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뒷북경제]장애인 일자리까지 덮친 최저임금

한국장애인개발원 ‘최저임금 인상 따른 직업재활시설 변화 연구’

356곳 조사…시설별로 신규채용·근로시간 축소 대응

훈련생으로 신분 강등하기도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에 따른 부작용에 대한 연구가 잇따라 나오고 있습니다. 이번에는 공공기관인 한국장애인개발원의 분석인데요, 장애인 일자리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내용입니다.

장애인은 일반 사업장에 취업하기 쉽지 않습니다. 이 때문에 주로 직업 재활시설에서 일하는 경우가 많은데요, 시설들은 대개 영세한데다 인건비 비중도 큰 특징을 보입니다. 장애인개발원이 전국 356곳을 조사한 결과 인건비 비중이 50% 이상인 곳은 211개(59.27%)로 나타났습니다.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부작용의 출발점인 셈이죠. 인건비 비중이 늘다 보니 올해 최저임금 인상으로 시설의 어려움이 있는가에 대한 질문에 ‘매우 있다’고 응답한 비율은 전체의 53.65%에 해당하는 191개소에 달했죠.



그렇다면, 이들 시설들은 최저임금 인상에 어떻게 대응했을까요.


개발원이 직접 시설을 찾아가 심층면접한 결과 최저임금 인상은 실제 장애인 일자리를 강타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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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된 대처 방안은 최저임금 적용제외 인원 확대입니다. 단시간 근로자 등 시설별로 최저임금을 반드시 적용하지 않아도 되는 근로군이 있는데, 전체 근로자 중에서 이 같은 적용제외 인원을 늘린다는 점입니다. 또 다른 방법은 근로장애인의 근로시간 축소와 퇴사 인원에 대한 신규채용 축소입니다. 이는 일반 기업들에서도 나타나는 현상입니다. 인건비 부담을 상쇄하기 위해 근로시간을 줄이거나 신규 고용을 중단하는 것으로, 궁극적으로는 기존 근로장애인의 실질 소득이 낮아지고 새로운 일자리 창출 기회도 사라지는 것이죠. 근로장애인을 훈련생으로 신분을 바꾸는 경우도 나타났고, 장애인 중에서도 경증 장애인을 우선 채용하는 방식도 관측됐습니다.



근로장애인의 신분이 더 불안정해지고, 시설로서는 같은 인원으로 최대한 이익을 내야 하는 시장논리에 집중하다 보니 중증 장애인들이 취업할 기회를 잃은 셈이죠.

장애인 시설의 영세성에서 출발하긴 했지만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이 정부가 보듬어야 할 취약계층의 소득 저하와 일자리 상실 등 부작용을 키운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개발원은 이번 연구를 토대로 최저임금 적용제외를 받는 근로장애인도 일자리안정자금 지원 대상에 포함해야 한다고 제언했습니다. 또 장애인 직업재활시설에 사회보험료를 지원하고 중증장애인생산품 우선구매 비율 확대 필요성도 제기했죠.

올해 최저임금이 16.4% 오른 데 이어 내년에는 또 10.9%가 오릅니다. 최저임금 인상이 근로계층의 소득 증대에 분명 도움이 되지만, 이로 인해 일자리를 떠나는 사람들을 충분히 보듬을 수 있는지 정부는 다시 한 번 관심을 가져야 할 것입니다.


임진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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