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IT

[Science&Market] R&D, 관료화와 자율성 실패

이민형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도전 과정의 실패도 값진 경험인데

출연硏 경직된 환경선 혁신 어려워

정부, 20조 투자 걸맞은 성과 위해

자율적이고 유연한 운영 보장해야

이민형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새로운 지식과 기술이 혁신 가치를 창출하고 경제발전의 동력으로 작용하는 혁신경제 시대이다. 새롭고 창의적인 지식이 혁신의 원천이자 경제성장의 핵심요소이다. 혁신 가치 창출은 혁신생태계의 여러 요소들이 결합돼야 가능하지만 혁신의 씨앗인 가치 있는 지식 확보에서 시작된다. 혁신성장도 그 출발점은 연구개발(R&D)을 통한 우수한 지식성과를 창출함에 있다.

연구개발 활동은 일반 생산활동과는 다른 차별적인 특성을 갖고 있다. 연구개발의 목적은 전문지식을 바탕으로 새롭고 독창적이면서 유용한 성과를 창출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연구성과는 새로운 도전과 시도를 하는 과정에서 많은 실패와 경험을 통해 얻어지며 성공 가능성도 높지 않다. 그래서 연구개발 활동에는 고도의 전문성과 지식이 요구되며 새로운 도전 과정의 불확실성에 대응한 유연성이 필요하다. 최근에는 해결해야 할 문제가 복잡해져 다양한 관련 전문지식을 결합할 수 있는 개방성도 갖춰야 한다. 이런 이유로 연구개발 활동에는 외부에서 정한 경직적인 관리기준을 적용하기보다는 자율적이고 유연한 관리가 요구된다.


그런데 정부출연연구기관의 연구환경에 대한 조사결과를 보면 연구현장의 자율성 수준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출연연 연구자들뿐만 아니라 대학 및 기업 연구원들 모두 출연연의 가장 중요한 문제로 연구기관 운영의 경직성과 관료화 문제를 꼽고 있다. 연구기관이 혁신환경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하는 역량이 떨어지고 수평적인 조직과 유연한 관리체계를 갖추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 원인으로 정부의 출연연에 대한 관리통제가 과도해 자율성 확대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연구환경의 관료화는 사전에 정해진 규정을 준수하고 외부의 일반적 기준을 연구기관에 준수하도록 해 연구관리가 경직적으로 이뤄지는 현상이다. 관료화된 연구환경에서는 새로운 도전과 시도가 어렵고 환경변화에 대응한 유연한 적용도 어렵다.


또한 자율적인 운영을 제약해 독창적이고 유용한 성과창출을 어렵게 한다. 그동안 정부 연구개발 분야는 연구개발 투자가 확대된 만큼 연구성과가 창출되지 않는 구조적인 문제가 있었다. 일명 ‘한국형 R&D 패러독스’라 불리는 구조적 문제의 핵심은 출연연을 비롯한 대학 등 공공연구기관의 연구성과 창출 부진에 상당 부분 기인한다. 정부도 이런 문제를 인식하고 출연연 성과 개선을 위한 혁신 방안을 지속적으로 제시해왔다. 그러나 연구환경의 관료화로 혁신성과 창출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관련기사



지금까지 정부의 연구개발 정책은 투자 확대를 중심에 뒀다. 연구개발에 대한 재정적 지원확대는 연구성과 창출로 이어질 것이라는 기대에 기반한 것이다. 그래서 연구개발예산이 선진국보다 높은 증가율로 확대됐고 이제 투자 규모 면에서도 선진국에 뒤지지 않는 수준이다. 내년에는 20조원을 넘는 예산이 투자될 예정이다. 그러나 성과창출의 불확실성과 높은 전문성의 가치가 존중되는 자율적인 연구환경이 확보되지 않으면 기대에 못 미치는 결과가 나올 수 있다.

그동안 연구개발 분야에 대한 정부의 투자 확대는 동시에 관리통제도 강화하는 흐름으로 이어져 왔다. 연구현장에 공공 부문의 일반적 통제기준이 가해지는가 하면 창의성이 강조돼야 할 연구개발에 양적 성과 기준을 평가기준으로 적용하기도 한다. 정부가 20조원 투자시대에 부응하는 성과를 얻으려면 정부통제로 인해 관료화된 연구현장을 자율적이고 유연한 연구환경으로 바꾸는 것이 우선적 과제이다.

정부가 새로운 연구개발 정책 방향으로 제시한 ‘연구자 중심 R&D’ 구현을 위해서는 더욱 실효성 있는 조치들이 요구된다. 정부는 작은 사항들을 보완하는 약한 수준의 개선이 아니라 출연연 운영에 자율을 부여하는 과감한 조치를 취할 수 있어야 한다. 선진국 수준의 연구성과를 기대한다면 선진국 수준의 연구환경 조성에 필요한 자율적인 연구기관 운영체계가 기본조건이다. 연구개발 투자 확대를 넘어 선진화된 자율연구관리체계로 도약하기 위한 정부의 적극적인 정책전환이 필요하다.

She is..

과학기술 정책에 관해 오랫동안 연구하며 국가 연구개발 전략·예산·시스템 평가·설계 전문가로 활동하고 있다. 연구개발 효율화, 정부규제심사, 기초연구진흥 등 여러 정부 위원회에서 활동하고 있다.

고광본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