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정치·사회

일본의 ‘눈 가리고 아웅’…“전투기 이착륙해도 항모 아냐”

항공모함 추진 반발에 ‘다용도 운용 호위함’으로 표현 바꾸기로

전투기 배치하고 공격형 무기 도입…사이버공격 능력 보유도 추진

일본이 항공모함 개조를 추진 중인 대형 호위함 이즈모가 2017년 5월 가나가와(神奈川) 현 요코스카(橫須賀) 기지를 출항하고 있다. /연합뉴스일본이 항공모함 개조를 추진 중인 대형 호위함 이즈모가 2017년 5월 가나가와(神奈川) 현 요코스카(橫須賀) 기지를 출항하고 있다. /연합뉴스



일본 정부가 공격형 무기인 항공모함 도입을 추진하려다가 반발을 사자 항공모함이라는 말 대신 ‘다용도 운용 호위함’이라는 표현을 쓰기로 했다.

일본은 경항모급 헬기 탑재 호위함인 이즈모를 개조해 전투기 이착륙이 가능하도록 할 방침이었다. 하지만 반발을 사자 내용은 유지한 채 표현만 바꾸어 ‘말장난’에 그친다는 비판을 받았다.


6일 아사히신문은 일본 정부와 자민당·공명당 연립여당 의원들은 전날 회합에서 이즈모를 개조해 만들기로 한 ‘다용도 운용 모함’(母艦·항공모함)을 ‘다용도 운용 호위함’으로 부르기로 했다고 전했다. 일본 정부는 이달 중순 확정할 장기 방위전략인 ‘방위계획의 대강’(방위대강)에 이즈모 개조 방침을 넣을 계획인데, 개조 후 명칭에 대한 표현을 바꾸기로 한 것이다.

아사히는 헌법이 금지하는 공격형 항모 보유에 대한 비판을 피하기 위한 의도라고 설명했다. 일본은 일본 평화헌법 규정(헌법 9조)에 따라 전력과 교전권 보유를 금지하고 공격을 받을 경우에만 방위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전수방위(專守防衛) 원칙을 지켜왔다.


자민당 의원인 오노데라 이쓰노리(小野寺五典) 전 방위상은 전날 회합 후 “다용도로, 어디까지나 호위함이라는 범위에서 다양한 운용이 가능하도록 하겠다는 게 연립여당 의원들의 일치된 견해”라고 말했다. 하지만 정부·여당은 표현만 바꿨을 뿐 갑판 두께 등을 개조해 전투기가 착륙하도록 하겠다는 이즈모의 개조 방식에 대해서는 전과 같은 계획을 갖고 있다.

관련기사



또,방위대강에 항공모함에 탑재 가능한 최신예 스텔스 전투기 F35-B를 도입하겠다는 내용을 넣을 방침도 변함이 없다. 요미우리신문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전날 회합에서 F35-B를 20~40기 도입하겠다는 계획을 연립 여당에 설명했다. 일본 정부는 차기 ‘중기방위력정비계획’(2019~2023년) 적용 기간에 이 전투기 도입을 시작하는 구상을 하고 있다.

방위대강은 통상 10년 주기로 수정하는 일본의 장기 방위전략으로 올해 개정하면 5년만에 개정하는 것이다. 아베 총리는 “기존 방위대강의 연장선상이 아니라 수십년 앞 미래의 초석이 될 방위력 모습을 제시하겠다”며 큰 폭의 내용 변경을 예고한 바 있다. 아베 총리가 ‘미래의 초석’이라며 강조한 새 ‘방위력 모습’은 전수방 위 원칙이 파기 될 전망이다.

일본 정부는 전수방위 유지 방침을 반복해서 강조하고 있고 새 방위대강에도 전수방위 파기가 언급되지는 않을 전망이지만, 세부적으로는 항모와 F35-B 도입을 비롯해 전수방위를 무시하는 내용이 대거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일본 정부는 방위대강에 마하5(시속 6120㎞) 이상의 극초음속으로 비행하는 유도탄과 공격형 무기 고속활공탄(高速滑空彈) 도입 계획을 넣을 방침이다. 또 사이버상 공격 능력을 갖출 계획도 방위대강에 포함할 방침이다. 먼저 공격을 받으면 반격할 수 있게 하겠다는 계획이지만, 공격자를 특정하기 어려운 사이버 공격의 특성을 고려하면 사실상 선제공격 능력을 보유하겠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진다.

/윤서영 인턴기자 beatriz@sedaily.com

윤서영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