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내년 수출에 닥칠 3대 파고]① 수출의존도 47% 넘는 美中 경기부진

② 무역흑자 98% 차지하는 반도체 둔화

③ 품목 다변화·中企 수출 확대는 한계




올해 수출 성과는 침체된 내수 분위기와 대조를 이룬다. 미국·독일·중국 등에 이어 세계 일곱 번째로 연간 수출 6,000억달러를 달성하는 등 분위기가 최고조에 달해 있다. 문제는 내년이다. 산업연구원의 전망에 따르면 올해 부진했던 조선과 정보통신기기 2개 산업만 내년에 반등할 것으로 보인다. 반도체·석유화학 등 나머지 주력산업들은 모두 증가율이 둔화되거나 마이너스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과 미국의 경기 부진, 수출 호황을 이끈 반도체의 둔화, 그리고 정부 솔루션의 한계 등 내년 수출에 닥칠 3대 파고를 짚어본다.


①미중 글로벌 경기 부진에 통상 리스크까지=한국의 수출 의존도가 47%(홍콩 7.7% 포함)에 육박하는 미국과 중국의 경기 부진은 내년 수출 전망에 가장 큰 악재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의 경제성장률은 올해 2.9%에서 내년 2.5%까지, 중국은 6.6%에서 6.2%까지 내려앉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미중 무역전쟁의 여파로 중국의 지난달 수출액 증가율은 5.4%로 시장의 기대치(9.4%)와 10월 증가율(15.6%)에 크게 미치지 못했다. 중국의 무역 부진이 본격화하고 있는 셈이다. 허윤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내년도 중국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5%대까지 내려앉을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오는 상황”이라며 “중국의 수요 감소와 미국의 성장 부진은 우리 수출에 큰 타격을 줄 것”이라고 내다봤다. 여기에 더해 미국의 ‘자동차 관세 25% 부과’라는 시한폭탄도 안고 있다. 문정희 KB증권 연구원은 “미국이 수입 자동차에 25%의 고율 관세를 부과하면 한국의 자동차 수출 가격은 16.5% 오르고 대미 수출은 총 6.4% 줄어들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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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무역흑자 98% 차지하는 반도체 둔화=올해 최고의 수출 실적은 반도체(30.9%), 정유(34.4%), 석유화학(14.6%) 등 주력산업의 성과에 따른 것이다. 3개 산업 모두 올해까지 글로벌 시장의 훈풍을 탔지만 내년에는 장담하기 어렵다. 반도체의 경우 D램(DDR4 4GB 기준) 현물 가격은 지난 2016년 1.98달러 수준에서 올해 1월 4.9달러까지 급등했고 5월까지도 4달러 이상을 유지하면서 반도체 수출 실적을 견인했다. 하지만 지난달 3.35달러까지 떨어졌다. 반도체는 올 1~10월 무역흑자(610억7,785만달러)의 98.2%나 기여하고 있어 반도체 수출 부진은 전체 수출에 치명적인 타격을 입힐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 반도체 수출 증가율은 올 상반기 40~50% 수준이었지만 지난달 10% 초반까지 축소됐다. 정민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내년 반도체 산업은 수출 부진으로 국내 설비 투자도 크게 감소할 것”이라며 “반도체 산업 역시 수출 포트폴리오를 다시 짜야 한다”고 진단했다. 정유와 석유화학도 유가와 수출단가가 상승하면서 수출 호황을 누렸지만 내년에는 국제유가의 불확실성으로 수출단가 하락 압력을 받고 있다. 산업연구원은 내년 반도체 수출 증가율 전망치를 9.3%, 정유는 6.1%, 석유화학은 0.4%로 크게 낮춰잡았다.

③마땅찮은 정부 솔루션…“수출 상품 다변화·중기에 의존해서는 한계 자명”=정부는 내년에도 수출 호조세를 이어가기 위해 수출 상품과 국가를 다변화하고 중소기업의 수출을 늘려야 한다는 처방을 내리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 같은 대안들이 고통을 줄이는 데는 효과가 있을 수 있지만 수출 호조를 이어나가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한다. 실제로 올해 한국의 10대 수출품목은 10년 전과 순위만 바뀌었을 뿐 동일하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경영학부 교수는 “한국이 주특기로 가지고 있는 산업이 하루아침에 바뀌기가 쉽지 않다”며 “주력산업의 위기부터 막고 신산업 규제 완화 등을 통해 새로운 품목을 보조적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베트남과 인도네시아 등으로 수출 다변화를 꾀하고 있는 점에 대해서는 되레 한국 기업의 현지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허 교수는 “수출 국가 다변화도 좋지만 국내 기업들이 베트남이나 인도네시아로 ‘이주 러시’를 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꼬집었다. 중소기업의 수출을 늘리는 것도 한계가 있다. 지난해 중소기업 수출이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7.6%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세종=강광우·박형윤기자 pressk@sedaily.com

강광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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