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입학 전 아동 의료비 전액 지원…양육부담 확 줄인다

저출산·고령사회委 핵심과제 선정

아동수당·난임지원 확대하고 남성육아휴직 비율 20%로

출산크레딧·국공립보육시설 혜택 늘리고 비혼차별 개선

다자녀 혜택 3명→2명…육아휴직기간 건보료 부담 완화

7일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26차 저출산 고령사회위원회에서 김상희 부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다./연합뉴스7일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26차 저출산 고령사회위원회에서 김상희 부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다./연합뉴스



정부가 2040세대의 양육 부담을 줄이기 위해 초등학교 입학 전 아동의 의료비를 전액 지원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젊은 세대가 출산을 기피하지 않도록 아동수당 지급액과 대상을 확대하고 육아기 근로시간을 단축하는 한편, 남성 육아휴직자 비율을 20%로 끌어올리기로 했다. 또 만혼 추세를 고려해 45세 이상 여성에게도 난임 시술을 지원하고, 출생신고 시 혼외자를 구별하지 않는 등 비혼 출산에 대한 차별적 제도도 수정하기로 했다.

7일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는 이같은 내용을 담은 ‘저출산·고령사회 정책 로드맵’을 발표했다. 삶의 질 향상과 성평등 구현, 인구변화 대비를 위한 주요 과제는 1단계(2020년까지)와 2단계(2025년까지)를 거쳐 추진된다. 김상희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은 “2040세대에게 결혼과 출산을 선택하더라도 삶의 질이 떨어지지 않고 행복할 수 있다는 희망을 주고 고령사회로의 이행에 적극적으로 대비하고자 하는 정책”이라고 말했다.


◇ 영유아 의료비 제로 =정부는 내년부터 1세 미만 아동의 의료비를 사실상 0원으로 만들고 2025년까지 취학 전 모든 아동으로 이를 확대할 예정이다. 내년에는 먼저 1세 미만의 외래진료비 건강보험 본인부담금을 줄여주고, 나머지 의료비는 임산부에게 일괄 지급되는 국민행복카드로 결제할 수 있게 조치한다. 향후에는 건강보험의 보장성을 더 강화하고 지방정부가 아동의 본인부담금을 대납하는 방식으로 초등학교 입학 전 아동에 대한 ‘의료비 제로’를 추진한다.

조산아와 미숙아, 중증질환에 걸린 아동의 의료비도 낮출 예정이다. 의료비 본인부담률을 10%에서 5%로 줄이고, 왕진서비스도 제공할 방침이다. 이 같은 혜택들은 일본의 사례를 벤치마킹한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 만혼 추세를 고려해 난임에 대한 지원은 더 확대된다. 이르면 내년 하반기부터 난임시술비 본인부담률(현행 30%)을 더 낮추고, 건강보험 적용 연령(만45세 미만)도 상향 조정한다.

◇ 아동수당 확대 =현재 상위 10% 고소득층 자녀를 제외한 채 지급되고 있는 아동수당도 확대한다. 정부는 2021년 이후 사회적 논의를 거쳐 아동수당의 적정한 수준을 결정하겠다는 방침이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은 전날 예산안 합의를 통해 내년부터 만 5세 이하 아동 전원에게 월 10만원 수당을 지급하고, 내년 9월부터는 지급대상을 초등학교 입학 전 아동으로 확대하기로 합의했다.

다자녀 혜택을 볼 수 있는 기준을 ‘3자녀 이상’에서 ‘2자녀 이상’으로 변경한다. 둘째를 낳으면 국민연금 가입 기간을 추가로 인정해주는 ‘출산크레딧’ 혜택을 첫 아이부터 주는 방안도 검토하기로 했다.

◇ 육아휴직급여 인상…남성휴직자 비율 20% 목표 =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 배우자 출산휴가, 육아휴직 등이 당연한 권리로 정착될 수 있도록 각종 대책이 실행된다.

먼저 내년 하반기부터 만 8세 이하의 자녀를 둔 부모라면 임금 삭감 없이 근로시간을 1시간 단축할 수 있다. 배우자 출산휴가 기간은 현행 유급 3일에서 10일로 확대한다. 장기적으로는 ‘근로시간 단축 청구권’을 도입해 육아·학업·훈련 등 생애주기별 여건에 따라 근로시간을 조절할 수 있도록 한다.

