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이 통신전쟁을 벌이는 와중에 캐나다가 중국 통신장비업체 화웨이의 멍완저우 글로벌 최고재무책임자(CFO)를 미국 당국의 요청으로 체포한 것으로 알려졌다. 멍 CFO는 밴쿠버에서 체포되어 미국에 인도될 전망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1일 아르헨티나에서 만나 90일간 무역전쟁을 멈추기로 합의한 직후 벌어진 사태다. 화웨이가 중국을 대표하는 기술기업인데다 체포된 인사가 화웨이 창립자인 런정페이 회장의 딸이라는 점에서 이번 사건이 큰 상징성을 지니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번 사건이 갓 재개된 미중 무역협상에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언 매클라우드 캐나다 법무부 대변인은 5일(현지시간) 글로브 앤드 메일에 “멍완저우는 12월 1일 밴쿠버에서 체포됐다”며 “미국이 인도를 요구하는 인물이며 보석 심리일은 금요일(7일)로 잡혀있다”고 말했다. 매클라우드 대변인은 “멍 CFO가 요청한 보도 금지가 발효된 만큼 추가적인 내용은 제공할 수 없다”고 부연했다.
중국 외교 당국도 멍 CFO가 체포된 사실을 공식적으로 확인했다. 주캐나다 중국 대사관은 5일 성명을 내고 “캐나다 경찰이 미국과 캐나다의 어떤 법률도 위반하지 않은 중국 국민을 미국 요청으로 체포했다”며 “심각한 인권 침해 행위에 중국은 결연한 반대와 강력한 항의를 표시한다”고 말했다. 이어 대사관은 중국 측이 캐나다와 미국 측에 외교적으로 이미 항의했다며 즉각 잘못을 바로잡고 멍 여사에게 신체의 자유를 돌려주라고 요구했다. 대사관은 “우리는 사태 발전을 예의주시할 것”이라며 “일련의 행동으로 중국 국민의 안전과 합법적 권익을 단호히 지켜나갈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화웨이는 6일 오전 낸 성명을 통해 “회사 측은 멍 여사가 어떤 잘못된 일을 했는지 알지 못한다”며 “회사 측은 (멍완저우의) 혐의와 관련해서 매우 적은 정보를 제공받은 상태”라고 밝혔다. 화웨이는 이어 자사가 모든 법률을 준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중국 선전에 본사를 둔 화웨이는 세계 최대 통신장비업체이자 스마트폰 제조업체다.
멍 CFO가 체포된 정확한 원인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지만 그가 이란 제재 위반 의혹에 연루됐다는 관측이 나왔다. 미국 수사당국은 화웨이가 미국의 제재를 위반해 이란과 다른 국가들에 제품을 판매했다는 의혹에 대해 수사해왔다. 지난 4월 이런 사실이 보도되자 중국 정부는 “일방적인 제재에 반대한다”며 미국을 강력히 비판한 바 있다.
앞서 미국은 다른 중국 통신장비 제조업체인 ZTE(중싱통신)가 대북 및 대이란 제재를 위반했다는 이유로 미국 기업과 거래를 할 수 없도록 하는 제재를 가한 바 있다. ZTE는 1조원이 넘는 벌금을 내고 제재를 해제했다.
또한 세계 각국에서 화웨이와 관련한 국가안보 위협 이슈가 제기되고 있다. 미국은 2012년 국가안보 위협을 이유로 화웨이와 ZTE에 대해 미국 내 통신망 장비 판매를 금지했다. 미국과 호주, 뉴질랜드도 국가안보를 이유로 화웨이의 5G 장비 사용을 금지하는 조치를 취한 바 있다.
/이다원인턴기자 dwlee618@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