부분을 차지했다. 사실상 탄력근로제 확대 반대 집회였다. 민주노총은 한국당사 앞에서 “탄력근로제를 폐기하라”“ILO 핵심 협약을 당장 비준하라” 등 구호와 함께 “노조파괴 공동정범 자유한국당은 당장 해체하라”라고 외쳤다.
시위에는 이 전 의원의 석방을 요구하는 구호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국내 방문을 환영하는 구호도 등장했다. 시위에 참가한 ‘이석기 의원 내란음모사건 피해자 한국구명위원회’는 오는 8일 이 전 의원의 석방을 요구하는 시위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벌일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