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가 노후 불안에 공적연금에서 사적연금으로 무게중심이 이동하고 있다. 아시아 정부당국의 화두도 개인의 노후를 어떻게 관리할 수 있을지로 옮겨가고 있는 가운데 중국정부가 타깃데이트펀드(TDF)를 사적연금에서 디폴트옵션으로 제공하는 등 적극적 행보를 보이고 있다.”
미국 성장주의 명가 티로우프라이스의 토마스 폴라익(사진) 멀티솔루션 부문 헤드는 지난달 30일 서울경제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티로우프라이스는 미국에서 900조원 이상의 자산을 운용하는 나스닥 상장사로 시가총액이 19조원을 넘는다. 미국에서 은퇴 후 시장 상품을 주도하는 TDF ‘빅 3’ 운용사다. 폴라익 헤드는 아시아 지역 TDF 전반을 관리하는 최고 책임자로, 티로우프라이스는 한국투자신탁운용과 함께 TDF 상품을 선보이고 있다. TDF는 은퇴 시기에 맞춰 연령대별로 투자 자산을 자동 배분해주는 상품으로, 대표적인 노후대비 수단으로 떠오르고 있다.
폴라익 헤드는 노후불안에 대한 화두로 말문을 열었다. 그는 “아시아, 특히 한국과 일본에선 노후 자금을 대부분 예금형태로 저축하고 있는데 예금만으로 장수시대에 노후를 대처하기에는 역부족”이라고 말했다. 실제 국내 퇴직상품의 80% 이상이 예금 형태다. 그는 예금 이자가 인플레이션마저 따라가지 못하는데 예금에 노후를 맡기는 것은 무책임하다고 지적했다.
연금 상품의 상당 부분을 TDF에 의존하는 미국도 2006년 TDF를 ‘디폴트옵션’으로 채택하는 연금보호법을 개정하며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디폴트옵션은 근로자의 동의 없이 기업이 미국의 퇴직연금제도에 가입하는 제도다. 거부 의사를 밝히지 않으면 자동 가입되는 구조다. 미국에서 2006년 1,080억 달러에 불과했던 TDF 시장은 20017년 말 1조1,080억달러로 10배 이상 증가했다. 미국의 TDF 수익률은 지난 10년간 연평균 3.99%를 기록했다. 자산투입시점을 고려하면 매년 5.38%가 거의 ‘복리’에 가깝게 적립된 셈이다. 젊은 세대의 88% 가량이 TDF에 가입하며 노후 준비 수단으로 자리 잡은 게 가장 큰 성과다. 그는 “한국시장에서 여전히 TDF를 포함한 사적연금이 개인의 적극적인 노력으로 가입되고 있다”며 “예금상품에 의존하지 않고 매년 노후자산이 증식되는 구조를 만들기 위해서는 디폴트옵션 제도 등이 마련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한중일 3국의 연금 제도를 비교하며 한국 시장의 변화를 촉구하기도 했다. 그는 “이미 중국도 노후가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면서 사적연금에 대해선 최근 TDF를 디폴트옵션에 포함시켰다”며 “일본은 여전히 예금에 의존하는 반면 중국 정부는 기민하게 움직이고 있다”고 평가했다. 우리나라는 지난 10월 주식투자비중 80% 이내, 예상은퇴시점 이후 40% 이내 TDF만 투자한도를 100%로 늘리면서 운용사들이 불만을 제기했다. 그는 “미국의 경우 정부가 가이드라인을 제시하지 않았지만 각 운용사들이 보다 안정적이면서도 높은 최적의 수익을 위해 상품을 매년 리밸런싱하며 주식비중이 모두 높아지고 있다”면서 민간 영역의 자율성을 보장하는 게 필요하든 의견을 피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