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장경국 굿파머스 이사장 "개도국 농가에 병아리 지원…자립 도와요"

"캄보디아·라오스·우간다 등

100곳에 100마리씩 보급

닭·계란 팔아 한달 100弗 소득

큰돈 안 들이고도 자립 효과 커

대북제재 해제 땐 북한 돕고파

양계로 지질 개선·산림녹화 기대"

장경국 (사)굿파머스 이사장.



“동남아시아와 아프리카 농가에 병아리를 지원하는데 많은 돈을 들이지 않고도 자립 효과를 톡톡히 거두고 있어요. 대북제재가 해제되면 북쪽에도 병아리를 지원해 농촌의 자립을 도우려고 합니다.”

‘빈곤의 땅을 푸르게 가꾸는 착한 행동’을 표방하는 사단법인 굿파머스의 장경국(72·사진) 이사장이 최근 한양대에서 서울경제신문과 인터뷰를 갖고 “‘탈무드’에서 ‘물고기를 주지 말고 물고기 잡는 법을 가르쳐줘야 한다’고 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농대를 졸업한 그는 상장사인 한일사료 대표를 맡았던 지난 2003년 비정부기구(NGO)와 함께 평양을 방문해 남포 사료공장 건설을 자문했다. 2005년부터 직접 관여하며 북측을 자주 방문했고 2006년 공장이 가동되는 것을 지켜봤다. 이때 ‘은퇴 후 좀 더 보람된 일을 찾자’며 아예 회사를 사직하고 NGO 활동에 참여했다.

“남포 사료공장이 가동되자 북쪽 농촌의 자립에 부쩍 관심이 갔지요. 힘들게 사는 모습에 마음이 흔들렸거든요. 같은 동포인데 ‘힘을 보태주자’는 생각에 100개 농가에 100마리씩 병아리를 보급하려고 했어요. 그런데 북의 핵실험과 정권교체로 남북관계가 경색돼 동남아와 개발도상국으로 우선 눈을 돌렸지요.”

(사)굿파머스 측이 병아리를 지원받은 방글라데시의 농가를 방문해 애로를 듣고 지원 방안을 협의하고 있다. /출처=굿파머스 홈페이지(사)굿파머스 측이 병아리를 지원받은 방글라데시의 농가를 방문해 애로를 듣고 지원 방안을 협의하고 있다. /출처=굿파머스 홈페이지


현지 농가 100곳에 100마리씩을 지원하면 닭과 계란을 팔아 각각 월 100달러의 소득을 올려 자립기반을 구축할 수 있을 것이라는 계산이었다. 비용은 100곳의 농가를 지원하는 데 병아리, 계사, 알 낳을 때까지의 사료, 약, 출장비 등 1억5,000만여원이 소요됐다. 이 같은 방식으로 굿파머스는 동남아의 캄보디아·방글라데시·라오스, 아프리카의 우간다·부르키나파소에 병아리나 돼지·오리·염소를 지원해 큰돈을 들이지 않고도 파급 효과를 얻고 있다. 북측에 지원할 때는 현장 확인 비용이 늘어 2억~3억원은 들 것으로 보고 있다. “계란은 병아리로 부화한 뒤 6~7개월만 키우면 알을 낳아 농가소득이 발생하지요. 부화기도 보내는데 들이는 돈에 비해 효과가 커요. 그렇지만 현지 상황에 따라 염소나 돼지·오리로 하자고 하면 그렇게 하지요. 다만 돼지는 이슬람권에서는 꺼리는 점이 있어요.”


지원할 때는 현지에 파견된 선교사를 통해 지역과 농가를 선정해 소규모로 시작한 뒤 효과를 보면 주변으로 확대한다. 예를 들어 방글라데시의 한 농가에 병아리 200마리를 지원한 결과 기대했던 것보다 소득이 늘어나자 이웃 농가로 확대했다. 그는 “농가에서 돈을 벌자 아이 교육에 투자하기 시작했다”며 “닭을 400~500마리 키우면 대학까지 보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우간다에서는 예상했던 것보다 효과가 나지 않는 등 각각의 현지 실정에 맞게 세심한 주의가 요구된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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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쪽에서 밀가루나 옥수수의 지원을 원하는데요. 앞으로 기회가 되면 북한 농가에도 병아리를 지원하려고요. 소득을 올리고 닭의 분뇨로 토질을 강화해 농사도 짓고 산림녹화도 할 수 있도록 하려고 합니다.” 그는 이어 “북측에서는 1970년대부터 산을 밀고 뿌리가 얕은 옥수수를 심어 땅이 황폐화했다”고 소개하며 “지금의 나무로 불을 때는 취사구조를 그대로 두고 비료도 없이 그냥 산에 나무만 심으면 절대 성공할 수 없다. 흙이 쓸려 내려가 산 아래가 높아져 있어 배수도 잘 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어느 단체에서 압록강가에 5만여그루의 나무를 심는 것을 지원하는 것을 봤는데 과연 얼마나 착근해 살아남을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반문했다.

그는 “모든 것은 현장에서 출발해야 한다”며 “NGO는 그냥 주는 것에 익숙한데 현지 자립을 돕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공적개발원조(ODA) 사업도 40~50%가 인건비 등 지원 과정에 들어가는데 이 비용을 줄이는 것이 큰 과제”라고 덧붙였다. /고광본 선임기자 kbgo@sedaily.com

고광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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