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정상이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전까지 제재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뜻을 모았다. 이는 북한이 요구해온 ‘비핵화 단계 별 제재완화’와는 배치되는 것으로 북한의 속내가 복잡해질 것으로 보인다. 양국 정상은 다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서울 방문이 한반도 평화에 추가 모멘텀을 제공한다”는 공감대도 형성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북한에 대한 제재완화와 경협에 대해서는 언급을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미 ‘완전한 비핵화 전까지 제재’...北 반발할 듯=지난달 30일(현지시간)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열린 30여분 간의 한미정상회담에서 양측은 이같이 공감했다고 윤영찬 국민소통수석이 전했다. 그동안 북미는 비핵화와 제재완화를 놓고 ‘핑퐁게임’을 벌여왔다. 북한은 그동안의 비핵화에 걸맞은 제재완화를 해달라는 것이고 미국은 추가적인 비핵화 조치가 나와야 한다고 맞섰다. 이에 문재인 대통령은 ‘완전한 비핵화 전까지는 제재 유지’라며 교통정리에 나선 것으로 평가된다. 실제 이날 제재완화, 남북 경제협력 등에 대한 구체적인 이야기가 나오지는 않았다고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전했다.
이 관계자는 “문 대통령이 ‘북한이 비핵화를 좀 더 힘 있게 추진할 수 있게 상호 신뢰관계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설명했다. 결국 문 대통령은 미국의 생각처럼 완전한 비핵화 전 제재완화는 안 되지만 종전선언, 남북 철도공동조사 등의 협력사업으로 북한을 설득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이 정도 ‘당근’에 북한이 응할지는 미지수다. 북한은 풍계리 핵실험장·동창리 미사일 엔진 시험장 폐기 등을 주목할 비핵화 조치로 자평하고 굵직한 제재완화를 요구해왔다. 서울경제신문 펠로(자문단)인 남성욱 고려대 교수는 “한미의 제재 유지 입장에 북중이 연합해 반발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金 연내 서울 답방은 미지수=우리는 한미정상회담에서 김 위원장의 서울 답방에 대한 미국의 양해를 얻어낸 것으로 평가된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남북정상회담이 북미와 별개로 열릴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시점은 연내 답방은 여전히 유동적이다. 청와대의 다른 고위관계자는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기자들과 만나 김 위원장의 연내 방문과 관련해 “꼭 연내가 아니라도 상관없는 것 아닌가”라며 “문 대통령도 초조하게 서둘러서 하는 사람이 아니다. 연내에 반드시 와야 한다는 점은 아니고 순리대로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오는 12~14일께 서울 남산타워, 특정 호텔에 예약을 받지 말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만일을 대비한 것일 뿐, 현실적으로 힘들다는 기류도 청와대 내에 흐른다. 그동안의 북한 의전 특성을 고려할 때 아무리 일을 빨리 처리해도 연내는 어렵다는 것이다. 일본 요미우리신문은 2일 한국 정부가 지난달 중순 김 위원장의 12월 중순 방한을 요청했지만 “연내는 곤란하다”고 답했다고 한미일 소식통을 인용해 전했다.
하지만 연초 방문할 가능성은 열려 있다. 이 관계자는 “지금까지 1년 남짓 김 위원장을 봐왔는데, 시기가 조금 늦어질 수는 있어도 약속은 꼭 지킨다”며 “연내 서울 답방도 그런 차원에서 이해하고 있다. 시간은 지연되더라도 김 위원장이 한 말이 있기 때문에 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연초 서울 답방 후 1·2월 북미정상회담 시나리오가 제기된다. 고유환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한미가 김 위원장 서울 답방, 완전한 비핵화 후 제재완화 등 서로 원하는 것을 주고받으며 합의를 봤다”고 평가하며 “북한이 한미의 제재 유지 결정에 어떤 입장을 내느냐에 따라 서울 답방도 가늠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부에노스아이레스=윤홍우기자·이태규·박우인기자 seoulbird@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