소득감소를 걱정해 육아휴직을 안 쓰는 일이 없도록 급여액을 인상하고, 휴직 초기에 급여를 많이 받고 후기로 갈수록 급여가 낮아지는 계단식 급여 체계를 만들기로 했다. 이를 통해 육아휴직자 중 남성이 차지하는 비율을 13%에서 20%로 끌어올린다는 목표다. 육아휴직 기간 건강보험료 부담을 줄이는 방안은 곧 시행돼 월 보험료는 직장가입자 최저수준인 9,000원이 될 전망이다.


국공립 어린이집·유치원 확충 속도는 빨라진다. 정부는 국공립 보육시설 이용률 40% 목표 달성 시점을 내년으로 잡았다. 당초 계획보다 1년 단축된 것이다. 앞으로는 500세대 이상 아파트를 건설하면 국공립 보육시설을 반드시 지어야 하고, 상시근로자 300인 이상 기업도 직장어린이집을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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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 내 돌봄 지원도 확대된다. 2022년까지 아이돌봄서비스 이용 가구를 현재의 2배 수준인 18만가구로 늘리고, 아이돌봄종사자 국가자격증을 도입해 서비스 질도 높인다.

비혼 출산·양육에 대한 차별법을 개정한다. 현재 국회에는 친부 등이 자녀를 인지하더라도 종전 성(姓)사용, 주민등록 등·초본의 ‘계모, 계부, 배우자의 자녀’ 등 표기 개선, 혼중·혼외자 구별 폐지 등의 원칙을 담은 법률이 발의돼 있다. 장기적으로는 출생 여부가 누락되는 아동이 없도록 의료기관 등에서 출생 사실을 통보해주는 ‘출생통보제’와 실명 출생신고가 어려운 경우 익명신고를 허용하는 ‘보호출산제’ 도입도 추진한다.

◇ 2040세대의 안정적인 삶의 기반 조성 = 정부는 청년의 고용안정망 강화를 위해 청년 채용 기업에 인센티브를 제공해 일자리를 확충하는 동시에 한국형 실업부조를 도입한다.

여성고용률을 현재 58%에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64%로 높이겠다는 것이 정부 목표이다. 여성임원 목표제를 도입하고, 당장 내년부터는 여성의 경력단절을 막기 위해 육아휴직 후 복귀하면 인건비 세액공제(1년간 중소기업 10%, 중견기업 5%) 혜택을 줄 방침이다. 직장 내 성차별을 해소하기 위해 남녀 임금현황을 의무적으로 제출해야 하는 대상기업을 확대한다.

정부는 결혼 기피 풍조와 저출산의 주된 원인으로 지목되는 주거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돌봄 공간을 갖춘 신혼부부 특화단지를 조성하고, 신혼부부의 내 집 마련이 수월하도록 저렴한 신혼희망타운을 공급한다. 이를 통해 2022년까지 38만쌍의 신혼부부가 양질의 공공보육서비스가 제공되는 공공주택 지원을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 기초연금 30만원으로 인상…신중년 적합직무 지정 = 고령사회 대책은 다층적 노후소득 보장체계를 내실화하고, 신중년의 새로운 출발을 지원하는 방안을 중심으로 마련됐다.

국민연금이 성숙되지 않은 상태에서 은퇴세대의 소득 공백과 빈곤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현재 25만원인 기초연금은 2021년까지 30만원으로 인상된다. 퇴직연금 중도인출과 개인형 퇴직연금(IRP) 중도해지 사유를 엄격하게 규정해서 되도록 연금을 수령하도록 유도한다.

노년기 진입 직전의 신중년이 연금수급연령까지 일할 수 있도록 정부는 사업주가 의무적으로 고용 연장 조치를 마련하도록 법제화한다. 또 신중년 적합직무를 지정하고, 해당 직무에 신중년을 채용하는 사업주에게는 고용장려금(우선지원대상기업 80만원, 중견기업 40만원)을 지원할 예정이다.

정부는 출산율이 2명을 넘었던 시기에 4인 기준으로 마련된 각종 사회시스템을 인구구조에 맞게 재편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국토·도시계획, 노동, 교육, 군 인력, 보건의료 영역에서 필요한 연구를 진행하고, 제5차 국토종합계획(2020∼2040년) 수립 시 공간 전략을 새로 마련하기로 했다.

/윤서영 인턴기자 beatriz@sedaily.com

윤서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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