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우후죽순 노조설립-정책 잇단 제동] 탄력근로서 승차공유까지 툭하면 몽니...勞 위세에 눌린 정부

경영 부담 줄이는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도 막혀

"불법파업도 불사" 서비스산업 규제혁신까지 스톱

강성 노조에 정부정책 발묶여..."내년 경제 더 암울"

지난달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제2차 택시 생존권 사수 결의대회에서 택시 운전사들이 집회에 참가하고 있다.  /연합뉴스지난달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제2차 택시 생존권 사수 결의대회에서 택시 운전사들이 집회에 참가하고 있다. /연합뉴스



권력집단화된 민주노총·한국노총 양대 노동자 단체의 몽니에 정부가 추진하는 각종 경제정책도 곳곳에서 파열음을 내고 있다. 과격한 정부정책을 보완할 수 있는 탄력근무제 단위기간 확대와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 등은 노동계의 거센 반발에 직면해 있다. 공유경제 등 서비스 산업 규제 혁신도 기득권 노조의 반대에 한 발자국도 진전이 없다. 급기야 규제 개혁의 어려움을 토로하는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입에서 “이게 우리의 현실이고 실력”이라는 푸념이 나왔다.

이런 와중에 기세등등해진 노조는 오히려 문재인 정부를 향한 압박 수위를 높여가고 있다.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과 주52시간근무제 도입 같은 ‘과속 정책’ 여파가 본격화되는 내년의 경제 상황은 올해보다 더 암울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전망이다. 그러나 이에 대비할 수 있는 정책들은 기득권 노조 반발에 꽉 막혀 옴짝달싹 못하고 있다. 갈등을 조정하고 과감히 정책을 추진해야 할 정부는 노조 위세에 눌려 쩔쩔매고 있다. 위기를 대비할 수 있는 골든타임이 속절없이 흘러가는 것이다.

◇법 위 군림하는 노조…“불법 파업도 하겠다” 엄포=6일 현대·기아차 노조는 광주광역시에 3,500만원 수준의 ‘반값 연봉’ 완성차공장을 짓는 이른바 ‘광주형 일자리’를 저지하겠다며 부분파업을 벌였다. 오전과 오후 각 출근조가 2시간씩 총 4시간 파업했다.


광주 노사민정협의회는 앞선 지난 5일 ‘35만대 생산 때까지 단체협약을 유예한다’는 투자협정서 조항을 ‘신설법인 경영이 안정될 때까지 단체협약을 유예한다’는 문구로 바꿔 최종 의결했다. ‘35만대 조건’은 투자 초기 안정화 단계에서 벌어질 수 있는 노사 간 소모적 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해 현대차 측이 강하게 요구했던 조항이지만 노동계 반발에 결국 무력화됐다. 현대차가 광주시가 마련한 최종 투자협정서를 수용할 수 없다고 밝히면서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추진했던 광주형 일자리 사업 시도는 원점으로 돌아갔다. 1만5,000여개 일자리(간접고용 포함)를 만들 수 있는 광주형 일자리 사업이 노동계의 반발에 사실상 물 건너갔다는 평가가 나온다.

관련기사



승차공유(카풀), 숙박공유 등의 서비스 산업 규제 허물기도 기존 사업자들의 반발에 수년째 말뿐인 성찬에 그치고 있다. 카카오모빌리티가 카풀 사업 추진을 공식화하자 전국택시노조 등 4개 택시 단체 노조는 국회 앞으로 몰려가 반대 집회를 벌이며 실력행사에 나섰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국민 대다수가 카풀 도입에 찬성한다는 결과가 나왔는데도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는 노조 반발을 더 의식하며 요지부동이다. 김 경제부총리가 “공유경제를 포함한 규제 개혁은 우리 경제가 반드시 가야 할 길”이라고까지 밝히며 수차례 정면돌파를 시도했지만 진전된 성과가 없는 이유다. 오히려 “우리 현실이고 실력”이라는 푸념이 돌아왔다.



문재인 대통령과 여야가 합의한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도 노조 반발에 진전이 없기는 마찬가지다. 문 대통령과 여야가 만나 탄력근로제 확대 연내 처리에 합의했지만 사실상 무산된 상태다. 노동계의 반발을 의식한 여당이 경제사회노동위원회의 논의 결과를 보고 나서 국회 처리를 하겠다고 입장을 바꿨기 때문. 당장 올해 말로 주52시간근로제 처벌 유예기간이 끝나면서 재계에서는 “범법자가 양산될 수 있다”는 우려가 터져 나오고 있지만 이를 외면한 것이다. 산업계는 일이 몰리는 업종별 특성을 고려해 현재 3개월 이내인 탄력근로제 단위기간을 최소 6개월 이상으로 늘려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지만 노조는 “주52시간근무제 도입 등 노동시간 단축 의미가 없어진다”는 이유로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산업계의 한 관계자는 “일률적인 주52시간근무제 도입으로 산업 경쟁력의 근간이 무너지고 일자리가 없어지면 노동시간 단축 논의 자체가 무의미해진다”고 지적했다.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안정기에 들어선 문재인 정부를 노조가 발목 잡으면서 성과 도출이 더뎌지고 있다”면서 “노조가 일방적으로 자기 목소리만 낼 게 아니라 사회 전체를 보고 상생하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성 노조에 매몰 자초한 정부=일각에서는 문재인 정부가 강성 노조에 결박돼 이도 저도 못하는 상황을 자초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친(親)노동 정책을 성급하게 추진하다가 부작용이 속출하자 이를 보완할 대책을 뒤늦게 내놓았지만 이미 기득권화된 노조를 상대로 다시 양보를 받아내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는 것이다. 실제로 정부가 추진하는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와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 등은 현 정부 들어서 추진된 정책에서 파생된 사안들이다. 조장옥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는 “노조가 대한민국에서 일어나는 거의 모든 일에 발목을 잡고 있다”면서 “기득권 노조와 이를 방관하는 정부가 경제 위기를 앞당기고 있다”고 비판했다.
/세종=한재영기자 jyhan@sedaily.com

한재영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